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떨어진 꽃잎들 속에서
떨어진 꽃봉오리를 본다면
눈이라도
한 번 더
감았다가 떠야지.
서로 듣고, 서로 말했지만
어쩐지 대화는 일방적이었다
매듭은 주인도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해로
더 얽혀버렸고
누군가는 그 노란 매듭 위에
다른 색을 칠하기도 했다.
얽히고, 제 색을 잃어버린 매듭은
연민이나 지겨움, 비난의 색을 뒤집어쓰고
본래의 의미를 잃어가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는
본래의 색을 생각해 내는 것이 점점 지쳐
무(無) 색으로 덮어두지는 않았는가,
직접 다른 색을 입히진 않았는가,
그런 세상을 만들지는 않았는가,
그걸 부끄러움 없이 여기지는 않았는가
생각해 본다.
그러니 그저, 적어도 그저
어느 해 건, 꽃 잎 떨어질
이 계절에
떨어진 꽃잎들과
꽃 봉오리를 본다면,
잊어가는 작은 마음
부끄럽지 않게
눈이라도
한 번 더
감았다가 떠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