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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혜윰 goodlife Oct 29. 2020

내 마음의 조경사

마음도 조경하듯 지속적인 셀프테라피가 필요하다.


남부러운 것 없어 보이는 유명인사들도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남모를 굴레의 고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삶 이면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끊고 생을 마감한 소식을 접할 때면 얼마나 큰 굴레의 고통이 있었길래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 하는 종잡을 수 없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굴레의 고통 없이 진정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지구 상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어 노력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형식 없이 진정 완전한 자유로움을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듯하다.


시선을 바꿔서 내 주변만 돌아와도 우울증,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등 불안증에 시달려 심심찮게 정신과나 상담실 등을 찾는 사람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다. 더는 정신과 마음의 문제가 개인 혼자서 감당할 몫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의 하나로써 의식을 개선하고, 환경과 조직, 시스템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커진다.


심신의 건강을 위협하는 만연된 잘못된 관습과 관행도 쇄신해 많은 사람이 심신 건강도 챙겨가며 일하고 생활할 수 있게 의식적 분위기도 바꾸어가면 좋겠다. 더불어 마음도 몸에 대한 종합검진을 받는 것처럼, 종합적으로 체계적인 진단과 치료, 지속적인 치유 관리받을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과 케어 서비스 등도 확대해주고.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게 심신 케어 서비스를 편히 이용할 수 있는 분위기와 자원들을 조성해준다면, 우리네 삶의 질이 지금보다 더 많이 좋아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굴레는 형식과도 같다. 기존의 형식에 따르든,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 적용하든 사람은 태어나 죽는 그 순간까지 어떠한 형식 안에서 살아간다. 형식이란 또 다른 굴레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속세라는 현실의 세상에서 벗어나 저 산속 깊은 곳에 들어가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조차도 자기만의 자유로운 방식으로 날마다 노력하며 사는 삶일 뿐, 형식이라는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자기만의 자유로운 방식도 곧 삶의 형식, 자기만의 굴레를 만드는 셈이니까. 결국 이 세상에 살아가는 동안에는 우리의 삶은 굴레의 속성을 벗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각자가 지니는 굴레의 결이 다를 뿐이지.


내게도 여러 줄기로 자라난 크고 작은 굴레들이 내면을 휘감고 있다. 둘러보면 어떠한 굴레는 칼날처럼 매서운 깊은 상처를 남기지만 또 어떠한 굴레는 희망이 일렁거려 인내로 키워지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칼날처럼 느껴지는 고통의 굴레 그 실체는 주로 타인이나 환경 등 외부의 사회적 가치의 조건 요소가 내게 영향을 미치며 시작되는 것 같다. 반면 인내해야 할 희망의 굴레로 느껴지는 결은 내적인 변화가 일어나 스스로 껍질을 하나씩 벗어내고자 할 때마다 새로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 무엇이든 간에, 생을 다할 때까지 삶을 휘감는 굴레들은 피할 수 없지 싶다. 뽑아도 다시 자라나는 자생력 강한 잡초처럼, 굴레 또한 그러하니까. 산책하면서 마음을 고통스럽게 휘감고 있던 질긴 굴레를 게워내던 어느 날,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생겨나는 수많은 굴레를 피할 수 없다면, 자신의 의지에 따라 굴레를 조경해볼 수 있지 않을까.




타인이나 환경 등 외부적인 조건적 가치의 영향으로 나 자신이 감당할 고통이 넘친다면, 그래서 삶의 가치, 행복의 본질이 말라 가는 현상을 느끼면, 나는 지금처럼 마음을 전환해 그 굴레가 내 삶을 잠식하지 못하게 미련 두지 않고 뽑아가며 마음을 조경해 갈 것이다. 그리고 그 뽑아낸 공간에는 내면에서 피어난 좀 더 건강한 굴레를 찾아서 심어주며 살아갈 것이다. 스스로 꿈꾸는 삶에 가까워질 방법은 내면에서 찾은 건강한 씨앗에서 발견한 굴레에 결을 맞춰가며 조경하듯이 지속적으로 손질해주는 건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마음을 바꿨다. 나는 내 마음의 조경사다. 마음이 어수선해질 때면, 내 마음의 조경사가 되어준다. 내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이 굴레가 진정 내가 원하는 방향의 것인지, 짊어지고 갈 필요가 있는 굴레인지를 살펴가며,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불행의 굴레라면 뽑아 내주고 그 속에 다른 걸 채워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수시로 매만지고 다듬어주려고 노력해본다. 내 마음의 굴레를 수시로 정돈해가며 살아야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삶을 가꿔가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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