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ji Jeon May 15. 2016

미술관 방랑자, 미술관 여행자 4

그러나 미술관 방문객은 아닙니다

4. 상해의 매력은 어디까지

<상해당대예술관>


  중국 미술이 뜨고 있다. 숱한 미술 관련 언론에서 대서특필한 그대로다. 사실 ‘뜨고 있다’라고 표현하기엔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 현대미술은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이 쫓아갈 수 없을 만큼 높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 나는 중국 미술의 꾸준한 성장을 모른 척 하며 모든 것이 단기적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러나 불찰을 깨달은 뒤, 가까운 시일 내로 상하이에 위치한 현대미술관을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미리 밝히자면 지금까지의 중국은 나에게 그다지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었다. 일전 방문했던 도시들에서 본 사람들은 시끌시끌했고, 차들은 경적을 멈추지 않고 울려댔다. 심지어 경찰차조차 신호를 지키지 않고 보행자를 향해 마구 경적을 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 나라의 미래는 한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오랜만에 방문한 중국의 국민의식 또한 이전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어보였다. 그러나 10년 전과는 다른 도시 곳곳의 모습과 올해로 열 살이 된 상해당대예술관의 전시에 예상치 못한 매력을 느끼고 돌아왔다. 

  인민광장 안으로 굽이굽이 들어가다 보면 어딘가 어정쩡한 현대건축물이 하나 보인다. 왠지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통유리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 건물의 건축양식은 분명 현대적이었다. 단체로 태극권을 하는 중년의 시민들 때문인지, 아니면 연꽃이 가득한 이국적 호수에서 사진을 끊임없이 찍는 금발의 관광객들 때문인지 이곳에서 ‘현대미술관’의 아우라를 느끼기는 힘들었다. 실망으로 가득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상해당대예술관은 겉과 속이 다른 곳이었다. 예술관을 방문했을 당시 진행된 Shanghai Ever 전시는 지난 10년 간의 미술관 발전사와 함께 빠른 속도로 코스모폴리스로 발돋움한 도시 상해를 조명했다. 중국의 유명 화가들이 각자의 전문성에 기반을 두고 과거의 상해와 현재의 상해를 한 폭에 담아 먹으로 그린 작품, 빌딩들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미디어 아트, 지난 세월 상해 시민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라디오 녹음본이 흘러나오는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등 폭넓은 범위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여기에서 형태의 통일성은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다양성 속에서 작가들은 어떤 모습으로든 상해의 지난 10년을 표현해냈고, 열 살이 된 미술관이 터전으로 삼았던 상해에 대해 말하며(모든 작품에서 내러티브를 발견할 수 있었기에 ‘말한다’고 쓰겠다) 상해-발전-미술의 연결고리를 단단히 한다. 이에 덧붙여 큐레이터 미리암 선은 상해의 성장이야말로 세계의 성장을 대변하는 미니어쳐라고 강조하였는데, 이와 같은 상해만의 도시적 특성 덕분에 10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르네상스’로서의 전시가 개최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미술관의 이름은 정확하게는 상해당대예술관(上海堂代藝術觀)이다. 흔히 ‘현대’라고 표현되는 지난 몇 십 년의 세월 대신 10년이라는 시간의 ‘당대’를 미술의 경계를 넘어 전반적인 ‘예술’의 형태로 보여주는 이곳은 일반적인 분류에서 바라보는 현대미술관(現代美術觀)이 아니었던 것이다. 상해의 중심인 인민광장, 그리고 그 중심의 상해당대예술관. 또 다시 그 중심에는 빠른 성장에 자만하지 않고 약간은 이르다고 생각될 정도의 르네상스를 만들어내는 작품들이 있다. 미래를 향해 멈추지 않고 치닫는 동시에 과거를 잊지 않는 그들이 있기에, 오늘도 중국 미술은 끝없이 성장한다. 


http://magazine.urbanpoly.com/?p=157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