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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Oct 25. 2020

여행 이야기

가을을 담다 하나

코로나 단계가 기준점과 상관없이 1.5로 하향한 상태이다.

올 초 이렇게나 길어질 줄 몰랐던 우리 모두의 상황.

독감 예방주사로 사망자도 늘어나고 있는 이 시점 우리는 또  얼마나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할지...


이런 상황에도 계절은 각각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며 봄에서 여름으로 ,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늦여름의 폭염 뒤로 또 다른 계절인 가을에게 작별 인사를 남기고 떠난 여름 뒤의 가을 하늘은 말 그대로 공활하게 펼쳐지고 있다.

잠시 주춤했던 중국의 미세 먼지가 흘러 오긴 하지만 그래도 가을은 그 푸르른 하늘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문자 메시지가 계속 뜬다.

집단 산행을 자제해 달라 ,

10명 이상의 모임을  자제해 달라.. 등등등


젊음은 두려움이 없는 탓일까?

며칠 전 잠시 베프팀의 늦은 생일 식사 자리에서 돌아오던 밤길의 시내.

  넘쳐나는 젊은이들이 작은 가게 안을 꽉 매운 채 시끌 법 쩍 하던 풍경을 차창으로 보며..

걱정도 되면서도 그들의 마음도 이해되는 양면의 느낌에 나조차도 혼란스러웠던.


시댁을 챙기고 오던 길에 잠시 들렸던 양재 시민의 공원 안에는 나름대로 거리를 유지하며 텐트를 친 가족들의 모습도 보였고 , 어린아이들이 마스크를 한 채 잠시라도 뛰어노는 모습에 애처롭기까지 했었고 , 손주와 할머니의 양재천 산책 길의 대화도 들려왔던..

양재천 건너 편의 혼자 사색을 즐기던 어르신들과

도란도란 대화를 살며시 하시는  친구분들 ,.. 등등등

모두가 나름대로 이 혼돈의 두려운 상황을 잠시나마 가을이란 계절의 품에 안겨 즐기고 있었다.


나 역시 일 중간중간 쉬는 날이면 이 푸르른 가을이 가버릴까 염려되어 집 근처 개울가를 걷기도 하고 ,

어제는 벗을 따라  어쩌다 미사리 한강변을 걷기도 하였다.


이 짧고도 찬란하고 아름다운 가을이 가버릴까 싶어 나선 많은 차량에 멈춰버린 곳에서의 눈부신 찬란함은 , 오히려 한적한 인파에 더 더우기 행복했었고 , 손녀와 할아버지의 모습도 , 연을 날려주시는  어르신께서 어린 손주의 손을 잡은 모습도 평범치 않고 더 소중하게 바라보게 되던 가족의모습이었다.


나 홀로 의자를 놓고 앉으신 채 독서를 하시는 분들도

콩당콩당 차박의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아가와 젊은 부모.


또 앞 서 걸으시는 나보다 조금 위 연배의 부부 모습도..

여자들끼리의 포즈로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으시던 분들껜 단체 사진도 찍어드리고..


단 한 장면의 무리만 빼곤( 세상에 열 댓 명 넘게 모여 야유회를... 집단 모임 자제 메시지가 그리 뜨건만...)


요 며칠 미세먼지 뒤의 상강이란 절기의 추위 덕에

벤치에 누워 바라본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렀고

어느새 붉고 노랗게 물든 나뭇잎들은 그 푸름 아래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가을 이란 녀석에게 감사를 전하는 나..

우리 모두에게 잠시의 위안을 던지고 있는 이 가을이란 계절에게 한없이 박수를 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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