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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y Feb 28. 2022

잊을까 봐 쓰는 출산 후기 (2)

누가 내 허리 좀 부시던지 고치던지 해 봐




 누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몽롱한 정신으로 눈을 떠보니 빨갛고 작은 어떤 말랑한 것이 내 뺨에 닿았다. 찹쌀떡처럼 부드럽고 따뜻했다. 눈물이 나왔다. 막상 나왔는데 아기와 어색하면 어쩌지? 별다른 감정이 안 들면 어쩌지? 싶었는데, 이렇게 작은 아이를 눈앞에 마주하니 어떤 뜨거운 감정이 왈칵 올라왔다. 그리고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수술이 끝났다. 눈만 껌뻑 껌뻑 감았다 떼며 분주한 의료진들 한가운데 누워있다. 허리 밑으론 아무 감각이 없다고 해야 할지, 지나치게 저리다고 해야 할지 다리가 있는데 없는 느낌이다. 의사들은 내 다리에 감각이 돌아왔는지를 체크한다. 회복실을 나가보니 걱정스러운 얼굴의 남편이 보인다. 다니의 얼굴을 보니 또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지독한 고통이 시작되었다.


 분명 수술한 곳은 배였는데 나는 허리가 미치도록 아팠다. 아무리 아파도 출산 진통보다는 덜하겠지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참아보려고 해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무통과 페인 버스터까지 달아도 효과가 전혀 없는 느낌이었다. 숨을 쉴 수가 없는 고통이다. 움직일 수 없는 몸인데 허리부터 통증이 오니 더 괴로웠다. 짐승 소리를 내며 숨을 내쉬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남편의 손을 쥐어뜯듯이 잡아봐도 소용이 없었다. 유난 떠는 모습처럼 보이고 싶진 않았지만 간호사를 부르고 또 불렀다. 엉덩이에 무통주사를 세 번 더 추가해 맞았다. 마약성 진통제라 너무 많이 맞으면 안 된다고 했지만 마약이고 나발이고 당장 죽게 생긴 사람 앞에 그딴 건 중요하지도 않았다. 내가 너무 아파하니까 주치의가 더 센 진통제를 주었다. 그제야 아주 조금 숨을 쉬며 잠깐 잠들 수 있었다. 이렇게 24시간 내내 아플 줄 알았으면 차라리 유도분만을 더 시도해볼걸 생각과 후회가 절로 나왔다. 그날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나는 48시간짜리 무통 링거를 다 써버렸다.


 다음날 아침. 허리 통증이 많이 줄어들었다. 허리가 나으니 배 아픈 것은 참을만한 수준이었다. 정말로.

그제야 소파에 누워 잠든 남편이 보였다. 가뜩이나 마르고 작은 몸인데 쭈그려 자니까 더 안쓰러워 보였다. 오늘은 한결 나았다. 남편이 찍어 다 준 아기 사진을 보았다. 새근새근 잠든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눈도 뜨지 않았지만 얼굴의 대부분이 나를 닮고 있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빨리 낳아서 직접 아기를 품에 안아보고 싶었다.

나는 3.68키로의 건강한 아기의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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