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아마짱>
아마짱(2013)
주연: 노넨 레나(能年玲奈), 코이즈미 쿄코(小泉今日子), 미야모토 노부코(宮本信子), 하시모토 아이(橋本愛), 아리무라 카스미(有村架純)
장르: 아침드라마, 가족드라마
편성: NHK
편수: 156부
사람들의 인연과 운명은 어떻게 이어지고 변하는 것일까? 예전에는 인연과 운명이라는 것을 나 자신이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먹고 보니 꼭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어떻게든 안 되는 일이 있는 반면 아무런 노력 없이도 내가 성공할 수 있는 일도 존재한다. 아버지나 어머니의 생활을 보면서 어떤 부분에서는 '나는 저 모습이 닮아야 하지 말아야겠다.'라고 다짐도 하지만 그 모습을 이미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인연과 운명은 함부로 무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2013년에 NHK에서 아침드라마로 방영되었던 <아마짱>은 3대의 인연과 운명을 다룬 드라마다. 물론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쿠도 칸쿠로라는 뛰어난 작가의 재미있는 집필로 인해서 굉장히 가볍고 재미있게 표현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모습을 간과하기 쉽지만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운명'과 '인연'이라는 주제가 굵게 표현이 되어 있다. 이러한 '인연'이라는 주제를 사람들에게 다가가기에 쉽게 표현 함으로 인해서 2013년에 이 드라마가 '아마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점점 무너져 가던 NHK 아침드라마에 다시 생기를 불러일으킨 것이 아닐까?
도쿄에서 말도 없고 침울하게 지내던 여고생 '아마노 아키'(노넨 레나)는 그동안 뵌 적이 없었던 할머니 '아마노 나츠'(미야모토 노부코)가 위독하다는 말을 듣고 엄마인 '아마노 하루코'(코이즈미 쿄코)의 손에 이끌려 키타산리쿠의 소데가하마로 온다. 24년 전인 1984년(극의 시간대가 2008년이다.), 하루코가 아이돌이 되겠다며 도쿄를 가출한 뒤로 처음 온 키타산리쿠는 점점 몰락해가고 있는 어촌마을일 뿐이었다. 하지만 돌아간 시골집에는 나츠가 위독하기는커녕 건강했었고 상당히 불쾌하게 하루코를 맞아주었다. 점점 몰락해가고 있던 어촌마을의 관광상품인 '해녀'가 대가 끊길 위기에 처하자 지역주민들이 하루코를 속여서 돌아오게 한 것이었다. 이러한 사정 말고도 자유분방한 하루코는 너무 성실한 남편인 '쿠로카와 마사무네'(오미 토시노리)와 너무나도 조용한 아키 사이에서 '자신이 무엇인가?'하는 회의를 느꼈고 결국 남편과 헤어지기 위해서 돌아온 것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속임수로 인해서 하루코는 아키와 돌아가려고 힘쓰지만 아키가 도쿄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하게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 와중에 아키는 할머니 나츠와 해녀 클럽의 물질에 매료된 아키는 한 번은 할머니의 손에, 한 번은 자기 스스로 바다에 빠지면서 해녀의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게 된다. 특히 두 번째 바다에 빠질 때는 등대가 있는 방파제에서 직접 뛰어들게 되는데, 그곳에서 자신의 암울한 성격과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던 과거들을 바다에 버려두고 올라오게 된다. 이는 24년 전에 어머니 하루코의 모습과는 정반대인데 도쿄를 동경하고 하루빨리 키타산리쿠를 벗어나기를 원하던 하루코는 아키가 스스로 빠진 그 등대 밑에서 '바다 죽어!, 성게 죽어!, 도쿄, 하라주쿠, 오모테산도'등을 낙서한다. 결국 그녀는 시골에 대한 권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쿄로 떠났던 것이다.
도쿄에서 갑자기 사라지자 찾아온 아빠는 당장 아키를 도쿄로 데려가려고 하지만 도쿄에서 볼 수 없었던 아키의 활기찬 모습에 도쿄로 데려가지 못했으며, 하루코도 자신의 뜻대로 아키를 움직이지 않고 아키에게 선택권을 주어 키타산리쿠에 지속적으로 남게 된다. 그곳에서 아키는 해녀일을 배우면서 하루코는 스낵에서 나츠의 일을 도우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키타테츠(키타산리쿠 철도)에서 아키의 운명적 상대를 만나게 되는데, 바로 하루코의 중학교 스승이자 현직 현의원의 딸인 '아다치 유이'(하시모토 아이)와의 만남이었다.
유이는 지역 미인 선발대회인 초대 미스키타테츠에 선발될 정도로 미인이며 게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데로 도쿄에 가서 아이돌이 되는 것이 꿈인 여고생이다. 적극적으로 시골을 벗어나 도쿄에 가려고 하고 아이돌이 되려고 하는 것은 젊은 날의 하루코와 쏙 닮았다고 할 수 있겠다. 키타산리쿠의 지역 어른들은 '지역 발전'을 위해서 유이를 적극적으로 지역 홍보활동에 이용하고 자신도 아이돌이 되기 위한 발판으로 홍보활동에 나서게 된다. 원래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던 유이로 인해서 지역에 아이돌 오타쿠들을 비롯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으나 소데가하마에서 신입 해녀로 일을 하던 아키까지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아키 역시 유이와 함께 지역 아이돌로 각광을 받기에 이른다.
그 와중에 원양어선의 어부인 아키의 할아버지가 다시 배를 타러 떠나게 되자 열린 송별회에서 하루코가 '파도소리의 메모리'라는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이 노래는 아키의 인생에 있어서 터닝포인트가 된다. 아키는 유이와 함께 '파도소리의 메모리즈'라는 지역 아이돌 그룹을 구성하고 활동하기 시작하게 된다. 하루코는 아키가 아이돌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고3을 맞이하는 겨울방학 전까지 활동하기로 약속하고 지역 아이돌로 활동하게 된다. 특히 키타테츠에서 기획한 '다다미방 기차'는 키타산리쿠시의 관광산업이 발전될 정도로 영향을 주었다. 그 외에도 기존 어협 건물을 개조하여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해녀 카페'를 아키가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설립시켜 기존의 자신감 없는 태도에서 완전히 탈피한다. 그야말로 천덕꾸러기에서 한 사람의 해녀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해녀 카페와 우연히 본 1980년대 영화인 '파도소리의 메모리'와 주연 배우인 아이돌 '스즈카 히로미'(야쿠시마루 히로코)에 매료된 아키는 유이와 함께 도쿄에 가서 아이돌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된다. 마침 '파도소리의 메모리즈'의 명성을 듣고 호박을 다루는 기술자인 '오다 벤'(시오미 산세이)의 제자로 잠입한 연예기획사 스카우터 '미즈쿠치 타쿠마'(마츠다 류헤이)의 정체가 유이에게 밝혀지고 미즈구치가 유이와 아키에게 도쿄로 가서 기획사 사장인 후토마키(후루타 아라타)를 만날 것을 제의한다. 하지만 지역 아이돌의 상실은 지역의 몰락으로 생각한 지역주민들과 극렬하게 딸이 아이돌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하루코의 방해로 도쿄의 도주는 성공하지 못하다가 결국 지역주민의 승낙을 얻어 아키와 유이는 도쿄로 가게 된다. 하지만 아이돌이 되고 싶어 했고 발전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생각이 되었던 유이는 당일에 벌어진 큰일로 인해 가지 못하게 되고 들러리 역할만을 했던 아키만 도쿄로 향하게 된다.
자신이 태어나서 머물면서 특징 없이 어두운 존재였던 곳인 도쿄로 돌아온 아키는 첫날부터 많은 고초를 겪게 된다. 자신이 속하는 GMT라는 그룹은 주 그룹인 아메요코 여학원의 보궐 그룹이었으며 화려한 무대 밑의 일명 '나락'이라는 곳에서 멤버들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철저한 경쟁, 철저한 약육강식 사회에서 아키와 멤버들은 많은 고초를 겪기도 하고 차별을 당하기도 하지만 유이가 도쿄로 오는 날을 그리며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특히 기획사 사장인 후토마키는 아키의 모습을 눈여겨보고 있었고 연기 공부를 해보라는 뜻으로 대배우인 스즈카 히로미의 스태프로 들여보내 연기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획사의 도움은 얼마 못 가서 없어지게 된다. 아키의 어머니가 하루코라는 사실을 밝히자 그 후로 사장 후토마키의 모습은 정반대로 변하여 아키를 연예계에서 떠나보내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하기 시작한다. 24년 전 후토마키는 당시 신인 아이돌 배우인 스즈카 히로미를 키우기 위해 아이돌의 꿈을 가지고 도쿄에 와있던 하루코를 이용하였던 것. 후토마키는 답례로 하루코를 아이돌로 키우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지만 번번이 '운이 아니다. 때가 올 때까지 조금 기다리자.'라는 말로 아이돌 데뷔를 미루다가 5년 뒤에 좋지 않게 헤어지게 된 것이었다. 그로 인해서 스즈카 히로미와 자신은 위대한 여배우와 프로듀서로 이름을 떨치게 되지만 하루코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고 아키의 엄마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이러한 후토마키와 하루코의 악연은 결국 아키가 GMT로 데뷔 직전에 기획사를 나오게 되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기존의 도쿄에서의 하루코의 좌절과 아키의 어두움은 다시 돌아온 도쿄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화하게 된다. 도쿄에 돌아와서 딸의 데뷔 과정에 대한 후토마키와의 이견으로 소속사를 나오게 만든 하루코는 '내가 아이돌을 만들어줄게'라고 하면서 개인 소속사 사무소를 차려 아키를 아이돌로 키우려고 한다. 일시적으로 헤어졌던 아빠인 마사무네는 딸의 아이돌 데뷔를 물심양면으로 돕게 되고 아키 역시 좌절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결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한다. 게다가 후토마키의 아키 축출에 불만을 품고 있던 미즈구치가 하루코의 사무소인 '쓰리제이 프로덕션'에 합류, 아키는 이들의 노력과 자신의 노력으로 점점 아이돌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결국 아키는 가족들과 미즈구치, 스즈카 히로미의 도움으로 아이돌로 자리를 굳히고 연기에 까지 도전하여 영화 주인공까지 되지만 정작 아이돌이 되고 싶었던 유이는 한없이 아이돌이라는 꿈과는 멀어져 가고 있었다. 자신에게 닥친 여러 가지 역경들을 넘지 못하고 결국 꿈을 포기하고 날카롭게 변해버린 것이다. 자신이 가고 싶은 도쿄에 가지 못하고 또한 아이돌이 되지 못한 채 좌절하게 되었다. 처음에 부정하고 싶었던 아키의 모습을 나중에는 인정하게 되고 역경들도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해결하게 되었지만 도쿄에 나오는 기회는 번번이 좌절하다가 최종적으로 도쿄에 가는 것을 포기한 사건이 벌어졌으나 바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다. 아키의 초대를 받아 도쿄로 가게 된 날, 덮친 대지진과 쓰나미는 그의 꿈과 모든 것을 앗아갔다. 지진으로 갇혀있던 기차에서 나와서 본 휘어지고 끊어져 버린 철로는 유이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꿈에 대한 열망이 있었지만 그것에 닥쳐온 역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모습은 24년 전 하루코와 똑같다고 볼 수 있다.
한편당 15분으로 짧지만 156편이나 되는 매우 긴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드러나는 인연은 다소 복잡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아이돌이라는 꿈을 갖고 있었으나 끝내 좌절해버린 하루코와 유이, 아이돌이라는 꿈이 없었지만 아이돌이 되어버린 아키, 24년 전 악연과 인연으로 연결된 후토마키와 하루코, 스즈카 히로미 그리고 나츠-하루코-아키의 관계는 여러모로 간단명료 하다. 24년 전의 하루코는 나츠와 수많은 갈등을 벌이는 모습은 하루코와 아키의 관계에서도 은연중에 드러나고 있으며 하루코가 아키에게 자신의 길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주는 것은 나츠가 하루코에게 보여준 '자는 척'하기와 일맥상통한 것이다. 또한 아이돌이 되고 싶어 여러 가지 도전을 하지만 역경을 넘치 못하고 좌절하는 모습은 24년 전의 하루코와 유이의 모습에서, 역경을 넘어서 목표를 이루는 모습은 기획사 사장이 되어버린 현재의 하루코와 아이돌이 된 아키의 모습에서도 유사성이 드러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는 키타산리쿠라는 곳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키타산리쿠에서 삶의 의미를 찾은 사람은 돌아가서 성공을 하게 되지만 열망은 있으나 그곳을 벗어나기만을 바라던 24년 전의 하루코와 유이는 결국 좌절하게 되었다. 지금 닥쳐 있는 현실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현실을 부정하고 다른 곳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NHK 아침드라마가 긍정 에너지로 꽉 차있는 것 답게 후에는 모든 악연들이 해소되고 인연들이 정리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130회부터 등장하는 '동일본대지진'은 지역사회와 인연의 단합(이 때문에 프로파간다 드라마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일부는 나도 동의하는 바다.),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음악보다 더 많이 들리던 '파도소리의 메모리'라는 노래는 하루코 세대인 1980년대와 아키세대인 2000년대를 잇는 하나의 매개체 그리고 그 노래로 인해 분열되었던 인연이 다시 봉합이 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아마노 하루코'를 연기한 코이즈미 쿄코가 80년대 아이돌 3대 천왕 중 한 명이며, '스즈카 히로미'를 연기한 야쿠시마루 히로코가 70년대 말부터 인기가 많았던 중견 연기자였기 때문에 극의 내용과 그들의 활동 내용과 비교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고 그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이러한 모습들은 일본 국민들에게 상당히 많은 지지를 얻었으며 이 드라마가 크게 히트하고 이 이후에 NHK 아침드라마가 중흥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아무리 내가 인연을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부모와 자식 사이에 이어진 인연과 그를 통해서 나타나는 유사함은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오묘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것에서 정해져 있다고 생각되는 운명은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운명이 바뀔 수도 있고 그 운명이 고정될 수 도 있음을 이 드라마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비록 매우 긴 내용의 드라마이지만 서로 소통을 하지 못하고 모든 실패와 그에 대한 책임을 운명과 인연으로 돌리는 현재와 같은 무기력한 사회에서 위로가 될 수 있는 드라마로 <아마짱>이 역할을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