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5분쯤 빠르게 맞춰두진 않지만 뭐든 여유를 두고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약속도 15분 정도 여유를 두고 약속장소에 나가고, 출근도 좀 일찍 하는 편이고, 여행도 타이트한 것보다는 여유로운 일정을 좋아한다.
그 시간에 좀 느리게 걷는다거나, 건널목에서 차들을 먼저 양보한다거나(가끔씩 아주 큰 화물차가 골목에 들어서서 오도 가도 못할 일이 있는데 이런 날은 미리 나왔다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길을 물어보는 사람에게 길을 알려드리기도 한다.
친구랑 지하철 역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친구를 기다리면서 그 역 안에 간이상점에서 '사장님이 미쳤어요'라는 문구를 걸고 초특가로 파는 양말이나 방석 같은걸 사기도 하고, 은근히 만나는 친구가 신경 쓰이는 날이면 작은 꽃 같은 걸 사서 선물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시간을 알뜰하게 쓰지 못하는 편인데, 어느 시기에는 그것이 문제인가 해서 타이트하게 생활하게 되면 결국 퇴근 후 잠시 침대에 앉았을 뿐인데 한 시간이 지나있다거나, 샤워만 금방 하고 나와야지 했는데 샤워기 밑에서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5분 같았는데 한 시간이 흘러있고 하는 경험을 한다. 결국 나는 헐렁한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뭐든 다른 사람보다 느렸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젓가락질도, 구구단도, 그네를 타는 법도 뭔가 느렸는데 누군가의 말처럼 늦은 만큼 더 살면 되지 싶다. 젓가락질이 1년 늦었으면 1년 더 살고...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난 장수해야 하는 걸까? ㅋㅋㅋ(공교롭게도 돌잡이 때 나는 실을 잡았다고 한다.)
너무 빠르게 달리면 난 순발력이 없어서 결국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빈손으로 내릴지도 모르겠다. 손수레의 속도로 가는 게 나에게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