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성공에 맞춰 그녀의 삶의 방향과 바람까지 세상에 맞춰진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 일까? 급행열차와 지금 이 시간은 지나가면 없다. 그때 누릴 수 있는 건 그때 누려야 하고, 열차의 풍경에 스밀 수 있다면 그때 스며야 한다. (…) 그저 난 쉬지 않고 활약하는 그녀의 두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다음, 그 자리에서 잠시 주저앉게 하고 싶을 뿐이다. (본문 중)
만약 모든 것이 제시간이엇따면,
나는 음악들과 책들과 내 모든 이야기를 그녀에게 주고 사랑한다고 투항했을 것이다.
하지만 늦었다.
지금 그시간은 지나버렸다.
너와 만난 시간보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그 바닷가에 다시 또 찾아와 만약 그때가 온다면 항상 듣던 스미스를 들으며 저멀리로 떠나자
기다릴께 언제라도 출발할 수 있도록 항상 엔진을 켜둘께
이 노래가 세상에 들리게 된다면 그녀가 내게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로맨틱하지 않았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는 그녀만의 인생을 살아갔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나 나줬던 대화 그리고 나의 감정은 폼페이 베수비오화산의 용암처럼 흘러 내 노트를 한줄 덮었다. (125)
대상이 아름답고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대신, 아름답지 않은 건 아니라든지 매력적이지 않은 건 아니라든지 하는 조잡한 이중부정을 각주처럼 달아놓고서야 마음이 편해지는 식이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서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첫인상은 평범했지만 콧날 끝에서 윗입술에 이르는 인중선이 깎은 듯 단정해 과녁처럼 시선의 포인트가 잡혔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 그녀의 윗입술의 움직임에, 다시 말해 그녀의 말에 집중하게 된다는 점에서 어쩌면 막연히 예쁜 얼굴보다 여러모로 유리한 얼굴이라 할 수도 있었다. (13-14)
“보이지 않는 건 아닌데 너무 초라하고 하찮아서 어디 한 번 보자 하고 덤벼들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들 있잖아. 그런 보잘것없는 것들이 네 주위에 널려 있거든. 대상이든, 일이든, 남아 있는 그것들에 집중해. 집중이 안 되면 마지못하기라도 감정이 그쪽으로 흐르도록 아주 미세한 각도를 만들어주라고. 네 마음의 메인보드를 살짝만 기울여주라고.”(23)
‘어떤 사람들이, 어떤 세계가 있었고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름은 지나갔다. 그해의 모든 태풍은 소멸했고, 모든 매미는 울음을 그쳤고, 아이들은 모두 물에서 나왔다. 그게 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