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에가 자신의 엄마에게 2014년 여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야기 하겠다고 했지만.... 엎드려 절 받은 그 기분은 뭔가 나도 모르게 계속 나를 침울하게 만들었다. 그 우울한 기분을 모두 껴앉고 나는 1년 만에 다시 칸에 가게 되었다. 마냥 칸에 온 게 좋았던 작년과는 다르게 올리비에와의 결혼이야기가 기분좋게 행복하게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 영화 일을 바쁘게 하고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니 '나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 파리 온지 일 년 반 만에 처음으로 ‘프랑스에 오길 진짜 잘한 걸까?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영화 일 대신 결혼이라는 선택을 하려는 것인데....정말 영화 일 안 하고 살 수 있을까?’ 수없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다보니 내 속은 시커멓게 타고 있었다.
불행중 다행은 나와 올리비에의 모든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절친이 칸에 모 여배우 헤어 담당으로 온 덕에 나는 답답했던 여러 이야기들을 그녀와 밤늦도록 나눴고 간만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우연히 칸의 한 골목길에서 한국에서 일할 때 알고 지낸 한 영화 투자사의 이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나의 안부를 물으며 “언제 한국 돌아와? (유학 온 걸로 생각하셨기에) 나랑 같이 한번 일해 봐야지” 라고 말씀하시며 정식으로 마케팅 실장자리를 제안하신 것이다. 최근에 올리비에에게 지쳐서 그런지... 나는 결혼이 그리 싫으면 나한테 확신이 없는 거니까 한국 가지 뭐 하는 마음도 조금 들었던 상황이기에 이사님의 일자리 제안은 정말 이보다 더 솔깃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진심으로 파리에 올라가는 대로 더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다고 말해버렸다. 결혼이야기에 지쳐서 그런지 정말 일이 너무나 그리웠다. 노정에 이사 와서 몇 달 동안 나의 심리상태를 감안해보면 영화일에 대한 갈증과 그리움, 경제적인 불편함, 자아실현 등 모든 것에 있어 프랑스에 온 이후 나는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