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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욱 Jun 17. 2019

책을 내는 일의 두려움

신간 <몽골, 안단테> 소식

예스24: https://bit.ly/2F7k0Mz

교보문고: https://bit.ly/2KgoCnW

알라딘: https://bit.ly/2Xdk47A

인터파크: https://bit.ly/2IECIfy


올해 봤던 드라마 중에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비현실적인 작가 겸 출판사 편집장 이종석과 역시나 비현실적인 출판사 직원 이나영이 나오는 드라마였죠. 한국 드라마 특유의 로맨스를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서 나름대로 출판업계의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풀어내서 상당히 재밌게 봤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출판을 앞두고 계약을 파기한 채 잠수를 탄 작가를 이종석과 이나영이 찾아가는 에피소드였습니다. 둘은 결국 작가를 찾아내지만, 작가는 여전히 출판을 거부하는 상태였습니다. 두려움에 휩싸인 거였죠. 자신감을 잃은 작가에게 극 중에서 이종석은 이렇게 말합니다.


- 작가님 제가 솔직한 위로 하나 해드릴까요? 작가님 책 많이 안 팔릴 겁니다.

- 네?

- 요즘 사람들이 책을 참 안 사봐요. 베스트셀러 아니면 3000권 팔기도 어려워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요, 망신을 당해봐야 3000명이고 작품 엉망이다 욕해봐야 3000명이에요.

- 3000명.. 뭐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고, 그리고 사람들한테 욕 좀 먹고, 금방 잊고, 또 잊히고. 하면 되죠 뭐.


마침 두 번째 책의 원고를 마감하고 있을 타이밍이었어서, 이 말이 참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첫 책이 초판 2000부도 다 안 팔렸으니(왜 '중쇄를 찍자!'라는 드라마가 있는지 알겠더군요), 내 책이 아무리 졸작 이어 봐야 욕하는 사람은 2000명도 채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야속하지만 냉혹한 현실이, 그때부터는 묘하게 위로가 됐습니다.

출판을 앞두면 작가는 늘 두렵습니다(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저자교를 진행할 즈음이 되면 사실상 '될 대로 돼라' 싶은 기분에 휩싸이죠. 쓸 때는 최선을 다해서 썼지만, 막상 이따위 졸작이 세상에 나온다는 생각을 하면 앞이 캄캄해집니다. 그래도 글은 이미 쓰였으니, 세상에 내보이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겠구나 싶은 마음으로 꾸역꾸역 책을 냅니다. 물론 그렇다고 적당히 하는 건 아닙니다. 마음가짐만 저럴 뿐이지 사실 책을 낸다는 건 고작 작은 디테일 하나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어쩌면 100부도 안 팔릴지 모르는 책이지만, 누군가는 그런 책 하나에 감동을 받거나 인생이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이런 마음을 담아 몽골 여행기를 썼습니다. 출간 소식이기는 하지만 몽골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네요. 그동안 몽골 여행기를 올렸던 매거진을 정리해 낸 책이지만 많은 내용이 더해지고 빠졌습니다. 제 브런치를 봐주시던 분들이라면 아마 글을 보셨을 테니, 자세한 내용을 설명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내용을 설명할 필요도 없겠죠. 말 그대로 '몽골 여행'에 대해 쓴 책입니다.

21세기에 책을 만드는 미련한 짓을 벌써 두 번째 저질렀습니다. 몇 년 동안 글을 쓰고, 4~6개월 동안 몇 만자의 글 속에서 오타를 찾아내는 일을 하면서도 고작 몇 백명만 읽을지도 모르는 책을 만들고 있는, 저와 비슷한 일을 성실하게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냅니다.


모쪼록 이번 책도 잘 부탁드립니다.


https://www.instagram.com/jw_yoon_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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