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phy Mar 07. 2022

곤히 잠든 널 바라보는 새벽에

엄마와 너를 동시에 생각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적의 나는 지독한 마마걸이었다. 친구들과 헤어지기 아쉬워서 친구 집에서 자고 간다며 때를 쓰던 순간에도, 초등학생 시절 걸스카웃에서 떠나던 여행지에서 불꽃놀이를 보며 모두가 신난 순간에도 나는 엄마가 보고 싶어서 애써 눈물을 삼켰었다. 그 시절 내게 엄마란, 무섭지만 늘 그리운 존재였던 것 같다.


 내 머리가 조금 커서부터는 엄마가 아주 미웠었다. 하지만 이 또한 엄마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생긴 감정이었다. ‘제발 내 얘기를 들어줘, 엄마 인생보다 날 먼저 생각해줘.’ 같은 이기적인 마음이 만들어낸 미움. 그리고 그리움…. 그 시절 내 일기장엔 온통 엄마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왜 나를 이해하지 못해! 왜 나를 믿어주지 않아?” 바락바락 목소리 높여가며 매일 밤 엄마와 싸우고 방 안에 틀어박혀 쏟아낸 감정들이 여전히 창고에 쌓여있다. 이제는 그때의 상처도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시간이 사막의 모래를 덮는 것처럼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버렸나 보다. 그래서일까? 난 아직도 그리고 여전히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가슴에서부터 고인다.


 이런 내가 엄마가 된 지 12일이 되었다. 내가 엄마라니. 여전히 어쩌면 당연하게도 실감 나지 않는다. 열 달 동안 내 배를 뻥뻥 차던 생명체가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이라니. 이 작고 까만 아기가 내 아들이라니. 내가 엄마라니….


 “아기 낳을 때 엄마 생각나지 않았어?” 묻던 엄마에게 “아니 전혀.”라고 답했다. 무뚝뚝한 답변에 엄마는 실망한 눈치였지만 사실이었다. 그 순간엔 별로 엄마가 생각나지 않았다. 내게 엄마는 오히려 일상 속 작은 순간들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분유 한 통을 채 비우지 못하고 내 품에 잠든 녀석을 토닥이는 동안 문득 엄마와 손잡고 걸었던 산책길이 떠오른 것처럼. 나는 지금보다 더 철이 없었고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순간은 퍽 좋았었다.

함께 밟은 촉촉한 흙의 감촉, 젖은 풀냄새, 따뜻한 엄마의 손. 몸이 기억하는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뒤척이는 내 아이를 토닥인다. 토닥토닥 잘 자라 우리 아기. 나쁜 꿈 꾸지 말고 행복한 꿈만 꾸며 푹 자라…. 이젠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그리고 지금보다 젊은 엄마를 떠올리며 나는 내 아이를 안아본다.

 




작가의 이전글 잊을까 봐 쓰는 출산 후기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