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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y Choi Jan 18. 2022

카스테라 - 박민규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 세기에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겠지. 
다음 세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고, 태어나겠지. 밑도 끝도 없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죽은 인간들의 영혼은 어디로 가는 걸까.
아마도 우주로 올라가겠지. 무엇보다 영혼은
성층권이라는 이름의 냉장고에서 신선하게 보존되는 것이니까.
그러다 때가 되면 다시금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거야.
아쨌거나 그런 이유로
다음 세기에는 이 세계를 찾아온 모든 인간들을
따뜻하게 대해줘야지, 라고 나는 생각했다.
추웠을 테니까.
많이 추웠을 테니까 말이다.

- [카스테라]


어쩌면 나는 여전히 그 밀실 속에서 살고 있다는 기분이다. 또 혹시나, 우리가 소유한 이 모든 것들이 실은 <386 DX-2>와 같은 것들은 아닐까 걱정이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 이 모든 것들은 나나 당신에게 실로 소중한 재산이고, 또 우리는 누구나 그것을 모으고 지키기 위해 살고 있을 테니, 말이다.

어쨌거나
그 특이한 이름의 고시원이
아직도 그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이 거대한 밀실 속에서
혹시 실패를 겪거나
쓰러지더라도
또 아무리 가진 것이 없어도
그 모두가 돌아와
잠들 수 있도록,

그것이 비록
웅크린 채라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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