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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니 Sep 25. 2018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독서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에서 테크 리더로 일하기 #9

“원희님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어느 날 해완님이 물었다. 내가 했던 대답이 잘 기억이 나질 않는 걸 보니 횡설수설한 모양이다. 하루 대부분을 일하면서 일이 가진 의미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남았다.


일을 생계 수단으로 한정 짓자니 내 삶에 큰 의미를 가진다. 내 삶 그 자체라 말하기에는 일하지 않는 삶 또한 언제나 선택지로 남아있다. 단순한 생계 수단도, 거창한 삶도 아닌 이 일이라는 놈은 도대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나를 표현하는 수단


가수는 노래함으로써 자신을 표현하고, 화가는 그림을 그림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듯 나는 일을 함으로써 나를 표현한다. 가수는 평생을 연습하며 노래를 통해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사람인 것처럼, 개발자인 나는 평생을 공부하며 기술을 통해 세상의 문제나 불편을 해결하려는 사람이다.


일하는 과정에서도 시시때때로 나를 표현한다. 모든 이의 의견을 수렴하며 일을 진행할지, 의사결정권자가 결정하는 방향으로 진행할지. 디테일을 중요시하여 쓸고퀄의 프로덕트를 만들지, 속도를 중요시하여 새로운 프로덕트를 후딱후딱 내놓을지. 평소의 내 생각과 가치관이 일하는 과정에 고스란히 담긴다.


때로는 어떤 곳에서 일하는지로 표현하기도 한다. 아이돌 지망생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따라 기획사를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게 중요하여 금융권이나 외주 시장에서 일할지, 세상에 의미 있는 임팩트를 만드는 게 중요하여 정부나 사회적 기업에서 일할지. 혹은 그 두 가지를 가져가려는 트레바리에서 일할지.


어떤 일을 어떤 곳에서 하는가. 나는 평생을 공부하며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개발자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모두를 쟁취하고자 하는 트레바리에서 일한다. 줄여서 다시 말한다. 트레바리에서 개발자로 일한다. 이 한 문장에 표현하고 싶은 내 모습이 흠뻑 녹아있다.




나의 부족을 채우는 수단


운동선수들은 자신의 최 기량을 끌어내기 위해 연습하고 연습한다. 나에게 일은 이와 다르지 않다. 나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일하고 일한다. 일이란 건 운동과 마찬가지로 목표와 평가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는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수업을 통해 배우고, 무엇이 부족한지 시험을 통해 알 수 있었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일하지 않으면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일하다보니 오랜 시간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체력이 부족한 탓이라 운동을 시작했다. 일을 빠르게 쳐내느라 실수가 잦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수하지 않으려면 더블 체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단다. 종종 협업이 어려운 순간이 생긴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연습이 필요했다.


이처럼 일 한다는 것은, 아니 일을 잘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나의 부족을 채워가며 더 나은 내가 되어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나에게 일이란 나를 표현하는 예술 활동이자 부족을 채우는 배움의 과정이다. 어찌 내가 일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제는 누군가가 일이 무슨 의미인지 누군가 물어본다면 "트레바리 개발자로 일함으로써 나를 표현하고, 끊임없이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여 더 나은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물론 마지막에는 "좀 거창하죠?"라고 덧붙이며 멋쩍게 웃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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