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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팀장 Oct 22. 2019

위대한 미생, 카메라 앞에 서다

퍼스널 브랜딩 시대, 1인 미디어로 나를 표현하는 사람들


오래전에는 커서 가수가 되겠다, 만화가가 되겠다고 말하면 부모님께 혼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따르면 성공하기도 힘들뿐더러 돈도 벌기 어렵고 배고프게 살아야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조직에 소속되어 직장인으로서 일하다가 사업이나 창업하는 것쯤을 미덕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전쟁터이며 밖은 지옥이다'라는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사회의 온도는 늘 치열했고 삶에서 위대한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시했던 사람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디지털 상에서 나의 생각과 재능에 호응해주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팬과 구독자가 된 이들의 규모는 갈수록 커지면서 어느덧 콘텐츠를 통한 수익도 생기기 시작하며  그렇게 '크리에이터'로 불리며 세상에 나라는 사람을 알려가는, 지금은 1인 미디어 시대입니다.




미디어가 외면했던 대중의 '취향'


왜 기존에 없었던 1인 미디어 콘텐츠가 지금 활발하게 소비되는 걸까요? 

유튜브가 없었던 과거로 돌아가 보면 우리가 주로 소비했던 콘텐츠들은 잘 다듬어진, 규격화되고 포맷화된 콘텐츠들이었죠. 지상파 채널과 케이블 TV, IPTV 서비스를 통한 영화,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대표적인 기존의 콘텐츠들은 소수의 제작자를 통해서 대다수의 시청자에게 유통되고 소비되어 왔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적고 소비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더 많은 비대칭 구조는  시청자의 다양하고 개인적인 니즈가 작품에 반영되기보다는 '대중적' 선호가 더 앞서 고려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에서 제작자의 사명이란 좋은 작품보다 실패하지 않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했던 산업구조 속에서 묵살된 것은 아마도 대중의 '취향'이었을 것입니다.



유튜브라는 '무대', 구독자라는 '관객'


그런 의미에서 색다른 이야기와 취향을 다룰 수 있었던 유튜브는 좋은 무대가 되어주었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재능과 전문성, 노하우를 가진 스타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그동안 메인 스트림에서는 보지 못한 새로운 재미와 즐거움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해주었습니다. 먹방, 메이크업 쇼, 연애고민, 재테크,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받는 1인 미디어 콘텐츠들은 비록 그동안 방송으로 보아왔던 수준보다 구성과 형식은 어설펐으나 내용은 새롭고 참신했습니다. 또한 창작자와 시청자, 시청자와 시청자 간 꾸준한 소통으로 더 매력 있는 콘텐츠들이 탄생했고 창작자의 재능과 전문성만큼 시청자 또한 채널 성장과정에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디지털 플랫폼이 가지는 양방향성이 잘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처럼 1인 미디어 시대의 콘텐츠란 더 이상 이전처럼 완제품으로서 유통되는 '작품'이 아닌 제작자와 시청자가 호흡해서 완성되는 '생물'임을 보여줍니다.




취향으로 나뉘고 취향으로 하나 되다


시청자의 세분화된 니즈와 취향으로 시작한 1인 미디어는 취향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합니다. 

비단 대세로 자리 잡은 유튜브뿐 아니라 게이머들을 위한 트위치, 크리에이터의 스타성에 조금 더 집중되는 아프리카 등의 플랫폼에서 시청자는 취향에 맞는 채널에서 크리에이터 그리고 다른 시청자들과 관계를 쌓습니다. 이전까지 취향이란 나 혼자만의 것이었다면 이제는 세상과 함께  즐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각자가 '다른 조각'이었던 대중은 이제 같은 취향을 중심으로 '하나의 퍼즐'로 완성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중들을 하나로 모으고 결속시키는 '취향의 힘'은 새로운 광고와 마케팅 시장을 만들어냅니다. 시청자의 관심과 참여는 곧 크리에이터의 수익이 되었고, 1인 미디어 시대를 대표하는 '신흥 부자'도 탄생합니다. 개인의 취향이 무시당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 취향으로 성공하는 시대에 와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한한 성장 가능성, 지속 가능할까?


과거에 TV나 라디오에서 진행자의 '채널 고정', '주파수 고정'이라는 멘트를 한 번쯤 들어봤었죠. 

콘텐츠의 내용에 실망하거나 재미가 없을 때면 시청자는 리모컨이 돌아갑니다. 디지털 상에서도 시청자의 갈대 같은 마음과 민심은 그대로 반영됩니다. 1인 미디어는 채널 구독이 곧 '시청률'과도 같은데, 반대로 관심에서 멀어질 때는 시청자는 구독 취소로 실망을 표현합니다.


밴쯔, 대도서관, 공부의 신(강성태). 모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유튜버 크리에이터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만의 사정과 미숙한 태도로 여러 시청자들을 실망시켰고 외면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몇 달은 지속된 구독자 이탈로 채널 성장에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방송국이라고 부르던 메인 스트림 채널은 그래도 조직적인 운영과 통제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1인 미디어 시장은 본인 스스로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통제해야 하는데,  콘텐츠 창작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물론, 시청자와의 소통과 약속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MCN이라는 소속사가 있긴 하지만, 비즈니스 상 계약업무와 수익 배분을 조율해줄 뿐입니다. 


결국 자기 스스로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객관화하고 자기관리를 해야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에 소위 초창기 크리에이터로서 '뜰만큼 뜨고 벌만큼 번' 창작자들은 초심을 잃어버린 모습도 많이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큰 실망과 허탈함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창작자나 시청자도 한 방에 사라질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도 1인 미디어가 가진 한계점으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취향과 꿈, 부에 대한 열망이 공존하는 시장


시장에 가면 상인의 인자한 웃음과 순박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얄팍함과 상술도 있죠.  

여러 창작자와 시청자들이 활동하는 1인 미디어 시장 또한 이제 다양한 이해관계가 공존합니다. 콘텐츠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점은 이전보다 폭넓고 입맛에 맞는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단지 돈이 되기 때문에 새로이 진입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아지면서 무엇을 소비하고 소비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콘텐츠 소비 주권 또한 중요해졌습니다. 


반대로 콘텐츠를 창작하는 입장에서는 반드시 그동안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온 커리어가 없어도 재능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나라는 사람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그리고 세상에 두각을 드러내는 창작자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꿈에 도전하는 계기이자 기폭제가 되어줄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콘텐츠 소비자이자 동시에 창작자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 1인 미디어 시대, 오늘은 또 어떤 별이 탄생할까요? 나의 가능성이 궁금하다면 도전해보세요. 바로 당신이 될지도 모르죠.




이 콘텐츠는 한성자동차의 디지털 매거진 '위드한성' 10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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