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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쎄스 Dal Jan 18. 2020

Episode3.
예뻐지고 싶은 예뻐지기 위한

 어른도 아이도 아닌 시기, 사춘기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설픈 본능을 드러냅니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예쁨을 위해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게 되죠. 교복을 취향에 맞게 고쳐 입거나 엄마의 화장도구에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서는 본격적인 화장품 소비자 대열에 들어가게 됩니다. 예쁨은 곧 자신을 추켜세울 비장의 무기가 되는 셈. 하지만 부모들은 그 모습이 영 불편하고 달가울 리 없습니다. 외모가 전부는 아니라는 부모, 자기표현인데 어떠냐는 아이, 이 문제에 부모와 아이는 새로운 의견 충돌에 부딪힙니다.

     


#Episode 3.

“예쁘고 싶은 예뻐지기 위한 ”    


 아이돌 가수 5명의 요란한 음악 소리. 어김없이 김 여사 아침은 그들의 음악으로 시작된다.

아침을 깨우는 큰 딸의 휴대폰 알람. 가슴 치레 눈을 뜨니 아직은 30분을 더 자도 남을만한 새벽과 아침 사이 그 어느 지점이다. ‘조금 더 자자’ 눈을 떴다 다시 누웠지만 또 다른 아이돌 가수의 음악이 15분마다 요란하게 울려댄다.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을 다스린다. ‘그래도 혼자 일어나려 애쓰니.. 봐주자~’ 

  

  

 드디어 멈춘 알람. 뒤를 이어서는 준비라도 한 듯 발자국 소리, 물소리, 드라이기 소리가 순서대로 이어진다. 아림 이의 본격적인 치장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바로 지금’ 김 여사는 늘 그렇듯 그 시점에 맞추어 침대를 빠져나온다. 반쯤 감긴 눈으로 기계적인 아침 식사 준비. 아침 식사라고 해봐야 시리얼이나 토스트, 계란 프라이가 고작이지만, 새벽까지 작업을 마친 후라 그 또한 고되다.     

“얼른 와서 먹어. 늦겠어” 

“알았어.”    

그 사이, 김 여사의 둘째 딸이 눈을 비비며 식탁에 앉았다. 유난히 처진 눈꼬리가 더욱 내려앉았다. 입술은 반쯤 나와 토스트를 노려보는 중, 이유를 물어야겠지만 싫다. 분명 메뉴에 불만이 있을 테니 묻고 답하는 실랑이를 피해야 한다. 더 중요한 이유는 큰딸의 등교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이미 아침 식사 준비가 끝난 지 오래인데, 조금 더 지체하면 지각할 것이 분명한데, 아림이는 아직도 방 안 거울 앞이다. 눈치 빠른 둘째는 사태 파악을 한 듯 불만 섞인 표정을 감추고 아침 식사를 한다. ‘진작 그랬어야지’ 머릿속으로 둘째 딸의 식사를 해결했다는 안도를 안고 아림 이의 방을 향한다. 아림이는 이미 얼굴 치장을 마치고 머리 손질 중이다. 이미 타협한 사항이지만, 하얗게 칠해진 피부 톤이며 빨간 입술이 영 눈에 거슬린다. 좀 더 옅고 안 한 듯~ 주문처럼 외지만 대답은 역시 똑 떨어진다.

“알았어 알았어. 그만 좀 얘기해”    


 지난 주말, 아림 이의 엄마 화장품 염탐 사건이 있은 후로 김 여사와 아림이는 한 자리에 마주 앉았다. 

“엄마 화장품을 왜 만져?”

“알았어. 잘못했어. 근데 다른 애들이 나보고 찐따래”

가능한 화장 같은 건 늦게 했으면, 지금으로 충분히 예쁜데 화장품으로 그 모습을 감추는 게 

싫었고, 예쁜 피부를 상하게 하는 의학적 지식도 아이의 화장이 싫은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더 솔직한 얘기를 하자면 ‘쟤도 뻔하군.’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게 

싫었으며, 그런 그런 이미지로 비치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하지만 충분히 설득 가능할 거라 믿었던 건 김 여사의 대단한 착각이었다.     

“왜 찐따라고 하는데?”

“틴트 안 바르니 환자 같대. 화장 안 해도 화장품 파우치 하나쯤 있어야 돼”    

물론 안다. 친구들의 의견에 화장에 관심이 생긴 본인 마음이 족히 절반 이상은 될 거라는 걸. 김 여사도 그랬으니까. 또각 데는 구두 소리에 마음을 뺏겨 엄마의 구두를 신고 홀로 런웨이를 하거나 엄마 화장품을 양볼과 입술에 바르고는 해결하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던 기억도 또렷이 남아있다. 하지만 김 여사의 엄마는 딸의 일탈을 눈치챘음에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넘어가 주었다. 복잡하게 얽힌 생각이 하나의 지점으로 모아지는 시점, 김 여사와 아림이는 극적 타협을 이루었다. 피부가 상할 수 있으니 피부 화장과 틴트까지만, 틴트는 최대한 옅게 바르고. 클렌징은 확실히! 따르지 않을 경우 화장품을 사주는 일은 하지 않겠다 엄포를 보태니 경제적 제재 앞에 아림이 도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그와 더불어 학교에서는 최소한의 화장을(피부 화장과 틴트까지) 허락한다는 방침까지 내세웠고, 고삐 풀린 아림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허용치 내에서 마음껏 외모 가꾸기에 열을 올리게 된 거다.  결국 오늘 아침도 예뻐지기 위한 아림 이의 노력 탓에 안 그래도 빠듯한 아침 시간을 모두 소진하고 말았다.     

“아~ 늦었다. 엄마 안녕”    

역시 아침 식사는 거른 채, 아이는 이미 현관 밖을 빠져나갔다. 밤새 입었던 잠옷은 보란 듯 뒤집혔고, 화장품은 제각각 뚜껑이 열린 채 화장대를 가득 채웠다. 그나마 고데기 전원을 끈 게 어디냐며 김 여사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림이방의 아침풍경, 사방으로 흩뿌려진 물건들

“엄마, 엄마~ 000 있잖아. 걔 좀 이상해. 

 평소 침묵을 일삼던 큰 딸이 하교하자마자 호들갑을 떤다.

“학교에서 진한 화장 말랬는데, 아이라인에 섀도에. 아우~“

“왜? 그건 안 된다고 생각해?”

“그렇지. 난 그 정도는 아니야.”    

예쁨을 갈망하는 아이들, 여자아이들의 욕구 탓에 학교는 궁여지책으로 최소한의 화장을 허락했다. 하지만 그 선도 못 지키는 아이들이 있으니 그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스스로의 깨달음이 생겼다는 그저 그런 이야기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그거라도 깨달은 게 어디니? 아이의 작은 변화에 뜻하지 않은 엄마 미소가 내비쳐진다. 

 누군가는 말했다. 사춘기 아이들의 자존감과 자존심은 반비례한다고, 아이들이 외모에 치중하는 이유도 그런 거라고 더 돋보이고 더 주목받기 위한 그 무엇. ‘그래 기다려보자.’ 내일은 적당히 하라며 또다시 아이를 다그칠지 모르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잔소리를 멈췄다. 이 또한 무사히 지나갈 거니까. 그럴 거니까.                        


글, 그림/ 미세쓰dal

딸 둘 엄마, 달밤을 좋아하며 초록에 기분 좋아지고 카페라떼, 빵 한조각이면 팍팍한 일상도 제법 잘 버팁니다. 요즘은 딸의 사춘기를 맞아 전에 없던 통찰을 경험하는 중. 경험치 만큼 쓰고 깨달은 만큼 공유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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