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둘러멘 그 어깨가 아프다.

by 글치
가방끈이 길던 짧던
가방 든 어깨는 무겁다.



가방을 둘러멘 그 어깨가 아프다.

이른 아침 출근을 하려는데 갑자기 가방이 무겁게 느껴졌다. 혹시 몰라서 챙겨 다니던 아이패드용 충전기를 가방에서 뺐다. 가방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뭔가 더 빼고 싶어졌다. ‘뭘 더 뺄 수 있을까?’ 잠시 고민을 하고 볼펜을 뺐다. 한결 더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그리고는 오후에 외근을 간 고객사 미팅에서 볼펜이 없어서 불편해졌다.

‘저 볼펜이 좀 있을까요?’

하고 부탁하는 순간 볼펜도 준비하지 않고 다니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볼펜 하나 때문에 얼마나 어깨가 무겁다고 그걸 빼고 왔을까?’ 싶었다. 그런데도 가방을 멜 때마다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더 뺄 것이 없다.’라고 결론이 나지만 가방 속 리스트는 또 점검당한다.


이론적으로 가방끈이 길던 짧던 가방은 무겁다. 사회적으로 가방끈은 일의 종류와 환경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이지만, 결국 각 사람은 각자 피할 수 없는 무게를 버티며 산다. 일반적으로 한동안 무게는 줄지 않고 늘어가는 경향이 있다. 제대로 웨이트 트레이닝 한번 안 해 본 내 얇은 어깨에 계속 무게가 얹힌다.


부모의 무게 + 팀장의 무게 + 남편의 무게 + 자녀의 무게 + … = 어깨 통증


무게감 있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 살아왔든지, 어떤 상황으로 살아가든지와 무관하게 어깨는 점점 무거워진다. 어깨를 가볍게 하고 싶어서 가방 속에 있는 짐들을 살펴본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들, 책임지고 싶은 것들, 책임지라고 떠맡겨진 것들이 마구 섞여 있다. 하나를 끄집어 내보니 다른 것이 엮여 있다. 일단 다 들고 간다. 어깨가 얼마나 잘 버틸지 모르겠지만 들고 간다. 책임을 덜 지는 삶을 살면 정리할 수 있는 짐들이 있겠지만, 가벼워지는 무게만큼 삶의 의미가 가벼워진다.

아직은 버틸 수 있고, 버릴 만한 것이 좀처럼 없어 보인다. 잘 보니 조금 빈 공간도 있는 것 같은 착각도 생긴다. 읽고 싶은 책이나 한 권 그 사이에 끼워 넣어 봐야겠다.

어찌 됐든 나는 무게감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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