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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bysparks Dec 20. 2018

[준비] 없어서 못 살 게 아니라면

세 식구의 두 달치 짐싸기

짐 싸기 내용은 대부분 11개월 아이에 대한 내용입니다. 아이가 없거나 아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되게 재미 없고, 도움되지 않는 얘기일지 모릅니다. 저 역시 아이가 있기 전에는 떠나기 전날 밤 짐을 싸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돌도 되지 않은 아이와 함께 떠나는 준비에는 이런저런 자잘한 걱정이 따랐습니다. 아이를 빼고 나니 저희 부부의 짐은 별 걱정이 없었습니다. 성인들의 발리 2달 살기 짐에는 대단한 게 필요없으니까요. 옷 가지 몇 개, 칫솔, 신라면 4개, 책 한 두 권 이거 말고 뭐 더 필요한 게 있을까요?



28인치 대형 캐리어 2개와 베낭 2개.
1인당 30kg, 단호 몫 10kg까지 총 70kg.


우리가 두 달치 짐을 넣은 수 있는 부피와 무게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짐을 싸야 할지 모르겠어서 몇 주전부터 생각날 때마다 가져가야 할 물건을 메모해두었다. 대부분이 아이 짐이었다. 단호는 11개월 아이로 하루 이유식 3번, 분유도 3번씩 꼬박꼬박 먹고 있다. 아이의 생존에 꼭 필요한 의식주를 기본으로 엉성한 리스트를 추려보았다.


여름 옷가지(외출용, 내복, 혹시 모를 긴팔), 수영복과 보행기 튜브, 기저귀(1~2일치만, 발리에서 살 예정), 수영기저귀(20개쯤, 발리에 없을지도 몰라서, 역시나 이곳에선 못봤다), 분유(2통만 챙겼다. 어차피 두 달치 분유를 가져갈 수 없어 거기서 새 분유로 갈아 탈 예정), 이유식용 쌀(3kg 세 포대),  실온 이유식(첫 일주일은 주방이 없는 리조트라 이사 가기 전까지 먹일 예정으로 20개 정도), 1~2인용 작은 밥통(이유식 기능이 있어 쌀과 온갖 재료를 넣고 취사를 누르면 끝), 라면포트(물을 끓이거나 아기 용품 소독, 이유식 중탕 때 사용), 이유식 어시던트(아기용 김, 요리가케, 육수비법, 아기 참치), 젖병과 아기용 식기, 몇 가지 과자들, 담요와 타올, 책과 장난감 몇 개, 로션(수딩젤, 모이스처 크림, 비판텐, 선크림)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비약(지사제, 해열제,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 감기약 등).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비행기에 가지고 탈 짐들은 따로 챙겨야 한다. 


기내용 유모차, 비행시간 약 12시간 동안 먹을 이유식 2개, 분유(젖병, 보온병, 식힌물), 과자, 간식, 기저귀, 물티슈, 장난감 몇 가지 등


살면서 여행 짐싸기 리스트를 주도면밀하게 적어보고, 챙겼던 적이 처음이었다. 연수와 해외취업, 취재 등 꽤나 여러 번의 해외 오래 살기를 해봤지만 짐은 많아도 그냥 생각나는대로 넣었고, 뭔가 빠져도 사면 그만이었다.


우리 부부의 짐은 그래서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옷도 적게(가서 사자), 신발도 적게(가서 사자), 먹을 것도 줄이고(신라면 5개와 소주, 고추참치캔), 로션 스킨도 가볍게, 비상약 몇 가지, 책도 두꺼운 걸로 한 두 권씩만 넣었다. 여기에 노트북과 카메라 몇 개만 추가되었다.


두 개의 캐리어와 두 개의 베낭을 온 힘을 다해 잠그니 모든 짐들이 겨우 들어가서 가방이 터질까봐 걱정되었다. 캐리어 하나는 34kg, 그보다 살짝 작은 캐리어는 17kg이었다. 너무 무거워서 무게를 재려고 가방을 들다 손목이 나갈 뻔 했다. 문득 이 가방의 무게가 이번 여행의 무게처럼 느껴졌다.



괜찮을까?

괜찮겠지



도착한 후 짐에 대한 몇 가지 후기를 붙여봅니다. 


공항에서 캐리어 하나의 무게 허용량은 32kg입니다. 당당히 무게 34kg로 2kg나 초과한 우리는(봐줄까 싶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사람 많은 카운터에서 터질 것 같은 가방 문을 열고 밥통을 빼야했습니다. 물론 그 밥통을 들고 비행기를 타고 경유도 했습니다 ㅋㅋ


기내용 유모차를 가져갈 때 유모차 커버가 없으면 기내에 직접 들고 타지 못하고, 보당 직전에 맡겨 수화물에 넣었다가 내릴 때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경유할 땐 비행기 문 앞에서 받지만, 도착지에선 수화물과 함께 찾을 수 있어요.


술은 1인당 1리터 이상 못 가지고 들어오시는 거 아시죠. 걸리지 않으면 물론 그만이지만 간혹 랜덤으로 걸리기도 합니다. 그 자리에서 술병 뚜껑을 열어 우리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버려버리지요. 우리는 가져온 소주(1.8리터)를 무사히 지켰지만 며칠 뒤 왔던 지인은 모든 소주를 공항에서 버렸답니다.


아기 물건들 중에는 종류가 많은 것도 적은 것도 찾을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분유는 종류가 몇 가지 있으니 바꿀 순 있지만 제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할 것 같아요. 노발락 말고는 잘 몰라 일단 저는 익숙한 브랜드 네슬레에서 만든 포장이 제일 깔끔하게 생긴 제품(Latogen)으로 골라 원래 먹던(앱솔루트 명작)과 섞여 먹이고 있습니다.


기저귀는 마미포코와 팸퍼스,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 몇 가지가 있는데 마미포코가 가장 많고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라지 사이즈 30개에 60k(4800원 정도)


아이 과자 종류은 많아요. 퍼프도 있고 쌀떡뻥도 있고 곡물이나 과일로 만든 비스킷을 파는데 이게 와따에요. 저희 부부 밥 먹을 때 이 비스킷이 5분짜리 베이비 시터 역할을 합니다. 크기가 꽤 커서 아이가 잡고 먹는데 꽤 시간이 걸리고 맛있는지 여기 와선 그것만 찾거든요. 한국에 몇 박스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꾸따 까르푸에서 산 마미포코 기저귀와 네슬레에서 나온 퍼프 과자, 센세이션이었던 아기용 비스킷 그리고 기내에서 받은 호주 브랜드 Heinz의 아기 이유식


이유식을 만든 야채는 많아요. 양배추, 당근, 브로콜리, 배추, 감자, 단호박 등등. 가격은 대부분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합니다. 다만 육류나 생선 같은 애들이 조금 걸릴 때가 있죠. 닭, 소, 돼지, 생선 모두 있는데 괜찮나 싶기도 해요. 한국에선 한우만 먹였는데 이거 괜찮을까. 하지만 굶길 순 없으니 저는 몇 초 고민하고 바로 사서 닭도 먹이고 바라문디라는 듣도보도 못한(저 역시 먹어보지도 못한) 생선도 먹이고 로컬 소고기도 먹였습니다. 당연히 잘 먹었고 아직 탈도 없어요!


아기 약은 출발 며칠 전에 소아과에 사정을 말하고 상비약을 처방 받았었어요. 해열제, 연고, 지사제 등등. 여기도 약국이 있긴 한데 11개월 같은 어린 아이는 바로 줄 만한 약은 없어요. 보통 클리닉으로 가서 의사를 만나 처방 받는 편이 낫다고 돌려보냅니다. 클리닉 비용은 3-4만원 정도라고 저도 전해들었어요. 아직 병원을 가보지 못했거든요. 계속 안 갔으면 좋겠습니다.



또 뭐가 있을까요? 생각나면 보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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