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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outjina Jun 11. 2024

이토록 사적인 독서모임이라니_Ep.25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 E. M. 델라필드

2024년 4월 12일(금) BnJ의 제25회 독서모임.

봄을 만끽할 수 있었던 4월의 어느 날.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서 진행된 독서모임.

독서모임은 아름답게 진행되었지만, 그 과정은 아름답지 않았다.

처음으로 완독 하지 않고 진행된 독서모임.

J : 앞으로 난 책을 고르지 말아야겠다.

B : ...ㅎ ㅎ  





※ 본 글에는 일부 스포가 포함돼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B: ....


J: 할 말이 없나 봐요? ㅎㅎㅎ


B: 음... 먼저 이 책을 왜 고르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J: 몰라? 골라둔 지 좀 꽤 오래된 책이라 왜 골랐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요. 근데 홍보 문구에 '100년 동안 한 번도 절판되지 않은 책'이라는 문구가 있었거든요. 그것 때문에 골랐던 것 같아요.


B: 100년 동안 한 번도 절판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안 팔려서가 아닐까?


J: ㅎㅎㅎ 아니야... 아마 정말 잘 팔려서 절판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내가 간과했던 건, 절판되지 않은 기록이 영국에서의 기록이지 한국에서의 성적은 아니라는 거죠. 이 책이 시리즈물이잖아요. 2편이 뉴욕 가는 내용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 계약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1편이 나오고 2편까지 번역이 되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재미가 보장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믿음도 있었어요.


B: 어느 정도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다음 시리즈가 나왔을 거라는??


J: 그죠. 그리고 표지가 예뻤어요. 가볍게 읽기 좋은 책처럼 디자인됐더라고요. 그래서 골랐죠. 근데 이게 웬걸?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른 느낌인 거죠? 이 책이 한 여자의 일기 형태로 진행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가짜 일기인 거죠.


B: 진짜 일기가 아니고?


J: 네. 이거 작가가 그냥 쓴 거예요. 페이크 다큐 형태처럼. 소설이야 소설.


B: 난 진짜 일기라고 생각했어!


J: 아니야. 에세이가 아니고 소설이에요. 일단 내가 원작을 읽어본 게 아니기 때문에, 확실하게 얘기할 수는 없겠으나, 번역을 되게 재미없게 한 것 같아요.


B: 그냥 재미없는 책은 아니었을까?


J: 하... 모르겠어요... (나 이쯤 이날의 독서모임을 마무리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100년 동안 절판되지 않은 책이라는데 뭐가 문제였을까요?


B: 흠.... 사회학적 측면에서는 유효하고 재밌을 것 같기는 해. 1930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영국 귀족 여인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잘 담고 있고, 그리고 이 책 뒤에 보니까 페미니즘 바람이 불기 시작했을 때 이 책이 이제 나오기 시작하면서 어떤 여성의 일반적인 삶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쓰여있더라고. 그런데 그 시점에 이 책이 출간된 거니까 그런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굉장히 센세이션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왜냐면 유럽에서는 여성이 투표권을 갖기 시작한 것도 얼마 안 됐고, 거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여성의 인권이나 자주적인 그런 게 좀 더 낮으니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 유럽권 나라의 그 시기를 어느 정도 이제 알고 있고 역사적 맥락을 알고 있는 그 콘텍스트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재밌을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이 코미디의 장르는 확실히 블랙 코미디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영국 사람이 아닌지라 시대적 배경에 기반한 블랙 코미디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었어.


E. M. 델라필드 ⓒ National Portrait Gallery


J: 책 안에 영어는 한국어로 번역을 했고, 프랑스어는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쓰잖아요.


B: 응. 프랑스어를 발음 나는 대로 국문으로 썼지.


J: 맞아요. 그 부분이 웃을 타이밍인 것 같더라고요. 


B: 맞아. 발음을 그대로 쓴 것이 뭔가 재미있는 요소인 것 같은데 그것조차 내가 몰라...


J: 맞아요. 그리고 일기 사이에 '의문', '메모'와 같이 번외로 적어놓은 멘트들도 웃음 포인트인 것 같은데 그것도 이해가 잘 안 됐어요. 


B: 그래! 어떤 포인트가 웃음을 주기 위한 건지는 알겠어. 근데 그게 나는 웃기지 않다는 게 문제야.


J: 맞아. 이거 읽으면서 이와 같은 결에 좋은 평가를 받은 책이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인 것 같거든요?


B: 아... 나는 또 거기로 가자면 결이 좀 많이 다르게 느껴지는데.


J: 비슷한 시기에 같은 나라에서 발간된 페미니즘에 관한 책이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자기만의 방>>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은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유명하지도 않고, 언급되지도 않는다는 건 이유가 있지 않을까...?


B: 근데 절판된 적이 없는 책이라며.


J: 100년 동안 절판된 적이 없다고는 하는데....


B: 적게 내고, 책이 안 팔려서 일 수도 있지 않을까...?


J: 영국 사람들은 재미있나?


B: 그럴 수 있지. 나도 <<경성에 딴스홀을 허하라>> 이런 책을 보면 재미있거든.


J: 이게 1930년대에 쓰인 책인데, 이때의 책을 보고 지금 우리가 재미있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B: 나는 이게 실제인 줄 알고 읽었지만 허구의 소설이라며? 그렇다면 그 시대에 일어날 만한 어떤 것들을 계속 풍자하고 해석하면서 쓴 글일 거잖아. 그러니깐 그 시대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어떤 그런 코미디적 요소가 있지 않았을까?


J: 그죠. 그러니깐 우리가 보고 그때와 같이 웃기는 쉽지가 않을 거라는 거지.


B: 근데 영국 사람이 보면 좀 다를 수 있지 않겠냐는 거지. 내가 우리나라 1930년대 이야기를 보면서 그래도 비교적 재밌다고 느끼는 부분들이 있으니까 그들도 그렇지 않을까? 다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대적 배경이 다르고 그만큼 이해의 깊이가 다르니까 이렇게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거 아니냐는 거지.
그리고 이 책이 정말 재미있어서 봤다기보다는 그 시기에 이 여자들이 읽어야 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는 그런 책들이 있잖아. 그런 분위기를 타고 계속 꾸준히 읽혔을 수도 있지 않을까? 


J: 그리고 그때 당시에는 주간지에 연재되던 글이니까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고 한 번쯤 쓱 읽고 넘어가는 글이었을 수 있겠다 싶기는 해요. 이때는 지금처럼 어떤 유희거리가 없으니까 상류층 여자들끼리 가십지 읽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몇 안 되는 재미거리였을 거잖아요. 그러면서 입소문을 탔을 수도 있고.


B: 그래, 나랑 그냥 안 맞을 뿐이지.


J: 대체적으로 한국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르는 아닌 것 같아요. 난 이 책을 어느 누구에게도 추천하지 않을 것 같아요.


B: 근데 그냥 시간 죽이기 용으로 읽기에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


J: 나는 이런 글로 시간을 죽이지 않을 것 같아요.


B: 스토리가 있거나 추리를 요하는 것도 아닌 데다, 특별한 상상을 요하지도 않아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정말 시간 죽이기 용으로 읽어봄직하다 싶어.


J: 나는 그래도 이 책은 추천히지 않을 거고, 2권은 당연히 읽지도 않을 것이다.


B: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한가롭게 시간을 죽일 만한 그런 여유는 없는 사람들이라 더 그래. 


J: 맞아. 난 한 권을 읽어도 되게 소중하게 읽고 싶어. 그래서 나는 책을 추천하지 않겠다.


B: 이 책은 너님이 추천해서 너님이 구매하셨기에 읽게 된 책이다.


J: 요 근래, 요 몇 년 동안 중에 내가 돈을 투자했던 가장 아까운 책이었어요. 돈이 너무 아까워.


최근 출간된 소설들의 장단점에 관해 의견 차가 점점 벌어져서 
이달의 책 클럽을 탈퇴하기로 결심했다.


J: 독서모임 참 쉽지 않다.


B&J의 지극히 사적인 평점

B: 문장력 2.0점 + 구성력 1.5점 + 오락성 1.8점 + 보너스 1점 = 총 6.3점

J: 문장력 0.9점 + 구성력 0.8점 + 오락성 1.0점 + 보너스 0점  = 총 2.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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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헬렌 필딩 - 브리짓 존스의 일기  : 같은 영국, 다른 시기 여성의 흥미로운 일기를 비교해보길.
J: 넷플릭스 '브리저튼' : 새로운 해석으로 만들어 낸 19세기 영국 귀족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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