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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재영 Aug 19. 2023

여름밤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지만 또 무언가 쓰고 싶은 날

여름밤은 사실 한 여름은 아닌 것 같다. 여름이 떠날락 말락 하는 그 밤.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도 숨 쉴 만한 지금 이때 즈음이 내가 떠올리는 여름밤이다.


전에는 이런 글들을 얼굴책에 썼었는데 어느 날 조금씩 얼굴을 뜯겼다고 생각했는데  퉁퉁 붓고 눈을 뜰 수 조차 없어 그 얼굴을 버렸다.


그때는 등에 땀이 나는 사건이 참 여러 가지였는데 이제는 회사의 대표님이 내 모니터를 볼 때만 그렇다.  그래도 이렇게 가끔씩 그 진땀 나는 상황을 돌아볼 수 있는 때가 있는 것 같다.


나는 냉장고에 있는 것을 잘 못 찾아 먹는데 누군가가 보고 나서 이거 왜 안 먹고 있어. 하면 그제야 아 맞다. 하고 꺼내먹는다.


여름밤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한 5년 전만 해도 자주 들었던 것 같은데 잊고 있다가 우연히 또 발견하고 아 맞다. 하고 들어보게 된다. 그걸 귀에 꽂고 이때 즈음 걸어가면 귀뚜라미 소리가 녹음된 소리인지 아니면 길에 진짜 귀뚜라미인지 모를 정도로 딱 이때의 노래 같다.


누군가 줄넘기하는 소리, 계속해서 이어지는 통화 소리, 배드민턴 치는 소리, 알 수 없는 신호음들 그리고 바람소리가 들리는 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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