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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뽕 Sep 08. 2017

아이가 그럴수도 있지..

그래도 어른은 그러면 안돼요. -맘충이라는 슬픈 이름.

엄마란 건 되어보지 않고는 알수 없다.

그 우라질 현실적 고충을 절대 글이나 들은걸로는 감히 짐작도 할수 없다.

그걸 짐작이라도 했다면 인류는 애저녁에 멸종했을거라고 난 감히 말한다. 하다못해 산고를 애 낳기전에 그 비슷한 경로라도 겪었다면 누가 애를 낳을 엄두를 냈을까?

망각은 신의 배려가 맞다. 그러다 아이의 어여쁨에 또 그 고통을 잊는거보면, 아이가 대단한건지 아님 엄마가 대단한건지 아이러니 하다.


요즘 나는 기말고사 준비 기간이다. 직장다니며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일주일에 한학기 공부를 하려니 젠장 상멘붕이다. 집에서는 아이들 치닥거리에 정신이 없어서 주로 카페를 이용하다보니 일주일동안 쌈지돈이 수월찮게 깨졌다. 적어도 세시간정도 앉아있으려면 테이블 회전율 대비 커피 두잔에 조각케익정도는 시켜야 미안하지 않더라는... 그건 뭐 소심한 내 기준이니...거기가 도서관도 아니고 자리차지하고 있기가 좀 그랬다.

도서관에 가려니 중고등학생들 뭔 공부를 그리 해대는지 자리가 없어서 ㅠㅠ

아이들 저녁을 주고 터덜터덜 피곤한 육신을 이끌고 간 커피숍.

아 저녁이라 그런가 가족단위 손님들이 빙수를 시켜놓고 더위를 피해 많이도 왔다. 아무리 이어폰을 껴도 시끄러워 자꾸 집중력이 흩어진다. 가뜩이나 신생아 집중력과도 같은지라 커피숍 싫은데...

미간이 자꾸 찡그려질때 내 눈에 띈 그 믿지 못할 아니 믿고싶지 않은 광경.

서너살 된 아이가 신발신은 발로 의자를 지근지근 밟고 있었다. 페브릭 천이 씌워진 의자를 운동화발로 밟으면... 그런데 더 젠장스러운 상황은 그걸 애 엄마도 아빠도 보며 마치 아이구 잘한다 하듯 말리지 않더라는거다.

그러더니 경악스러운 한마디

"조심해~~~~~~~~~~"

조심은 뭘 조심해!! 내려오라고 하든가, 신이라도 벗기든가, 심지어 아이는 푹신한 의자에서 위태로워 보였다

탁자가 워낙 컸기 때문에 자칫 넘어지면 머리를 다칠수도 있겠다 싶은 상황.

무슨 대단한 페스탈로치 나셨다고 나의 오지랖이 발동걸리는 그 순간...결국 난 나의 육신과 정신을 통제하지 못했다.

"아가, 여기서 신신고 뛰면 의자 더러워져요. 다같이 앉는 의자는 깨끗하게 써야지.

  여기서 뛰다 넘어지면 머리 아야한다. 꽁 피나요. 신발 벗고 앉아서 있자"

말할때부터 확 꽂히던 애기 엄마 아빠의 사나운 시선이 내 두꺼운 지방을 뚫을듯 느껴졌다.

"저기요, 애가 뭘 알고 그러는것도 아니고 그럴수도 있지. 주인도 아니면서 왜 그래요?"

오호라! 나 요즘 스트레스 만땅인거 알고 니가 테클질이냐? 너 잘 만났다. 아이고 동네사람들 이 무개념한 여편네 보소!!!!! 그때 애기 아빠가 말했다.

"그만해, 애 안키워봐서 그러지. 뭘 알아 애도 안낳아보고"

지랄....니가 지금 세살 가지고 나한테 유세를 하겠다는거냐? 이런 애송이 같은 한여름 비비빅 같은 시베리안 허스키를 봤나~ 니가 공산당 막는 중2엄마 포스가 어떤건지 함 겪어봐라...라고 생각했지만 난 천성이 소심;;;;;;;;;

"우리 잘생긴 왕자님 이름이 뭐예요?"

"철쑤요~~~(가명 ㅋㅋㅋㅋㅋㅋ)"

"저기 철쑤 어머니. 말씀마따나 애기가 그럴수 있죠. 우리 철쑤가 공중도덕이 뭔지 어떻게 알겠어요.

 제가 사장도 아니고 오지랖이 조선 반일수도 있는데, 모르니까 가르쳐야죠.

 알면서 이랬음 등짝 스매싱 날라갔게요? 그래서 어른이 있는거잖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신신고 의자에 올라갈수 있죠. 근데 엄마빠는 그럼 안되잖아요. 안된다고 가르쳐주셔야죠.

 신을 벗기고 앉아있으라고 해야죠. 여기서 다치면 안전관리 소홀하니 뭐니 난리 치실거잖아요.

 저~~~~~기 노키즈존 안보이세요?? 왜 이런 공간이 자꾸 생기는지 생각해보셨어요?

계속 이런식이면 우리 이쁜 철.쑤 크면 같이 밥먹을 식당도 없을거예요"

애기 엄마의 얼굴이 무지개떡이 됐다. 붉었다 파랬다 잘못하면 나를 한대 팰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애기 아빠를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애도 안낳아 보이게 괜춘했나보네요 감사해요. 근데 제가 보기와는 차암~~~~ 다르게 열다섯 열셋 애가 둘이예요. 아 참고로 서른여덟살 남의 아들도 하나 키우고.....개, 고양이도 길짐승 거둬서 사람 짐승 다 감정교감이 능해요. 엄마가 애기데리고 바람쐬러 나오면 나와선 아빠가 애기좀 보세요. 고양이도 지새끼는 잘 돌보더라구요"


얄미웠죠...네 제가 말해놓고도 얄미웠어요 제말은...


커피숍은 도서관이 아니예요. 거기 차지하고 앉아서 주변이 조용하길 바랬던건 아닙니다.

다만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며 자꾸 벌레가 되어가는 우리 부모들...

육아가 죄인것처럼...마치 임신하는 순간부터 사회악을 잉태한듯 맘충이라는 슬픈 이름을 달아야하는

우리 엄마들.... 이런 작은 실수가 잘하는 엄마아빠를 싸잡아 벌레를 만든다는걸 알게 해주고 싶었어요.


대게 아이가 떠들거나 돌아다니는게 밉지는 않아요.

오히려 위태로워보여 걱정스럽죠. 그런데 엄마아빠가 방치하고 있는걸 보면 아이에게 화가나요.

결국 어른의 잘못인거예요.

너무 예쁜 우리 아기, 남에게도 귀애받는 아이가 되게 하고 싶잖아요.

남한테 입찬 소리 듣게 하고 싶은 부모가 세상에 어디있겠어요.

그러려면 내가 우리 아이를 가르치고 조심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변수가 너무 많은게 육아잖아요.

아무리 조심시켜도 아이들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런데 그걸 방치해버리면 결국 우리 아이, 남들에게는 민폐 덩어리가 되고 말아요.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키우는 내가 맘충이라는 이름을 달게 됩니다.


노키즈존이 늘어가면서 슬퍼졌어요.

예쁜 아기 데리고, 유모차 끌고 나서는 산책마저도 없어지면 우리 엄마들이 더 슬퍼질텐데...

아이 데리고 커피라도 한잔 하며, 그 시간이라도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싶었을텐데...

아이 데리고 나가면 쑥덕쑥덕 맘충이라고 혀차는 소리에 상처받을 엄마들이 떠올랐어요.

모든 엄마가 그런게 아닐텐데,

오늘 마침 해가 좋아서 설레는 맘으로 예쁘게 단장을 하고, 힘겹지만 아이를 데리고 외출한 엄마일텐데..

아이가 아파서 유모차를 힘겹게 끌고 지하철을 탔을텐데..

하루종일 아이와 씨름한 아내가 가엾어 모처럼 야근을 하지 않은 남편이 아이와 아내를 데리고

어렵사리 저녁먹으로 식당에 왔을텐데...

그런데 우린 왜 벌레가 되어야 하나요....


역지사지라고 했어요.

무개념한 부모들이야 답이 없다고 해도 우리 모두가 그런건 아니잖아요.

그러니 그 슬픈이름으로 우리 스스로의 가슴을 할퀴지는 말아요.

그리고 우리 눈에 너무 이쁜 우리 아이들...남의 눈에도 어여쁘도록 우리가 함께 노력해요.


조금만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함께한다면

"벌레"가 되어버린 우리 슬픈 엄마들...

힘내서 아이에게 더 활짝 웃어주는 고마운 하루를 보낼겁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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