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재료가 된 나의 행복

by 글치

재료가 중요합니다.

마트에서 식품을 고를 때 재료를 살펴보는 편이다.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 확인도 하고, 친환경인지 무농약인지 보기도 한다. 재료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무리 레시피가 좋아도 재료가 좋아야 맛이 난다. 나의 행복은 무슨 재료로 만들어졌을까? 나의 행복은 나의 삶이 재료가 되었는지 타인의 무언가가 재료가 되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입배추를 국내에서 버무리면 국내산 김치가 된다는 말만큼이나 재료의 원산지를 따지는 것이 간단하지는 않다.

그래도 분명해 보이는 것이 있었다. 타인의 행복한 삶을 보며 대리 만족을 하거나.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즐기는? 것은 나의 행복이 아니다. 즐거움을 줄 뿐 나의 행복은 아니다. 그의 행복한 순간을 나에게 복사해서 붙여 넣기 해도, 어쩌면 그건 행복 코스프레 일지 모른다.


나의 재료가 없어지는 시대

혹시라도 현실적인 삶이 아닌 거짓 재료들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 행복은 내 것이 아니다. 오직 행복한 기분만을 남겨주는 약물이나 중독성이 강한 것들은 그래서 피해야 한다. 위험한 것들은 피했다고 해도 피하기 어려운 다른 것들이 너무 많다. 중독될만한 것이 많아지는 세상이다. 쉽게 행복 호르몬을 자극해주는 재료가 넘친다. ‘도파민네이션’이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무엇을 즐기는가? 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미국인들은 더 이상 서로 이야기하지 않는 대신 서로를 즐긴다
"도파민네이션"중에서

대본이 있는, 대본이 있을 수밖에 없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즐기는 후배들을 본다. 그들의 모습에서 스트레스 해소 목적 이상의 의존을 가끔 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그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괜찮은 집을 갖고, 차를 갖고,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버거운 꿈이라고 상상해 보지 못했을 텐데, 주어진 현실은 평범한 삶에 대한 희망을 갖기도 어려운 쪽으로만 흘러가고 있다. 후배들에게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들이 그나마 위안이 되어 줄지도 모르겠다. 도무지 자신의 삶 속에서는 행복의 재료를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구하기 쉬운 재료가 나쁘진 않다.

백종원 씨가 보여주는 레시피는 구하기 쉬운 재료라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맛이 있다. 너무 구하기 어려운 재료들을 얻고자 행복이라는 요리를 멈추고 있다가는 재료가 생겨도 행복을 만드는 법을 영영 잊어버릴지 모른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 웬만해선 떨어지지 않는 재료들이 있다. 그것들을 사용하자.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구하기 쉬운 재료들을 열거해본다.

볕 좋은 날에 잠시 가지는 산책 시간

읽던 책에서 발견한 마음을 울리는 문장 하나

향이 깊은 커피 한잔의 위로

사진으로 담기 아까운 퇴근길에 포착한 노을

운동 후 등 뒤에 땀이 흐르는 느낌

주변을 잠시나마 지울 수 있는 음악

재료가 좀 저렴해 보여도 건강에 좋은 나의 행복을 요리해볼 만하다. 요리를 포기하는 것보다는 추천한다.


행복은
내 삶이 재료가 되었을 때
내 것이다.
이전 25화고래 말고 나를 칭찬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