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시작될 무렵에
그대와 약속했다
봄이 와, 다시 꽃이 피면
함께 꽃 길을 걷자고,
흩어지는 꽃잎을 맞으며 발을 맞추자고
약속했었다
어느새 낮은 점점 길어져,
그대와 걸을 하루가 늘어나고
가지 위론 연분홍 꽃이 움트며
그대와 걸을 길이 지천이다.
봄이 그만큼 다가와
눈 앞에 있지만,
사실 난 아직 황량한 겨울에 머무르고 싶다.
봉오리 틔우는 가지를 꺾어서라도,
어딘가 남아 있을, 아직 녹지 않은 눈송이를 찾아내어서라도,
기대하는 봄이
아니 오길 바란다.
내가, 그저 봄 기다리는 사람이고 싶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요?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는
그게 너무나 크게 느껴져서, 처음 느끼는 감정이라서
세상 그 무엇보다도 우위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감정이 그리움으로 바뀐 뒤에도
여전히 그 감정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 생각은 정말 의외로
한 때였다.
그 시절의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그저 한 때'라는 게 정말로 의외다.
많은 일들이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혼자 품는 그리움은 그만큼 오래 버틸 만한 감정이 아니었다.
하루하루 지나다 보면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뒤로,
나는 시간이 가장 무섭다.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가는 것,
홀로 외로이 지내는 것,
거울 속 나 자신이 자꾸만 늙어가는 것,
가치 있다고 생각한 것의 의미가 바래지는 것,
그리고 그런 것들을 그대로 둔 채
흘러가는 시간들이 날 두렵게 한다.
시간은 기약이 있다.
기대하는 것, 바라는 것, 기다리는 것,
그리고 달라지는 것 없이도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오기로 되어있다.
요즘 사랑하는 것이 없다.
공유할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사랑하는 것 없이,
시간이 성큼성큼 다가오기만 할까
그게 가끔 두렵다.
꽃은 그대 없이도 피기로 했으니,
아직은, 아직까지는,
고대하는 봄이 아니 오기를 바란다.
Painted and Written by
Lee Jin-Hy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