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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Mar 01. 2019

작은 온천마을 다케오

20170814


숙소 주인의 추천으로 아침을 먹기 위해 찾은 근처 유명하다는 빵집. 조용한 동네에 이른 아침부터 사람이 북적였고 빵굽는 직원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탄수화물 러버인 우리들은 다양한 빵들의 향연에 눈이 돌아갔지만 이성을 잡고 신중하게 빵을 골랐다.


빼놓을 수 없는 계란 샌드위치와 일본에선 유명하다니까 도전해 본 돈까스 샌드위치. 속이 꽉 차서 금방 배가 불렀다. 1954. 군산의 이성당이 생각나는 문구였다. 여기도 그만큼 전통있는 빵집인가 보다. 외관도 이쁘고 빵도  바로바로 구워 나오고 아침엔 드립커피까지 무료로 줘서 테라스에 앉아 여유롭게 먹을 수 있었다. 일본에 있으면서 또 다른 제 3세계에 있는 듯한 이국적 향취가 풍기는 가게였다.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하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파라솔이 쳐 있어서 먹는 동안은 무리가 없었지만 해가 떴다면 더욱 더 좋았을 곳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려는 찰나 비가 오는 걸 아시고는 구세주처럼 짠!!하고 차를 몰고 나타나주신 우리의 호스트님!! 어쩜 이렇게 배려가 넘쳐나는지 덕분에 숙소까지 차를 타고 편안하게 가게 되었다.

비가 와서 더 운치있는 방에서 바라 본 테라스
비가 와서 역까지 데려다 주셨다. 감사합니다.

나이 탓인가. 한여름에도 온천은 가고 싶더라. 기차 타고 30~40분만 가면 있는 작은 온천 마을. 사실 우리는 목적지가 다케오인지 우레시논지 잘 몰랐다. 그저 구글맵이 알려주는대로 따르다가 나중에서야 우리가 머문 곳이 다케오라는 것을 알았다. 시간이 남아 역 안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카페 안 손님들마다 캐리어를 하나씩 옆에 두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다음 여정을 위한 정거장에 모든 여행자들이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는 부슬부슬 계속 내렸고 인적은 드물었다. 저 멀리 산 자락엔 비구름이 걸려있어 운치는 있었으나 가는 길은 힘들었다.


점심때가 지나가고 있다. 숙소를 찾아가는 길 라멘집처럼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현지인들의 단골집 같은 오래된 식당같았다. 교자, 라멘, 짬뽕인가? 비쥬얼 좋고 맛도 좋고 맥주로 목을 축이고 기분 좋으니까 잔사케도 한잔씩 추가했는데 이렇게 찰랑찰랑이게 가득 담아주신다.

옆에 가족과 함께 오신 아저씨가 음식도 추천해 주시고 맥주는 아사히보단 삿뽀로라고 하셔서 그럼 삿뽀로 주세요~  

계속 뭔가 얘기를 해 주셨는데 그나마 일본어를 조금 하는 친구 덕에 소통이 가능했다.


다케오는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었다. 하지만 길 자체만으로도 느낌있고 이쁜 곳이었다.


다케오는 자전거 타기 너무 좋은 동네였다.

내 친구들 중 유일하게 자전거를 잘 못타는 나.

나는 뭐든 어설프게 하는 경향이 있다.

하는것도 아니고 못하는 것도 아닌.

 아이러니하게도 잘 못하는데 좋아는 한다.

좋아는 하는데 잘 못해서 늘 꺼려한다.

전동자전거 대여점이 보였다. 4시간에 500엔이었나. 비싸지 않은 가격에 도전하기로 했다. 출발 할 때 주인 아주머니가 내 뒷모습을 보며 괜찮은거냐고 물었다. 자전거에서 첫 발을 뗄때 가장 흔들리고 불안정한 나의 모습 때문이었으리라.

알아요 아주머니... 저 말고 자전거 걱정하시는 거... 조심히 타고 올께요.
이런길은 난 못간다. 내려서 자전거 끌고 갔다.


우리는 멈추고 싶지 않았다. 처음 타 본 전동자전거는 힘을 들이지 않고 잘도 나갔다.

다케오 도서관이 유명하다는데 갈래?
아니, 안가도 돼.

내 제안을 1초의 고민도 없이 패스하는 쿨한 그녀들. 그렇게 달려 언덕을 오르고 멋진 풍광을 보았다. 습하고 더운 날씨 덕에 머리는 떡지고 얼굴은 개기름과 열기로 가득했지만 즐거웠다.


 내려가는 길 이뻤던 빵집에 들려

 그냥 이뻐서 먹은 푸딩. 맛은 보이는대로다.  

그리고 다시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가는 길가에 있어서 들린 신사.

숙소로 가는 길, 관광지는 고민도 없이 지나쳤던 우리는 대형마트에 들러 술과 안주를 살 것인가,

말 것인가를 길에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이게 뭐라고... 시간관계상 결국은 지나치기로 했다.   

한글 운세도 있어서 하나씩 뽑아보았다.
소원 빌면 짝사랑이 이뤄지는 건가.

정열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름 관광도 하고 숙소에 와서 체크인을 했다. 사실 오전 중 예약이 되어있지 않다는 충격적 사실을 전달받고 호텔 예약 사이트와 여차저차 한뒤에 다행히 컨펌받고 외출하고 온 뒤였다. 료칸은 가고 싶고 가격은 너무 비싸고 해서 찾은 공용목욕탕이 있고 아침 가이세키가 제공되는 적절한 가격의 숙소.

방도 넓고 있을 거 다 있고 두툼한 이부자리까지 맘에 쏙 들었다. 기본 제공되는 녹차는 또 어찌나 맛있던지 사오고 싶을 정도였다.


저녁 먹긴 이르고 간단히 허기를 채울겸 숙소 앞에 편의점에 가서 요기거리를 사왔다. 꼭 한번씩 실수를 하는데 이 날은 생선내장젓갈로 추정되는 쓰레기 맛이 나는 것 같은 삼각김밥과 소주를 맥주의 2배는 넣은 것 같은 소맥 맛이 나는 하얀캔의 맥주였다. 일본에서 삼각김밥은 이제 사 먹지 않을 것 같은 충격적인 맛이었다.

그렇게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다케오에서의 2차전을 위한 충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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