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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튼바이시리우스 Jul 17. 2018

사회복지사의 ‘더 나은’ 세상

이상이 필요한 이유



머리 아프고 고리타분한 이야기. 복잡하고 별 도움되지 않는 이야기.


‘이상’이란 단어가 들어간 대화는 누군가에게는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이 심드렁한 반응만을 부르는 일이 된다. 특히나 직업적인 영역의 ‘이상’이란 허무맹랑한 주장이나 철부지의 생떼처럼 치부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상의 중요성을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현실에서 이상은 결코 우선순위가 아니었거나 필요한 정답을 알려주지 못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어렵고 현실과 먼 개념이란 이유로, 이상에 접근한다는 것은 공동의 과제이기보다 다분히 개인의 몫으로 남겨지기도 했다.




'이상'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보다 친숙한 '꿈'이라는 단어로 바꿔보자. 꿈이란 미래에 실현되길 바라는 이상적 결과 내지 과정 자체를 의미한다.


좋은 꿈이란 동사형의 꿈이다. 예를 들면, ‘가수'라는 명사형의 꿈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해준다’라는 동사형의 꿈이 필요하다. 가수가 되지 못하면 실패한 꿈으로 끝나버리지만 사람들에게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해줄 수 있는 방법은 가수가 아니라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동사형의 꿈은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을 넘어 지속성을 가진 꿈이자 동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평생 동안 간직할 수 있는 꿈을 가진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내가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왜 나아가는지, '살아있는' 꿈과 이상을 고민한다면 삶뿐 아니라 직업에서도 분명 본질에 가까운 담백하고 또렷한 시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 생 택쥐베리 -



사회복지사에게 이상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우리가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하기 때문이다. 누구는 그것을 변화나 성장, 또는 도움이라는 단어로 이야기 하지만 공통점은 누군가의 더 나은 삶, 또는 더 나은 세상과 마주 닿아있다. ‘더 나은’이란 것이 어떠한 상태인지 구체적 청사진이 없다면 우리가 과연 올바르고 지속 가능한 길을 꾸준히 갈 수 있을까? 스스로가 가진 구체적 이상과 중심이 있다면 세상의 기준에 오락가락하지 않고 일관성 있는 '변화'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사회복지는 정답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열 명의 사회복지사에게는 열 가지의 이상이 존재한다. 사회복지를 규정하고 실현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기준에 따라 관점과 방법이 굳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사회복지는 가치적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듯이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를 많이 팔아야 한다. 하지만 사회복지는 눈 앞의 결과만을 보지 않는다. 하나의 정답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접근방식과 목표지점을 인정한다. 답이 다르다고 비판받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답 또한 각각의 의미가 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구체적 이상이 필요하다. 단순한 각자의 이상이 아니라, 나조차도 설명할 수 없는 이상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 눈 앞에 같은 그림을 떠올릴 수 있는 합의되고 공유된 이상이 필요하다.


이상은 각자의 가치와 관점을 주고받으며, 서로 보완하고 성장한다. 이상은 굳어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상들이 모여 전체가 변화할 큰 방향과 의미로 뜻을 모아갈 수 있게 된다. 사회복지란 때로는 정답이 아니라 함께하는 방향이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이상이란 이루지 못할 꿈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손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은 이상이 되기 어렵다. ‘모두가 돕는 세상,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주는 세상, 지역사회가 모두 이웃이 되는 마을,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 등. 이상이란,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다. 왜냐하면 이상이란 완벽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고 안에서 '더 이상' 나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신이 이루어지지 않을 꿈같은 이야기를 했다면 그것은 이상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 맞다.


이루지 못할 꿈이라는 것은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상태에 최대한 가까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고 노력할 기준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오늘의 시간과 판단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이상향을 설정해야 한다. 지속성 안에서, 이상에 가까워지기 위한 동기와 주체성 그리고 성취를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회복지사에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의미의 ‘더 나은’이란?


사회복지사로서의 당신에게 더 나은 삶이란, 혹은 더 나은 세상이란 무엇인가? 달리 이야기하자면 당신이 수행하는 프로그램은 어떤 청사진을 가지고 진행되는 것인가? 당신이 수행하는 프로그램은 어떤 결과를 위한 노력의 산물일까? 당신의 고민과 노력들로 인해 더 좋은 변화가 이어지고 이어지고, 계속 이어지게 되어 다다르게 될 최상의 상태를 상상해본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이 추구하는 '이상의 상태'일 것이다.


아직 당신이 가진 구체적 이상이 없다 하더라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누구나 쉽게 구체적 이상을 가지는 것이 아니며 이상을 가지기 위해서는 본인의 환경과 질문과 경험 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상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완성된 것이 아니다. 혼자만의 이상을 넘어 누군가와 함께 공감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팀원이나 상사가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닌 것은 당연하다. 일치된 이상이란 주어지는 것보다 이해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듯 사회복지사의 이상도 그러하다. 이상의 힘이란 결과가 아니라 모두가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 자체가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려운가? 현실에서 만들기도, 적용하기도 모호한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자. 당신이 이루지 못할 이상을 향해 다가가고 싶다는 시작만으로 충분하다. 실패는 도전이 끝났을 때야 할 수 있는 말이다.


지금부터 우리는 사소하지만 구체적 질문들을 통해 이상을 알고, 현실을 보고, 대안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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