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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재영 Jul 16. 2023

24. 아버지의 아버지를 기억하는가?

무엇을 써야 할까?

책의 이 질문에 관련된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알고 보니 자신을 사랑했었던 일화를 알게 돼서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내용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어머니, 어머니의 아버지, 어머니도 기억을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쓰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쓰다 보니 내 이름 석자를 버젓이 공개한 계정이란 사실이 떠올랐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신의 부모들을 얘기한 적이 있지만 좋은 일화는 없었고 어떤 것들은 솔직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화이다. 


그래서인지 나도 조부모님들과는 친밀한 기억이 없다. 어릴 때 외할머니가 '차 씨라서 차가운가'라는 말장난 같은 말을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집 손주들처럼 살가운 면이 없어서인가 싶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읽은 책에서의 내용처럼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숨겨진 훈훈한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조부모님들은 모두 돌아가셨다. 그래서 더 알아갈 수도 물어볼 수도 없다. 부모님에게 여쭤보면 좋은 소리는 없다.


어머니 아버지가 자신의 친부모라서 상처가 많은 건가 싶다가도 나의 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서로 싸우는 일도 봤었기에 쉽지 않은 성장환경이었구나 싶다. (결혼식에도 외할머니는 참석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이 책의  질문의 의도가 있을까? 가족의 소중함을 발견하라는 의도일까? 아니면 질문은 질문일 뿐. 각자의 삶 속에서 그 질문의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으라는 것일까?  후자로 생각해 보면 조부모님을 생각하는 것은, 혹은 기억하는 것은 부모님을 더 이해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이 질문을 생각하면서 그냥 넘겨버렸던, 꼭꼭 숨어있었던 부모님의 과거가 불현듯 떠올라서, 내가 왜 그걸 잊어버렸을까 하고 의아해지기도 하였다.


넷플릭스에서 '러시아 인형처럼'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시즌2는 특정열차를 타면 자신의 부모나, 조부모가 된다. 주인공은 그 과거를 바꾸면 현재의 자신의 삶이 나아질 거라 생각하며 바꾸려 애쓰지만 결국, 본인이 부모가 되거나 조부모가 되어보면 그 심정을 이해하게 되고 그 선택을 반복하게 되는 내용이 있다.

출처 : 넷플릭스 러시아 인형처럼


나의 조상을 들여보는 일은 이 드라마의 제목인 '러시아 인형처럼' 결국 내 안을 들여다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든 싫든 나는 그들의 최종이고, 그렇다면 러시아 인형처럼 결국 내 안에는 그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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