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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쎄스 Dal Jul 17. 2018

Episode1.  
정리 좀 해 vs 치우려 했다구

착하고 순하던 아이, 애교 많고 예쁘던 아이, 여러분의 아이도 그런 딸이었나요?


하지만 어느 날부터 아이의 행동은 변하기 시작합니다. 부모 의견에 반대로 맞서는가 하면, '내 딸 맞나? 싶을 만큼 겉모습 치장에 열을 올리죠. -엄마와 함께-를 당영히 여기던 딸은 친구와의 시간 혼자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혹시 '맞아 맞아~' 고개 끄덕이고 계신가요?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아이도 사.춘.기를 지나는 중일 겁니다.


아이들의 사춘기가 시작되면 부모는 누구나 당황스럽고 화도 나며 어이가 없습니다. 타인은 어떤지, 사춘기는 왜? 내 아이를 변하게 만드는지 연신 인터넷을 찾고 주변 엄마들을 만나 하소연도 하게 되죠. 헌데 나만, 또 내 아이만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 꽤나 큰 위로가 됩니다.


김 여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춘기 딸과 다투고 반성하고 화해하기를 반복해요. 여러분만 그런 게 아니라고 이미 말씀드렸죠.

그래서 김 여사는 오늘도 말합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여러분만 힘든 게 아니랍니다. 우리 함께 이 시기를 잘 지나가 볼까요?"




Episode1.

"정리 좀 해" vs "치우려고 했다고"


"야아~ 정아림!!!!"


문을 열고 들어서니 현관 입구부터 옷가지들이 줄을 섰다. 누가 지나갔는지 알겠다. 가방이며 교복, 꼬랑내 품은 스타킹가지 길을 따라 늘어졌다.


"아, 왜~~에에"


"저게 뭐야~ 교복은 널려있고, 먹은 건 치우지도 않고, 니가 돼지야?"


김 여사의 언성이 높아진다. 그에 질세라 아이도 목청을 높인다.


"치울 거라고. 치우려고 했는데, 딱 그때! 엄마가 온거야"


"매번 그 소리, 하려고 했는데, 하려고 했는데..."


"우이 c~~~진짜"


>>쾅<<


눈동자에 흰자위 가득, 아림이는 김 여사에게 옆 눈을 흘기고는 문을 닫고 들어갔다. 방문을 사이에 두고 아이와 김 여사의 고성이 몇 차례 더 오고간다.


"너도 너 같은 딸 낳아 고생 좀 해봐"


"난 결혼 안 해. 그런 걸 왜 해?"


유치한 말들이 어이진다. 어른도 아이도 없다. 그 순간 만큼은 그냥 싸움이다. 도대체 김 여사에게 이성이란 게 있었던지 좀처럼 감정 찾기가 쉽지 않다. 일단 후퇴. 방으로 들어갔다. 많은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유난히 지치는 하루다. 워킹 맘으로 15년, 김 여사의 작은 소원이라면 귀가 후 온전히 쉴 수 있는 자유다. 하지만 어지러워진 집을 보니 아이가 밉다. 자식이라고 늘 예쁜 건 아닌 법, 세상 엄마들의 공공연한 비밀을 일찌감치 깨닫기는 했다. 근데 요즘은 유독 실감난다.

'나쁘은~ 기집애. 늘 저런 식이지.' 침대에 누워 혼잣말로 분을 삭혀본다. 대체 왜 저러는 건지, 빠른 손놀림으로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려본다. 사춘기 아이들의 특징으론 어른에 비해 공격적인 뇌구조, 감정을 담당하는 기관이 생각을 담당하는 기관보다 크게 작용한다는 것..성인이 되면서 점차 균형을 맞춰간다는 이야기가 심이다.

하나 둘 살펴보니 나는? 과거를 돌아보니 김 여사의 사춘기 역시 고된 날의 연속이었다. 마음에 담아두느냐 표출하느냐, 김 여사는 담아두던 아림이는 표출하는 다른 성향의 모녀일 뿐이다. 신기하게도 치밀어 오르던 화가 조금 가라앉는다. '예전에는 저렇지 않았는데...' 이럴 때는 추억놀이 만한 게 없다. 억지스레 옛날 사진도 뒤적여 본다. 하나 둘 보고 있자니 금세 입술이 씰룩거린다. 주책맞게 고인 눈물이 흐르려던 걸 간신히 닦아냈다. 예쁜 딸이었다. 엄마가 일한다며 웬 종일 어린이집에 맡겨져도 귀가하는 엄마를 보면 와락 안기던 딸이었다.

'이 마음은 또 뭐야?'

시간이란 참 묘한 힘이 있다. 불과 몇 분전까지 얄밉던 딸에게 살짝 미안해진다. 아이를 불렀다.

"야, 엄마가 나쁘게 말 한 건 미안한데, 너도 잘한 건 없지?" 

사과하려 불렀는데 알량한 자존심에 목소리에도 어설픈 힘이 들어간다. 엄마로써 아이의 잘못을 가르쳐야한다는 복잡한 마음도 실린 탓이다.


"잘못했어. 근데 학교 다녀오면 힘들잖아. 치우려고는 했어. 진짜야"

듣고 보니 이해도 된다. 하루 꼬박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니 힘들만도 했다. 내 몸 힘든 것만 생각하느라 아이의 고단함을 보지 못했다. 오늘도 고생했어 한번 다독일 필요가 있었다.


"그래, 알았어. 근데 엄마도 집에 오면 쉬고 싶어. 이해해주면 좋겠네."

아이도 알았다며 어설픈 웃음을 띤다. 마음이 가라앉으니 조금 기운이 난다. 아이도 어설프게나마 교복이며 먹고 난 자리를 정리한다. (전적으로 보아 아림이는 정리 따위가 중요한 아이는 아니지만)치우려 했다는 말도 믿어보기로 했다. 아림이는 언젠가 치우려 했고, 김 여사는 지금 당장 치워야 했던 것. 헌데 서로의 마음을 알고 나니 그 시점 따위가 중요하진 않았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했다면 아림이도 최소한의 정리는 했을테고 김 여사도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 화났을리 없었을 거다.


김 여사는 생각했다.

그리고 보니 싸움도 나름의 가치는 있다고. 버럭 대드는 아이의 말 대답도 한번 쯤 새겨들어야겠다고.



글, 그림/ 미쎄쓰 dal

딸 둘 엄마. 달밤을 좋아하며 초록에 기분 좋아지고 카페라떼, 빵 한 조각이면 팍팍한 일상도 제법 잘 버팁니다. 요즘은 딸의 사춘기를 만나 전에 없던 통찰을 경험하는 중. 경험치 만큼 쓰고 깨달은 만큼 공유하려합니다. 


hyuni09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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