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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y May 19. 2023

내 인생의 첫 기억

너의 첫 기억은 뭐가 될까


 인생의 첫 기억이 뭐야?


친구에게 낯선 질문을 받았다.

인생의 첫 기억이라니.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 기억이라,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에 뒤늦게 과거로 과거로 시간을 되짚어보았다.


내 인생의 첫 기억은, 차가운 새벽 공기와 어두운 밤하늘이었다.


제법 큰 도로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것 같기도 하고, 택시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엄마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있었던 것 같기도.


여름밤은 아니었는지 공기가 제법 차서 입바람이 호호 나왔었다.



다음 장면은 어느 복도식 아파트의 문을 두드리는  엄마의 손이다.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잠결에 흐트러진 머리를 한 여자. 엄마의 친구였던 것 같다. 난 누군가가 깔아준 바스락거리는 침구에 누웠다. 엄마의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귀를 세워봤지만 궁금함보다 피곤함이 몰려왔는지 바로 잠들었다.


그래서일까.


내 마음속 한 자리는 늘 차가운 공기가 있는 것처럼 헛헛하다. 들숨 날숨을 쉴 때마다 그때 마셨던 공기가 들어왔다 나가는 기분이 든다. 나는 행복 속에서도 이내 슬픔을 발견하고 심지어 행복한 채로 눈물을 흘리는 어른으로 자랐다.



내 아이의 첫 기억은 무엇일까.

무엇이 될까.

궁금하면서도,

그 기억이 차지 않고 따뜻했으면 하고 바란다. 곤히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땀에 젖어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주며 조심히 뺨에 입을 맞춰본다.


사랑하는 내 아이, 내 아가.

너의 첫 기억이 따뜻한 봄날처럼 훈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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