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재영 Jul 08. 2023

23. 시계를 5분쯤 빠르게 맞춰두었는가?

인생의 시간표를 헐렁하게 짜기.

시계를 5분쯤 빠르게 맞춰두진 않지만 뭐든 여유를 두고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약속도 15분 정도 여유를 두고 약속장소에 나가고, 출근도 좀 일찍 하는 편이고, 여행도 타이트한 것보다는 여유로운 일정을 좋아한다.


그 시간에 좀 느리게 걷는다거나, 건널목에서 차들을 먼저 양보한다거나(가끔씩 아주 큰 화물차가 골목에 들어서서 오도 가도 못할 일이 있는데 이런 날은 미리 나왔다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길을 물어보는 사람에게 길을 알려드리기도 한다.


친구랑 지하철 역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친구를 기다리면서 그 역 안에 간이상점에서 '사장님이 미쳤어요'라는 문구를 걸고 초특가로 파는 양말이나 방석 같은걸 사기도 하고, 은근히 만나는 친구가 신경 쓰이는 날이면 작은 꽃 같은 걸 사서 선물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시간을 알뜰하게 쓰지 못하는 편인데, 어느 시기에는 그것이 문제인가 해서 타이트하게 생활하게 되면 결국 퇴근 후 잠시 침대에 앉았을 뿐인데 한 시간이 지나있다거나, 샤워만 금방 하고 나와야지 했는데 샤워기 밑에서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5분 같았는데 한 시간이 흘러있고 하는 경험을 한다. 결국 나는 헐렁한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뭐든 다른 사람보다 느렸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젓가락질도, 구구단도, 그네를 타는 법도 뭔가 느렸는데 누군가의 말처럼 늦은 만큼 더 살면 되지 싶다. 젓가락질이 1년 늦었으면 1년 더 살고...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난 장수해야 하는 걸까? ㅋㅋㅋ(공교롭게도 돌잡이 때 나는 실을 잡았다고 한다.)


너무 빠르게 달리면 난 순발력이 없어서 결국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빈손으로 내릴지도 모르겠다. 손수레의 속도로 가는 게 나에게는 좋다.


문득 어떤 문장이 떠오른다.


괴테가 쓴 문장이라고 했나?

Ohne hast, aber ohne rast.

서두르지 말고, 그러나 멈추지도 말고.


이 말처럼 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22. 내게 힘이 되어주는 현자는 누구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