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임신 40주, 아이 머리 9.7, 몸무게 3.7kg, 자궁벽은 단단하고, 네다섯 번의 내진이 있었지만 자궁은 여전히 1cm밖에 열리지 않았다.
입덧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없이 오늘까지 왔다. 엄마는 불안해했지만 내가 태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임신기간처럼 유도분만 또한 술술 잘 풀릴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산에 아이도 크고 자궁도 단단하지만 난 할 수 있어! 이제껏 문제없었잖아!’ 하는 생각이 배를 째는(?) 수술보다 덜 무섭게 느껴졌다. 나의 오산이었을까.
오늘 아침 함께 유도분만을 시작한 옆 침대의 산모는 시작부터 자궁이 2cm 열려있더니 순풍 아이를 낳았다. 또 다른 산모는 무섭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간호사들을 괴롭히더니(얼마나 무서우면 저럴까 안쓰러우면서도 웃겼다) 수술실에 들어갔다.
분만실 간호사들은 대부분 친절하다. 내가 아이를 낳으러 온 건지 아이가 되기 위해 온 건지, 오구오구 그랬어요~ 달래주는 선생님들의 응원을 들으면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몇몇 냉정하고 가차 없는 선생님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모두가 불안하고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산모들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무심한 얼굴로 (내가 느끼기에) 대충 들여다보고 가는 간호사들이 야속할 때도 있다. 그럴 땐 속으로 상상해본다. 아직 아기가 없어서 그런 걸 거야. 아직 출산을 안 해봐서 그런 걸 거야.
분만 대기실에 함께 있던 산모들이 하나 둘 빠지는 동안 나는 태동검사와 내진 그리고 운동을 끝없이 반복했다. 운동이라고 해봤자 50미터도 안 되는 짧은 구름다리를 하염없이 빙빙 도는 것뿐이다. 짐볼이라도 가져올걸….
병원에 온 지 16시간째. 도무지 열리지 않는 나의 자궁은 결국 내일을 다시 기약하기로 했다. 밤새 양수가 터지거나 아니면 자연진통이 오는 것을 기대해보지만 이렇게 아무런 통증이 없는 걸로 봐선….
저출산 국가가 정말 맞나? 오늘따라 출산하는 산모가 많은지 1인실은 만실이다. 출산하고 후련하게 잠든 옆 침대의 산모가 부럽다. 이럴 거면 제왕을 할 걸 그랬나? 싶다가도 시도도 안 해보고 배를 찢는 수술을 하는 게 싫다가도 내일은 꼭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에 인터넷의 온갖 유도분만, 초산, 3.7kg 분만 등등을 검색해본다. 질정제가 효과가 있으면 좋을 텐데. 아가야 착하지, 조금만 힘을 내주렴..
내일 새벽 6시부터 다시 유도분만을 시작한다. 오늘 아기가 나올 줄 알고 하루 종일 전전 긍긍했던 남편도, 고생했던 나 자신도, 내일은 꼭 보고 싶은 우리 아기도 모두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