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일기 vs 엄마일기
1980년생 여자가 쓴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일기 속에서 공통된 스토리를 뽑다.
응답하라1988년
1988년 8월 1일
아침부터 꼭 사막에 온 듯 더워서 용마골에 갔다. 물이 무릎까지 찼다. 우리 식구는 나무가 뻗어있고 바로 밑에 물이 있는 곳에 자리를 폈다. 나무들. 예쁜 꽃들. 바위. 무수한 잡초들. 자연이란 정말 신비롭다.
‘하지만 곳곳에 쓰레기가 많아. 삼천리 화려강산이란 우리나라가 이렇다면 서울 올림픽을 개최하는데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러니까 우리나라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 자연보호 운동을 하자’
2007년 5월 7일
나에게는 익숙한 길이지만 동대문역과 동대문운동장역은 걷든, 차를 타든 상습정체지역이다. 95년만해도 동대문운동장역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고 호돌이들은 혼자서 운동을 했다. 벽화를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그들은 머리만 돌리는 게 아니라 펜싱도 하고 복싱도 하고 조정도 하고 별 거 다한다. 오늘의 MMC극장과 동대문운동장역은 너무 뜨거워서 서늘해질 일이 없다.
2012. 10월 10일
시내 중심가에서 지인을 만나기로 했다. 명동, 가로수길, 홍대 중 어디가 좋을지 의견을 모으다가 자꾸만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만나는 게 어떻겠냐는 말이 나온다. 그곳은 나의 모교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안가본지 수 년이 넘어 방문계획을 잡아본다.
중3 겨울 고등학교 입학원서를 내려고 동대문운동장역에 처음 발을 디뎠다. 열차가 충무로 방향으로 사라지고 제일 먼저 눈길을 끈 것이 88올림픽 공식 마스코트인 호돌이다. 펜싱하는 호돌이, 유도하는 호돌이, 수영하는 호돌이...... 현재 스크린도어로 가려졌고 또 그 이전에 정비 작업을 하면서 볼 수 없게 됐지만 동대문운동장역 역사를 가득 메우던 호돌이 그림은 내 기억에 뚜렷이 남아있다. 2012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가면 어떤 풍경을 볼 수 있을까?
2015년 . "응답하라 1988"이란 드라마가 방영된다고 합니다.
동대문운동장역에 아직도 호돌이가 남아있다면 이 사실을 얼마나 반가워했을까요.
호돌이를 그리며 혼자 웃어봅니다.
작게 보면 저의 일기지만 크게 보면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이기에 케케묵은 일기장을 펼쳤습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문창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