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기억은 나질 않지만 아마도 7~8세 즈음 부터였을꺼로 기억된다. 그때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꿈을 꾸었던 거 같다. 1988년도쯤이던가.. 그때는 ”보물섬“이라는 만화책이 있었는데, 어릴 적에 부모님이 사다 주신 월간 간행지가 그 계기가 되었던 거 같다.
보물섬 만화책에는 그 유명한 김수정 작가님의 “아기공룡둘리“도 있었고 이현세 작가님, 김영하 작가님, 그리고 우리 아버지가 특히 더 좋아하시던 “맹꽁이서당”의 윤승운 작가님의 작품도 연재됐었다. 아 맞다 “달려라 하니”도 꼭 잊으면 안 된다.
한 달에 한번 발행되는 보물섬 월간간행 지를 그 이후로 기회가 될 때마다 수집하게 되었다. 계속 보다 보니 좋아하는 작가도 차츰 생기고, 만화 속 세계관을 어린아이 생각 그대로 많이 즐겼었던 거 같다. 지금과 비교하면 종이질도 거칠고 투박했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그 종이의 촉감과 냄새가 좋던지, 한 달을 겨우겨우 참고 기다려 연재되는 작품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화가의 세계를 동경하게 되었다.
월간보물섬 이후에 격주간 아이큐점프라는 만화책도 새로 출간되었었는데, 한 번은 부모님께 아이큐점프가 너무 보고 싶어요라고 졸랐더니, 학습지인 줄 알고 돈을 내주셨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만화책과 함께 어린 나는 만화가의 꿈을 차근차근 키웠다, 주변에서 그림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꾀어 만화공모전에 출전해 보자고 의기투합해보기도 하고, 어린 시절 부족했던 용돈을 모아 화방이라는 곳도 가서 펜촉과 스크린톤을 모으기도 했었다.
혹시 스크린톤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는가? 디지털드로잉 소프트웨어가 발달했던 지금과는 달리 예전에는 전부 수작업으로 선을 그리고, 펜선을 따기도 했었는데, 그중 인물이나 배경, 말풍선에 들어가는 음영이나 효과 같은 부분에는 스크린톤이라는 판박이스티커를 사용했다. 가격도 꽤 비쌌다. 국산 아트제품이 1,500원 일제는 2,000원에서~3,000원 정도로 비쌌었다. 글씨와 영문용 레터링지도 있었는데 역시 비쌌었다.
지금은 몇 번 클릭만으로도 스크린톤과 같은 효과를 척척해주는 세상이 되었으니 그때 어린 시절의 내가 봤으면 아마도 놀라 까무러치지 않았을까생각해 본다.
만화 속에서는 여러 가지 캐릭터의 인물들이 있다. 그 인물들은 각자의 세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꿈과 희망을 키워가며 세상과 맞서 싸우면 살아간다. 어린 시절 되고 싶었던 꿈이 많았던 나는 만화 속캐릭터들을 동경했고, 그들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보길 원했던 거 같다, 그리고 더불어 그런 캐릭터들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만화가란 직업이 공상을 좋아하는 나와 참 쿵작이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 거 같다.
물론 현재는 만화가 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내 꿈은 작게나마 늘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속으로라도 이야기들과 공상을 즐기면서 살고 있다. 가정을 지키고 아이들을 부양해야하는 가장으로 써의 현재의 내 삶과 어린 시절 그때 그 꿈과 적절하게 타협하며 잘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불쑥불쑥 찾아오는 어린 시절의 나의 생각들을 조금 더 가까이 만나게 된다면, 어린 내 손이라도 따스하게 어루만져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