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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혁 Sep 29. 2016

프리다 칼로, 디에고 리베라

서로의 인생을 존중한 그들의 방식

0.

"프리다는 늘 그랬다. 자신에게 닥친 고통이나 고독을 회피하지 않고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그것들 스스로 항복하도록 만들었다. 그녀가 그토록 열정적으로 그림에 매달렸던 이유다.

성숙한 인간은 자신의 고통뿐만 아니라 타인의 고통마저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그 고통을 말없이 함께 짊어지는 사람이다. 그렇게 할 힘이 없다면 두 사람이 함께하는 삶의 문장 중간중간에 묵묵히 말없음표를 찍으며 함께 있어줘도 된다.

이것이 바로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가 함께했던 방식이다. 한없이 깊은 상호 존중과 말없이 나누는 배려의 말이다."


1.
프리다 칼로는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 장애를 극복해 갈 무렵 척추가 모두 손상되는 사고를 겪는다. 철저하게 파괴된 육체로 그녀는 평생을 침대 위에서 보냈다. 그러나 그녀에게 삶의 이유를 제공한 것은 그림. 끊임없이 자화상을 그리며, 자화상 속 이상향인 '강한 자신'을 다듬어간다. 그렇게 약하지만 강한 삶을 살아간다.

디에고 리베라는 결혼 실패 후 만난 또 다른 사랑. 끊임없이 불륜을 저지르는 디에고 리베라이나, 그녀는 그를 떠나지 못한다. 프리다 칼로의 삶 한복판에 절망이 내리 꽂힐 때마다, 디에고 리베라는 말 없이 붓과 물감을 선물한다. 그녀의 삶의 이유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


2.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분명 존재하지만 자신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삶의 이유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뚜렷히 응시하는 이는 적다. "왜 사냐"라는 질문에 사는 데 이유가 어딨냐며 어려운 말, 쓸 데 없는 말 하지 말라 대답하는 이들이 많다.

자신도 제대로 응시하기 힘든 삶의 이유를 타인이 알아주고 응원까지 받는 다면, 그 것이 영혼을 소통하는 사이라고 말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녀가 그린 자화상을 한참 쳐다본다. 나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지, 자화상을 그려가는 나에게 말 없이 붓과 물감을 전해줄 사람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게 붓과 물감을 선사할 수 있을지도 생각한다. 타인의 삶과 그 삶 속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나의 것들과 담담히 조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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