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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Aug 09. 2018

야간운전에 대한 변명

우연한 만남 때문이다

세티프(Sétif)에서 알제로 돌아오려는 찰나, 우연하게 호텔의 조경을 관리하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건넸는데, 갑자기 그가 자기 회사의 사장님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그럼 그렇게 하자고 대답했더니, 옆 건물에 있던 사장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금새 찾아왔다. 


테이블에 앉아 상당히 젊어보이는 사장과 서로 살아온 이야기라던가 조경을 주제로 이야기하는데, 그가 이따 자신의 클라이언트와 약속이 있는데 같이 갈지 묻는다. 알제까지 되돌아가야할 거리가 3시간 이상 걸리는걸 모르지 않건만, 나는 흔쾌히 그렇게 하자고 대답했다. 그래서 세티프 근교에 있는 그 클라이언트의 집에 놀러갔고 그러다가 그의 정원에 대해서 얘기를 한참 나눴다. 정원 안에 있는 수영장에 수영하자고 하는 권유에는 사양했다. 이제 집에 돌아가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사장이 내게 묻는다. 


"시간 괜찮으면 제 아틀리에 한 번 가볼래요?"


(주저하지 않고) "네!!!"


철, 목재 등이 조경용으로 어떻게 가공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의 아틀리에에서 생산과정에서부터 판매과정까지 모두 다 듣고나서야 그와 이별의 인사를 나눴다. 


이미 늦은 저녁이라 그때 출발해야 자정쯤 겨우 도착할 정도였으나, 이번에는 굶주린 배가 날 떠나지 못하게 했다. 식당에 음식을 주문했는데 이 날따라 식당 서비스는 더욱 느렸고, 음식을 다 먹고 차에 올라타니 밤 10시반이었다. 근데 핸드폰 밧데리가 없어 네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없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길을 묻길 여러 차례, 나는 고속도로를 겨우 탈 수 있었다. 


알제리의 고속도로 상황은 여러 모로 열악한데, 야간운전에서 가장 큰 위험요소는 가로등의 부재이다. 그저 깜깜한 밤의 도로를 시속 120km이상으로 달리고, 어떤 운전자들은 과속까지 한다. 그러니 나는 그저 내 앞에 있는 적정한 속도의 아무 차량의 뒤를 그저 뒤쫓는데 바쁘다. 그 차량의 미등에 의지해서, 미등이 흔들리는 순간 감속페달을 밟는 식이다. 가끔 나있는 도로의 구멍을 피하는데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그렇지만 세네갈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곳도 알제리처럼 가로등 불빛은 없으나 세네갈 도로 주변에는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 그리고 만약 검은 옷이라도 입은 행인이 있는 경우 온통 까맣게 보여 운전자 입장에서는 거의 그의 존재를 알아챌 수가 없었다.  


하루를 온종일 피곤하게 보냈던 데다 야간운행은 내 체력을 소진시켰고, 눈이 자꾸 감기려해서 어쩔 수 없이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뒷좌석에 누워 잠시만 쉬었다 가기로 마음먹었는데...


일어나보니 다음날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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