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윌러스 웰즈
데이비드 윌러스 웰즈, 2050 거주불능 지구
각오해야 합니다. 이 책을 읽고나면 반드시 저처럼 아래와 같은 예언적 소설을 쓰게 됩니다. 상상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상상에 동참해야 합니다. 모두가 우려하면 일어나지 않을 일입니다.
지구 연평균 기온이 섭씨 17도를 돌파한 후, 불과 30년 만에 20도까지 올랐다.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19세기 산업혁명 이전의 지구는 연평균 15도였다. 과학자들은 평균온도가 2도 오르면 돌이킬 수 없다고 했다. 이후에는 인간이 어떤 노력을 해도, 지구의 순환체계는 쏟아진 물처럼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 경고했다. 회복의 용수철이 끊어지는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 극지방의 빙하는 연평균 300억 톤씩 바다로 녹아들었다. 여름에 녹더라도 겨울이면 다시 빙하가 얼어야 하는데 그 순환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다. 매년 해수면이 높아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빙하가 모두 녹아내리면 해수면이 2000년대 초반보다 평균 70~80m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말 그렇게 되었다. 수많은 도시들이 바다에 잠겼다. 그러나 단순히 바다가 넓어지는 것이 인간 거주 가능 지역을 감소시킨 것은 아니다. 폭염 때문에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위 약 45도 이내의 거의 90%의 땅이 인간이 상시적으로 거주할 수 없는 곳이 되었다. 폭염뿐만 아니라 수시로 일어나는 대홍수 때문에, 아니면 그와 완전히 반대로 극단적인 가뭄 때문에 인간이 일구었던 모든 것이 폐허가 되었다. 전 세계 찬란했던 도시들은 새로운 아틀란티스의 전설이 되거나 21세기의 폼페이로 기록되었다.
인류는 점점 더 극지방으로 쫓겨났다. 농토가 줄어드는 것이 인구 구조에 가장 큰 타격을 주었다. 연평균 2도의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고 불과 30년 만에 식량 생산량이 80% 급감했다. 식량을 지키기 위한 국가 간의 경제 전쟁이 일어났다.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였고 약소국의 국민들은 굶어죽어갔다.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기술 발전의 시대에,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기아와 굶주림을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경제 전쟁도 오래가지 못했다. 거주 가능 지역자체가 소멸하는 마당에 국가의 존립 자체가 의미없어졌기 때문이다. 국가들은 빠른 속도로 멸망했다. 인구도 빠른 속도로 줄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세대였다.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중반의 지구인들은 역사상 가장 번성했지만 가장 멍청했던 세대로 기록될 것이다. 이 재난에서 인류가 생존에 성공한다면 말이다. 처음 적도 부근 국가들이 해체되었을 때에도 당시 선진국들은 경제적 이해득실을 따져보기 바빴다. 마치 자기들은 살아남을 것처럼. 사람이 더이상 살 수 없는 땅의 국가들은 선진국의 식민지가 되기를 원했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 전체가 난민이 되어 떠돌아야 할 판이었기 때문이다. 평균기온이 3도 올랐을 때에 적도 부근에는 폭염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되었다. 밤낮없이 50도를 넘나드는 기온 때문에 전 세계에서 매일 수백만 명이 사망했다. 경제력이 약한 국가부터 차례대로 멸망했다. 그 정부들의 마지막 역할은 자국민들에게 남쪽이든 북쪽이든 멀리 탈출해야 한다고 알리는 일 뿐이었다. 손 쓸 겨를도 없이 멸망하는 국가가 속출하자 다른 국가들은 긴장했다. 멸망한 국가들에서 쏟아지는 난민 때문에 아직 살만한 국가에서는 국수주의가 강력하게 부상했다. 사람들의 의식에 공포가 싹트기 시작했을 때 보편적 인류애는 무시되기 십상이다.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득세하기 때문이다. 인간 쓰레기들이 앞에 서서 인류애가 밥 먹여주냐는 비인간적인 말을 뻔뻔스럽게 늘어놓아도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인간의 이기심이 이토록 끔찍했던 적은 없었다. 대부분의 국가에 극우 파시스트들이 집권하고 국경은 폐쇄되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런 멍청한 정권들이 난립하던 시기는 매우 짧았다. 그 국가들도 빠르게 멸망했기 때문이다. 먼저 멸망한 나라의 난민을 배척하던 그 정권들이 자기 나라가 망할지경에 이르자 아직 조금 여유가 있어보이는 다른 선진국에 원조를 요청하는 꼴이라니!
지구는 지옥이 되었다! 악마의 웃음소리가 사람들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악마의 입장에서는 이런 인간의 역사가 폭소할 일이 아니었겠는가! 지구의 자연이 지옥이었고 그 틈에서 이기적인 자들의 득세는 더 지독한 지옥이었다. 더이상 멸망한 국가의 난민들은 없어졌다. 모든 지구인이 난민이기 때문이다.
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이래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공룡을 멸종시킨 5차 대멸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었다. 지구의 생명체들은 인간이 야기한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기를 겪고 있다. 이른바 불지옥의 시대다. 앞선 세대는 인류세(Anthropocene Epoch)라는 새로운 지질학적 구분을 설정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였던 파울 크뤼천이 산업혁명과 환경오염으로 촉발된 지질과 생물학적 변화는 새로운 세를 구분하기에 충분한 조건이라고 풍자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인류는 인류세라는 점잖은 용어보다 불지옥 시대라고 구분하길 선호한다. 온난화라는 온건한 표현 때문에 인류가 멸망의 위기를 늦게 지각했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인류가 당장 일체의 환경오염을 멈추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크뤼천은 멸망세 라던가 파멸세 라는 용어를 제안했어야 했다.
기후의 변화가 위기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일은 과학으로 확인하는 일이어야 했다. 설령 낮은 확률이라도 과학적 가능성이 제기되었다면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을 철저히 차단해야했다. 그러나 인류는 위기가 일으킬 수 있는 재난들의 확률에만 관심이 있었다. 게다가 그 확률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논리로 도출되었다. 왜곡된 확률을 구하는 일은 아주 쉬웠다. 많은 사람들이 그 복잡한 설명을 알고 싶어하지 않았고 쏟아지는 위기 경고의 보고서를 읽기 귀찮아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왜곡된 확률을 이용하여 기득권은 쉽게 이익을 취했다. 그러나 그들 기득권자들이 가장 멍청한 자들이었다. 그렇게 세상을 속이고 얻어낸 이익이 불과 몇십년 만에 휴지조각이 되었으니 말이다. 서로 멍청함을 주고받으며 그렇게 인류는 멸망의 길을 앞당겼다.
지구는 우주의 물리 법칙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인간이 파괴한 기후 균형은 생명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새로운 균형을 찾아간다. 과학자들의 경고 대로 평균온도가 2도 이상 오르자 지구는 인간을 버렸다. 아니, 지구는 애초부터 인간을 위해 적절한 기후를 유지하던 것이 아니었다. 행성은 태양 복사 에너지를 흡수한 양만큼 우주로 다시 방출한다. 그러나 지구의 대기권은 공기가 없는 다른 천체들과 다르게 지구가 방출하는 복사에너지를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그 덕분에 지구는 지난 수십억 년 동안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온도를 형성할 수 있었다. 복사에너지는 너무 많이 잡아도 안되고 너무 적게 잡아도 안된다. 인류가 번영하였던 시기의 지구 평균 온도는 섭씨 15도였다. 물리적으로 지구에 이런 적절한 온도가 형성된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소위 온실가스라고 불리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 등이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증가함으로써 그 균형이 파괴되었다. 겨우 100여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떤 이들은 그 균형이 깨어진 원인이 인간이 아니라 자연 현상이라고 주장하였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류의 생존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주장이다. 차라리 모든 과학적 역량을 모아 이것이 인간의 탓이며 전 인류가 당장 온실가스 생산을 전면 차단하는 행동을 해야한다고 주장했어야 했다. 만일 자연이 스스로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초래했다 하더라도 티핑포인트를 넘기기 전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뭐라도 해봤어야 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가정을 하나 더 하자면, 그때까지만 해도 인류에게 기회가 있었다. 인류에 의해 지구 온난화가 가속된 것은 과학적 진실이다. 파리기후협약에서 온실가스 생산을 즉각, 전면적으로 멈추기를 결의 했다면 지구는 스스로를 불덩이로 만들지 않았을 지 모른다. 그러나 탄소제로를 외치던 환경과학자들은 급진적인 주장을 하는 음모론자 취급을 받을 뿐이었다.
가령, 지구가 불지옥이 되는데 기여했던 주장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 당장 온실가스 생산을 멈추자는 말은 전기와 문명의 인프라를 포기한다는 말과 같은데 불가능하다.
- 인간이 생산하는 탄소는 실제로 그렇게 많지 않다. 이는 자연현상이다.
- 나 하나 환경운동을 실천한다고 해서 대기오염이 얼마나 줄어든다고?
-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만들어내는 오염도 심각하다.
- 당장 탄소제로라니. 너무 급진적이다.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니 천천히 방향을 바꾸도록 하면 좋겠다.
- 세계는 그렇게 쉽게 망하지 않는다.
- 과학이 더 발전하면 자연시스템을 조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의 변화는 그보다 훨씬 급진적이었다. 지구가 티핑포인트를 코앞에 두고 있다는데 무슨 헛소리들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