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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an 02. 2019

못내 아쉬웠던 호치민 안녕

호치민으로 돌아와 우리가 간 곳은 다시 벤탄거리. 새벽 비행기로 떠나야 하는 우리는 캐리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저렴한 방을 잡아서 거기에 짐을 놓고 돌아다니기로 했다. 몇 군데를 돌아 그래도 가장 저렴한 곳에 15000원 정도의 금액을 내고 방을 얻었다.  가벼운 몸으로 호치민 구경도 하고 기념품도 살겸 벤탄시장을 향해 걸었다. 가는 길에 팬에 무언가를 볶고 계시는 아저씨가 계셨다. 홀린 듯 바라보다 2접시를 시켜 자리에 앉았다. 매우 더운 날씨였지만 먹어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우리는 하나로 단결하여 그늘아래 목욕탕 의자에 앉아 기쁘게 기다렸다. 뭔지도 모르고 시켰지만 받아보니 간장 떡볶이 같은 느낌이었다. 거기에 계란과 채썬무, 쪽파, 매운 양념 토핑이 들어가 친숙한 맛을 느끼게 해줬다. 1접시에 1500원 정도 였던거 같은데 한번쯤 도전 해 볼 만하지만  액젓을 사용하나?조금 비린감도 있었던 거 같다.

무이네에서의 마지막 조식이 아직도 소화되지 않아 간신히 2접시를 정리할 수 있었다.


너무나 충격적이게도 벤탄 시장이 문을 닫았다. 모든 기념품은 거기서 살 생각으로 왔는데 망했다. 명절이 겹친다는 것이 이런 불상사까지 낳을 줄이야. 어떡한담. 시장구경을 못하다니. 제일 재밌는 일 중 하난데. 그럼 그냥 구경하러 일단 걷자. 다행히도 가는 길에 스타벅스에 들려 아주 맘에 쏙 드는 텀블러를 저렴하게 하나씩 챙길 수 있었다. 베트남 쇼핑 중 가장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텀블러를 자주 사용하는 나는 현재까지도 아주 잘 쓰고 있다. 걷다보니 유럽풍의 호치민 시청이 나왔다. 시청 건물이 왜 유명한가 했더니 이유가 있었어.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가니 무슨 광장이 나왔는데 명절이라고 여기도 인산인해. 전통복인 아오자이 입은 현지인들도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다른 쇼핑몰도 문 닫고...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여기도 목욕탕 의자가  준비되어 있다. 아이스크림 떠주는데 왜 오래 걸렸는지는 모르겠는데 기다리라고 해서 멍 때리다가 저 앞에 또 간식이 눈에 보이네. 우리 너무 배부르니까 한개만 먹자 하고 하나만 산 걸 지금도 가장 후회하는 일 중 하나라고 하겠다.  라이스페이퍼 피자 같은 거였는데 먹느라 정신없어 사진은 못 찍었지만 겉은 바삭 속은 치즈와 여러 토핑들로 뜨끈. 회상 할 때마다 왜 하나만 먹었을까 후회 중이다.

길거리 음식인데 요리사 모자까지 쓰시고 너무나 포스 좔좔. 다시 가게 된다면 그땐 혼자 2개 사 먹고 싶은 맛이다.

일행 아니고 메뉴 추천 중. 왜?너도 처음인데 왜? 오지랖퍼 내동생.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내린 결론은 근방의 쇼핑몰도 닫았고 우리에겐 더 이상의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며 로컬 마트를 가자니 왠지 닫았을 거 같은 불길한 예감에 안전하게 롯데마트에 가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한가지 다행이었던 건 베트남의 택시비가 저렴하다는 점. 길이 막히는 시간이었음에도 큰 걱정없이 택시를 탈 수 있었다.

텀블러를 카드로 긁었어야 했는데... 막상 마트에 가니 사고 싶은게 너무나 많았던 것. 하지만 과소비를 막고 싶었던 총무인 나는 그들에게 카드를 쓰지 못하게 있는 현금 안에서만 소소한 장을 보도록 허락하였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어차피 다 먹는 거였는데 잘한 결정인 거 같다.

이것저것 들었다 내렸다 하며 현명한 소비를 한 후 진짜 한번만 더 모험해보자!! 하여 유명한 분짜 가게를 하나 더 검색해 택시를 타고 갔지만... 여기도 문 닫았어. 낙심이 이만저만이 아니구나.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벤탄거리로 돌아가자.

배가 고프다. 허기가 진다. 예민해 진다.

다 거기가 거기 같아 방황하다가 약간 멕시칸 풍의 식당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 데스페라도스가 저렴해서 주문. 그리고 조금 뒤에 쌀국수 하나가 먼저 나왔다. 퓨전 식당인 거 치고는 국수가 너무 맛있어서 금새 한그릇을 비워냈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슬슬 술도 다 먹어가는데 왜 다음 음식이 안 나오지...

기다리고 물어보고 또 기다리고... 이미 시작은 했는데 더 이상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 분명 안 바쁜거 같은데 직원들이 엄청 바빠보인다.

결국 넷이서 국수 한그릇 깔짝이다 그냥 나왔다.

국수 맛집은 많으니 다음엔 여긴 가지 말자.  


베트남에 왔으면 목욕탕 의자에 앉아 술 한잔 정도는 해줘야지. 사실 이것도 다 그 집이 그 집 같아서 자리가 맘에 드는 곳에 들어갔는데 어느 집은 밖에 버젓이 자리가 있는데도 못 앉게 하고 안쪽으로 몰아내더라.  관광객 차별하나. 이 동네 가보면 알겠지만 길거리에 현지인 관광객 할 거 없이 죄다 섞여 있어서 진짜 난리도 아니다.

간신히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으나 생각한 그게 아니네. 그래도 못 먹는 건 없으니 먹긴 했으나 오늘 어찌된 게 실패의 연속이다.  스피커 들고 다니며 노래하고 춤추는 퍼포머들 때문에 귀가 먹을 것 같다. 처음엔 방콕 카오산 로드랑 비슷한 분위기라 생각했는데 그 이상이다. 여긴 뭐랄까.... 더  복잡하고 좁고 난잡한 느낌이랄까.  빠르게 일어나서 케밥 하나 사 먹었다. 이 동네는 케밥을 잘 한다. 포켓 케밥은 여기와서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돈도 조금 남고 시간도 좀 남아서 캐리어를 끌고 나와 발마사지나 간단히 받고 가려고 또 두리번두리번 걷고 걸었다. 예산이 있기 때문에 저렴한 곳을 찾다가 전신타이 마사지가 싸서 들어간 한 가게. 우리가 네 명이었기에 그리고 명절이라 직원이 많이 없어서 부랴부랴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사람을 불러 모으더라.  처음엔 그들이랑 수다떨고 나이 맞추기 하고 웃고 떠들다가 발맛사지 끝나고 침대방으로 옮겨 전신 마사지 받는데 급하게 불러온 사람들이고 싼 맛에 그냥 잘 못해도 그러려니 했다.

문제는 마사지가 끝난 후 결제. 얘네가 팁을 아예 지정해서 받네. 와후!! 우리 돈 없는데~ 이럴거면 다른 데 갔지. 호치민 처음 도착한 날 페디 받을 때도 종이에 팁을 적어놓고 선택해서 내라고 하더니 팁 요구가 강도 수준이다.

공항에 갈 차비가 필요했기에 타협하고 타협해서 최대한 맞춰서 지불하고 나왔다.

호치민 진짜 나를 힘들게 하는구나.

무이네가 헤븐이었다면 호치민은 헬이었다.

하지만 나빴던 기억만 있는 건 아니고 그 도시 특유의 느낌을 즐길 수 있었다.

그냥 내가 가난한 여행자였고 무이네와 호치민이 극과극을 달렸기에 더 격차를 크게 느꼈으리라.

명절 극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비행기표 포함 80~90만원 예산으로 3박5일을 부족할 것 없이 잘 지냈으니 사실 더할 나위 없었다. 평소의 2배 정도의 비행기 값을 제외하면 거의 거저 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가가 정말 착했던 베트남.

명절을 해외에서 보내긴 처음이었는데 하필 여행지의 명절과도 겹치는 바람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즐거웠던 기억들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저 수 많은 인파에 살짝 지쳐갈때쯤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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