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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튼바이시리우스 Jul 18. 2018

파이팅을 외친다는 것

목적이 가지는 힘



2018년 러시아 월드컵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국팀에게는 시작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월드컵이지만, 스포츠란 본디 각본 없는 드라마이며 역경을 이긴 인간 승리의 스토리가 따라오는 것이 제 맛이다. 이번 월드컵도 눈물과 감동이 빠지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운동 경기의 응원에는 반드시 따르는 단어가 있다. '파이팅'. 원래의 단어 뜻과 다르게 '힘내, 아자' 등의 의미로 온 국민에게 통용되는 한국식 표현이다.




운동 경기가 아니더라도, 단체생활이 있는 어느 곳이나 동료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순간이 있다.


복지관은 김장 행사, 바자회 행사 등 직원들이 단합하여 진행하는 다소 육체적 활동의 프로젝트에 임할 때 '파이팅'을 자주 쓴다. 물론 내 한계를 살짝 넘어서는 업무나 밀린 업무 앞에서, 스스로 불끈 투지를 불태울 때도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혼자만의 파이팅이 아니라 내가 속한 조직의 파이팅이기도 하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동기를 부여하고, 나아가 내가 속한 조직이 일을 수행하는 공통의 열정으로써 '파이팅'을 의미하는 것이다.



어느 기관은 11월 말이면 3,000포기의 김치를 만들었다. 자원봉사자와 직원들이 3일 동안 김장행사의 대장정에 들어가는 것이다. 새벽마다 둥글게 모여 서서 마스크 밖으로 하얀 김을 뿜어내며 외치는 '파이팅'의 외마디는 업무 시작을 알리는 의식이었다.


유독 다 같이 힘을 쓰는 일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의미는 어찌 되는 것일까? 직원들은 김장에 있어서 매우 단순하고 표면적인 하나의 가치, 또는 목적으로 결집함을 알 수 있다. 이 3,000포기의 김치를 '필요한 클라이언트에게 전하기 위해 맛있게, 그리고 신속히 담자.'라는,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하는 동일한 목적이 형성되는 것이다. 동일한 목적이 있기에 누가 관여하지 않아도 힘을 모아 열의를 불태운다. 각자의 역할이 있고 누군가를 그곳에 대체하더라도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비교적 명확히 알고 있다. 이 의미를 운동경기와 비교해 본다면, 한 팀이 되어 경기를 하는 구성원들은 당연히 '승리'라는 목적을 함께 가지고 있고 그러한 이유로 ‘파이팅’이란 격려와 지지를 통해 의욕을 고취시키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사회복지사의 파이팅' 또한 그러하다. 우리가 정작 이벤트성 업무나 육체적인 업무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프로그램과 행정 업무 속에서, 호기롭게 '파이팅'을 외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하나의 가치, 동일한 목적에 대한 정의나 합의'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달리 이야기하자면 나와 별 관계가 없는 업무이거나, 관계는 있다 하더라도 추구하는 가치나 나아가는 목적에 관한 일치성이 없는 업무라 여긴다면 파이팅을 외치기에 민망함이 연출될 수 있다.



가치적인 일을 정체성으로 하는 곳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각자의 가치로 살아간다. 개개인들이 서로 다른 목적, 혹은 다른 개인적 동기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개인의 책임, 개인의 성과가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가치적인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살아 움직이는 일이며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워라벨, 또는 (이기주의가 아닌) 개인주의의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를 외치고 '조직'을 외치는 것이 구시대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가치가 곧 존재 이유인 곳은 개인의 이상과 가치를 실현하는 시대적 패러다임과 문화의 안착을 위해서라도 더더욱 공고한 기관의 가치 확립이 필요하다.



비영리조직의 꿈이란 '너는 나와 다른 가치를 꿈꾸더라도 문제없다. 업무만 잘 진행되면 오케이'가 아니다. 기관은 명확한 사명과 공유된 가치, 합의된 방향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비영리단체가 다른 조직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며 핵심이다.


비영리단체 내에서 파이팅이 가능한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인식하는 가치와 방향성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사회복지사들이 내가 몸담고 있는 기관의 존재 이유를 느끼거나 배운 경험도 없이 각자가 해석한 가치와 목적만을 가지고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 즉 조직이 일치된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동기를 부여하고 보상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비영리조직에서 파이팅을 외치게 해 줄 수 있는 리더십이며 조직의 건강함이다.


어느 리더가 이직 후 가장 먼저 한 일이다.

"나는 그 조직에 가서 6개월 동안 다른 일을 하기보다 우리 팀의 미션과 비전을 만드는 일만 했습니다."



이상향은 홈페이지를 위한 사명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움직이는 행동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모두가 함께 바라보는 목표점, 세부적으로는 조직뿐 아니라 나의 팀, 내 사업이 담고 있는 방향까지 합의되어야 한다. 그것이 이루어진 팀, 그것이 이루어진 조직이 어찌 세상을 위한 일에 소홀해질 수 있을까?


지리멸렬하고 의미 없다 생각하는 일들 속에 머무르다가, 어느 날 '파이팅'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를 경험해본다면 그 쾌감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내 앞자리, 옆자리의 동료들과 함께 우리의 가치, 우리 사업의 가치를 논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것이 곧 존재의 의미이며 진정성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와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가?

아니면 오늘, 누구와 함께 파이팅을 위한 대화를 시작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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