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your difficulty?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왜 그러십니까?"라고 하면 참을성이 충분한 사람도 '뭐 이런 사람이 있나?' 또는 '이 사람이 뭐 하자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난 참을성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서 생각뿐만이 아니라 즉시 반응이 튀어나온다.
1995년 전파통신 관련 국제 조약을 제개정하는 4주 동안의 긴 국제 회의에서 미국은 사전에 정해지지 않은 의제를 총회에 상정하여 논의하자고 하였고 유럽 등 많은 선진국들은 이러한 미국의 제안에 반발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난생 처음 국제 조약을 다루는 다자간 정부 회의에 우리나라 정부 대표단으로 참석 중이었던 나는(원래는 첫 참석이므로 배우기 위해 가게 되었으나 당시 상황은 조용히 듣고 배우기 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논의에 참여해야 할 만큼 인력이 부족했었다.) 미국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에 다소 정의감에 의해 미국 주장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말았다. 곧 이런 식의(정의감?) 발언이 다자간 협상에서는 쓸데없는 짓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서는 안될 짓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그 후 이러한 국제 회의에 계속 한국 대표로 참석할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날인가 미국은 양국 수석대표 회의를 한 시간 정도 하자고 제안이 와서 우리 측 수석대표를 모시고 회의 장소로 가 보았더니, 미국 수석대표를 비롯한 7- 8명의 미국 대표단이 회의장 한쪽 편에 앉아 있었다. 우리나라는 수석대표와 나 단 둘이었고. 우리가 자리에 앉자, 미국 수석대표는 바쁜 일정 가운데 소중한 시간을 내서 양자회의가 이루어지도록 와 주어서 고맙다는 매우 정중하고 의례적인 인사를 건네 후에 서로 바쁘니 본론으로 직접 들어가자고 하였고, 우리도 그런 식의 응답을 한 후 본론으로 들어 가게 되었다.
그러자 나온 미국 수석대표의 첫 마디가 'What is your difficulty?'로 물어 왔다. 질문을 받을 때, '네가 뭔데 내 고충을 물어보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또 한편으로는 '너 왜 미국이 하자는 일에 공연히 끼어 들어 방해하는 거야?' 또는 '왜 그러십니까?'라고 힐난하는 것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참을성이 부족한 나는 즉시 똑 같은 문장으로 질문하였다.
그런데 미국 수석대표는 내 질문을 받자 기쁜 표정으로 회의 의제 중 이런 저런 미국의 어려움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의 협조를 정중하게 요청하는 것도 포함해 가면서.
잠시 속으로 당혹해하던 나는 곧 냉정을 찾고, 미국의 설명을 열심히 들으며 미국이 요청하는 상항에 협조해 주어도 우리가 받아온 훈령상 위배될 것이 없음을 우리나라 수석대표와 함께 확인하는 등 무사히 양자 회의를 하였고, 미국에게는 회의 전에 이러한 내용을 우리나라에 충분히 설명하였다면 보다 협력적일 수도 있었음을 알려 주었다. 미국은 앞으로 우리에게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하여, 1995년 이후 지금까지 매 4년마다 개최되는 동 회의의 준비 기간 동안 양국은 여러 차례 다양한 사전 정보 교환 회의를 하고 있다.
*** 당시 논란이 되었던 건은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텔레데식'이라는 신규 프로젝트로 지구 상에 600 여개의 위성을 올려서 모든 국가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위성 네트워크를 제공하려던 것이 었으며, 동 회의에서는 이러한 위성 네트워크가 구축될 수 있는 주파수를 할당해 주었나 기술적 경제적 및 환경적인 이유로 구현되지는 못한 프로젝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