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7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다시 소독용 샴푸로 샤워를 한번 더 했고(병원의 지시 사항) 우리는 아침 7시 병원에 도착했다. 이미 한번 해본 일이지만 여간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탈의를 하고 간호사가 들어왔다. 나는 지난번에 전신마취를 해서 난포 채취를 했다. 내 자궁에 혹이 있어 부분 마취를 하고 난포를 채취할 경우 내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것이며 난포 채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의 소견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신마취를 했고 깨고 나서 굉장히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엔 어쩐지 부분마취로 표기되어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나는 간호사에게 확인을 했고 간호사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마취의사도 뭐지 하는 표정의로 나의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자 역시나 나는 수면마취를 해야 했다. 괜히 이런 날은 사소한 것에도 신경이 쓰이지 않는가... 불길한 마음을 감출 길 없었지만 다행히도 마취를 담당한 여의사가 다정하게 나에게 국적을 물어봤고 한국인이라고 하자 자신이 한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음식도 맛있었어요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잠이 들어버렸고 역시나 회복실에서 눈을 떴다.
시간은 약 2시간가량 지난 상태였던 거 같다. 몸에 아직도 마취의 기운이 남아있어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다. 뭐랄까 엄청 심한 감기에 걸려서 센 감기약을 먹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 몸에서 약기운이 막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온몸을 부르르 떨고 너무너무 불안하고 어딘가에 갇혀있는 듯 한 느낌에 시달리고, 불쾌하고 잠도 오지 않았다. 1시쯤 병원에서 13개의 난포가 채취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정자와 만나 몇 개가 건강한 배아로 남게 될지가 관건이었다. 그리고 소변본 것이 확인되자 간호사는 우리에게 집에 가도 좋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 배를 따듯하게 한 뒤 나는 침대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고 그렇게 잠이 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