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일기 vs 엄마일기
1980년생 여자가 쓴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일기 속에서 공통된 스토리를 뽑다.
단양
2007년 11월 12일
내 고향은 충청북도 단양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마지막으로 놀러간 그 곳을 다녀왔다. 단양의 가장 번화한 곳에 내렸다. 분식집에 들러 음식을 시키고 수몰민임을 밝히자 주인 내외가 반가워한다. 돌아오는 대답이 느려 역시 충청도 사람이구나 느꼈다.
우리 가족은 내가 일곱 살 때 댐 건설로 수몰민이 되었고 덕분에 충북 단양에서 서울 큰 아버지 댁으로 이사를 왔다. 댐이 아니었다면 이 답답한 시골 도시에 갇혀 살아야했을 것이다.
구인사와 천동동굴에 가기로 했다. 구인사는 가파르고 무서웠다. 마지막으로 들른 천동동굴은 좁고 낮았다. 동굴을 겨우 빠져나오자 안내원이 방긋 웃어준다. 추운 날씨라 사람이 없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단양 이야기를 써서 백일장 장원 탔던 기억이 난다. 내가 이만큼이나 좋아하고 추억하는 단양은 우리 세 자매의 고향이며 엄마의 고향이기도 하다.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아버지는 왜 이리저리 떠돌다가 단양이란 도시에 흘러들었던 걸까. 엄마는 왜 아버지의 꼬임에 넘어갔을까. 어찌 보면 가난한 기억이 있고 그닥 볼 것도 없는 도시지만 고향이니까 찾아왔다. 결혼할 사람과.
★
1990년. 단양으로 가는 기차엔 기타 치는 오빠들이 있었습니다.
2007년. 단양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작게 보면 저의 일기지만 크게 보면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이기에 케케묵은 일기장을 펼쳤습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문창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