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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비니야 Sep 08. 2024

나다움을 유실할 때 기억해야 하는 것




삶에 규정화된 정답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우선순위와 문제 해결 방식에 따라 생의 모양과 형태가 달라진다. 끊어지지 않고 관계를 유지하는 동료나 벗은 나와 문제 해결 방식이 유사하거나 서로의 다름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신중함과 너그러움을 갖고 있다. 어떤 조직이나 인연과 관계를 맺을 때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생각과 감정을 부정당하거나 야멸찬 공격을 받아'나다운 모습'을 유실할 때였다. 그들은 나의 다름을 지워야 마땅한 것으로 치부하였다.


"유별나게 굴지 좀 마."

"너 그러는 거 프로불편러 같아."

"남들은 가만히 있는데 혼자 왜 그래?"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 순 없어?"


사람들은 규정화해 둔 기준에 맞춰 상대를 판단하고 때로는 통상적인 사회의 기준에 맞춰 알맞게 다듬어져야 한다고 종용했다. 두 팔 벌려 환대받지 못하는 상태로 지속한 인연은 자존감을 훼손하고, 공격받는 느낌을 받게 했다. 그들은 조언 뒤에 나를 위한 진심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기어코 타인의 흠결을 끄집어내어 문제 삼는 시선의 모서리에 더는 반응하고 싶지 않았다.

진정한 애정이란 자신의 틀에 끼워 맞추려 하기보다 상대의 모난 부분을 품고, 인정해 주는 것이다.

애정이라는 명목하에 나를 훼손하려 했던 충고를 떠올려보면 나다움을 부정하는 해로운 것들이었다.

 난 다른 이들의 구미에 맞춰 억지로 모습을 꾸미거나 바뀌기 위해 애쓰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구태여 부족한 나를 고치고 개조하려는 이들의 사랑이란 다름을 수용할 여유를 갖지 않은 일방적인 형태의 애정이다.


자신의 흠결을 드러내더라도 괜찮다고 안도하게 만드는 이와 관계를 맺는 건 중요하다. 서로의 다름이 배척해야 하는 게 아닌 품고 인정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과의 인연 속에서 난 제일 나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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