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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혜윰 goodlife Oct 29. 2020

내가 사는 이유

치유의 여행에서 되찾은 행복의 재발견

내가 살아가는 이유, 생각해보면 고정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어린 유년 시절엔 가족의 화목한 풍경이 좋아서 막연히 이 가족과 함께라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고, 청소년기에서 청년기 시절엔 감수성이 예민하고 사랑의 감정의 깊이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특정 사람이 내 인생의 전부처럼 목숨과 견주며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했었기도 했다. 또 그 시기를 건너고 사회인으로서 삶을 살아가게 되면서부터는 내가 사는 이유는 가족과 사랑보다는 내 독립된 생존과 개인의 성취욕에 더 의미를 두며 살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가족과 사랑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생의 에너지가 시기마다 다르게 집중되었던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니.   




심신을 치유하며 내가 사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는 시간도 가져볼 수 있었다. 여러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삶의 중반을 앞두고 찾은 내가 사는 이유의 공통점은 결국 행복하고 싶은 마음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가족이 좋아서 사는 이유도 결국 가족과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서 이고, 꿈과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도 결국 행복감을 만끽하고 싶어서다. 좋은 사람들을 발견하고 싶고 좋은 감정을 나누고 싶은 이 마음도 결국 사람 속에서 행복을 경험하고 싶어서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이유도 행복해지고 싶어서이고, 경제적인 삶, 돈이 있어야 하는 이유도 결국 행복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고, 살고 싶은 이유가 결국 행복하고 싶은 삶으로 귀결된다는 걸 알게 됐다. 철학적인 사조와 주옥같은 삶과 인생 명언 중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행복이란 주제, 정말 그 행복이라는 형체 없는 주제의 감정을 좇아서 나는 더 나은 삶을 갈구하며 살아가려 했었던 것이었다.  



평소 잘 들여다보지 않는 마음을 모아둔 저 깊은 심연 속에서 무심하게도 방치해둔 "행복'이라는 것을 꺼내와 쌓인 때를 벗겨내고, 얼룩진 부분도 닦아내며 들여다보았다. 뭔지 모를 복받치는 감정이 올라왔다. 행복이 다시 보였다. 삶에서 행복을 재발견한 기분이랄까. 나는 행복에 목말라했었구나. 행복하지 않으면 나는 고통을 받는구나. 행복이란 게 이렇게나 간절하고, 벅차고, 소중할 만큼 아름다운 감정이구나, 하고 잠자던 전의식이 깨워 난 듯했다.


행복이 들어간 수많은 표현이 더는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더라. 행복을 주제로 하는 그 수많은 이야기가 더는 진부하다고 여겨지지도 않더라. 심신이 지쳐서 한 발짝도 나아가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삶에서 이 행복감이 주는 가치를 되찾게 하려고 내게 고통을 주고, 나를 아프게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심신을 치유하는 시간에서 삶을 되돌아보며 내가 사는 이유로 건져낸 것은 '행복'이었다. 행복감이 삶의 면역력과 같은 건가 보다. 행복감이 약해지니 이토록 아프게 될 줄이야. 정말이지 너였구나. 너를 얻기 위해서였구나. 정말, 행복의 재발견이 아닐 수 없다. 마침내 나는 행복해지고 싶어서 사는 사람임을 확인했다.


심신의 건강도 회복하고 이렇게 행복의 가치까지 재발견하고서 나의 인생 호는 다시 닻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넘실대며 흘러가는 바다가 좋다. 바다처럼 흘러가면서 유영하듯 삶의 소중한 경험을 보물처럼 찾아내 그 속에서 다채로운 행복감을 맛보며 살고 싶다. 그러려면 삶에는 여유와 적당한 쉼이 필요하다. 속도에 신경 쓰면 삶의 여정에 숨겨둔 보물들을 발견하기가 어려울 테니까. 항해를 다시 시작하며 들었던 생각은 행복을 방향 삼아 열심히는 살되, 삶의 균형점은 잃지 말고 잘 잡고 살자는 거였다.


내 인생 호가 흘러가는 새로운 세계에서는 또 어떤 풍광이 기다릴지 그 속에서 나는 어떠한 삶의 보물들을 발견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조급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삶의 보물은 목적지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둘러보면 내 마음에 따라 어디에서든 찾을 수 있으니까. 천천히 흐르면 흐르는 대로 좀 더 많은 것들을 담아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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