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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too Oct 22. 2018

우주인 중력 테스트 같은 영화 [퍼스트맨]

인류 최초로 달 탐사라는 업적을 이룬 인물 닐 암스트롱.


영화는 오직 그 업적을 이루기 위해 그가 겪은 고생과 고뇌, 그리고 더불어 이겨내야 했던 환경을 거의 일인칭 시점에 가까운 터치로 묘사한다.


다큐멘터리에 준하는 방대한 자료들로 풀어낸 듯한, 그러나 분명한 영화로서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영화 [ 퍼스트맨 ]

영화의 전체적인 감상에 앞서, 가벼운 관람을 희망하는 예비관객이라면 어지러움증이나 지겨움이 발생할 큰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대비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미국이 소련과의 우주 진출 경쟁이 한창 과열되던 시대, 닐 암스트롱은 달 탐사를 위한 나사 프로젝트 우주인 선발 과정에서 선발되어 과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의 이론과 신체적 적응훈련을 익혀가며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의 미션을 준비해 간다.


현존하는 모든 과학 영역 중에서 가장 첨단의 과학 기술들이 탑재되어야만 한다는 우주과학. 당시에도 그 미지 영역에의 도전을 위해 각 분야의 천재들이 몰두해 갔다.


물리적 법칙에 따른 가설로서 알려진 이론적 가능성을 수치로 계산하는 물리학자들, 그 이론을 토대로 탐사가 행해질 우주선을 제작하는 엔지니어, 실제로 투입되어 현장을 진행 할 우주인, 안팎으로 세금을 기반으로 한 막대한 자본이 투여되기에 연구자체의 효용성을 들먹이며 반대 하는 세력에 맞서는 행정직들까지..


그 과정에서 가설과 예측에 근거한 실험에 가까운 시도에 종종 착오나 예상치 못한 결과가 빚어져 희생되어지는 그의 동료들.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하는 달 탐사 프로젝트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함께 힘든 과정을 함께 해오던 동료들을 하나 둘 잃어가는 인물의 쓸쓸함과 더욱더 굳건해 지는 결의를 따라 기어이 달 탐사에 성공해 달에 첫발을 내 딛게 될 때의 감동.






영화는 오로지 이 담백한 실화 스토리 외에는 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문두에 밝힌 바 있다시피 이 영화는 이 담백한 스토리를 담아내는 구성에 비해 관람이 수월한 영화는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기존 극영화의 문법이나 형식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이라면 피로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형태.


큰 하나의 사건을 따라가되 랜덤으로 떠올려지는 개인의 기억 순서를 표현하려는 듯 툭툭 거칠게 붙여지며  이어지는 컷들.


다분히 의도가 담겼을법한, 누군가가 옆에서 그의 생활을 바라보고 있는 듯 관조하는 듯한 건조한 시선.


거기에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많은 장점을 가려버린 것으로 생각되는 핸드헬드의 촬영기법. 특히 이 부분만큼은 먼저 언급하고 가지 않을 수 없다.



[핸드헬드 ] 촬영기법.


고정되지 않은 카메라로 누군가가 들고 찍은 듯 흔들림이 느껴지는 촬영기법이다.


단순히 장비가 부족해서나 촬영기사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닌, 최근의 영화들에서는 의도적으로 이 기법을 사용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큰 부분을 차지하는 기술로서 이용되곤 한다.


이 기법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는 대개 극중 등장인물의 불안한 심리전달, 또는 액션에서의 박진감, 멀리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현장감 등으로 얘기되어 진다.

이 영화에서의 쓰임새 역시도 불안한 감정전달과 함께 화면 속 누군가가 이들의 일상을 지켜보고 있는 현장감을 동시에 전달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바로 관객의 시선이기를 바라는 의도가 보인다는 점에서 기존의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너무 과하다.


관객에게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라는 의도로 주로 사용되는 [클로즈업] 장면이나 벌어지는 사건에 많은 정보를 담는 [풀샷] 등... 각각의 화면 쇼트 역시도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정해진 설정이었을 것을.


피사체가 비추어지는 거리나 종류에 상관없이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카메라는 끊임  없이 흔들린다.


개인적으론 너무 심한 어지럼증 때문에 영화 중반 이후부터는 슬슬 화가 날 지경이었다.


가정 내에서의 평범한 대화, 동료와의 담소, 역사적인 우주선 발사의 순간, 번뇌를 이겨가며 결의를 다지는 순간...


모두가 다른 무게로서 균형을 맞추어 가며 전체적인 이야기를 전개해 가야 할 텐데

카메라는 그 어느 때이건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다.


아이맥스의 큰 스크린에서 그다지 나쁘지 않는 좌석을 점한 관람이었지만, 특히 클로즈업 장면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 영화 안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카메라 때문에 멀미가 생길 지경이었다.


조금 더 앞자리였다면 아마 더 심한 고통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도 영화관 안에서도 길었던 여정 끝에, 모습을 드러낸 관객이 원하는 '그 씬'.


주인공의 이제까지의 고생과 노력이 결실을 맺는 스케일도 어마어마한 달 착륙 장면.


제작 비하인드로는, 그 전까지는 16m, 35m로 촬영되어오던 영상이 그 장면에서야 비로소 아이맥스로 촬영되었다고 하는데, 말하자면 촬영 역시도 주인공에게 빙의한 느낌을 주려고 한 모양이었다.


작은 필름 속 이야기에 갇혀 있다가 뻥 뚫린 탁 트인 아이맥스 비율로 드디어 광명을 찾았다는 느낌을 관객에게 공감시키고 싶었음이 분명하다.


달에 도착해서 착륙을 위해 좌표를 이쪽저쪽 맞추어가며 난항 할 때까지도 우주선의 자그마한 창문으로 답답하게 언뜻언뜻만 보여지는 달의 표면.

영화는 주인공이 직접 우주선에서 내려와 달을 밟는 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달 표면의 전경을 같이 보여준다.


달 착륙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지닌 인물의 전영화이니만큼, 아마도 일반 관객들이 가장 바라고 기다리고 있는 장면은 우주선 발사를 성공하여 달에 첫발을 디디는 그 장면 이었을 텐데,


단 10분여. 아마도 영화 내에서 가장 힘을 들였을 그 장면을 감상하기 전, 주인공의 감정에 같이 올라타지 못했다면, 이전의 130여분은 마치 고문과도 같다고 할 정도로 지루하기 그지 없다.


그렇다면 기다림에 끝에 힘을 실었다는 마지막 그 장면의 감흥도 기대에 미치지 못함은 당연지사.


시종일관 조금의 유머도 없이, 실제로  그들이 현장에서 사용했을 법한 물리학 용어들과 알 수 없이 등장하는 무수한 기계적 수치들, 그들의 전문성이라 치켜세우기엔 지켜 볼 관객들에게 일절의 배려도 없이 영화는

그저 여러 힘든 상황을 이겨냈던 한 인물의 성취를 따라가기를 강요한다.


우주물리학 관점의 고증에는 철저했을지 몰라도 대중영화로서의 전달방법에 있어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임에 틀림없다.


영화 안에서 설명이 과하면 설명충, 설명이 없으면 불친절충 취급이 되어지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 긴 시간동안의 과정을 같이 따라오라고 하는 태도였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관객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 혹은 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휴식이라도 제공했어야 했다.


연기, 배역, 특수효과, 시점, 시선... 따로 따로 떼어서 생각하자면 거의 흠잡을 것이 없을 수준의 이 영화는, 이 모든 것들을 관객이 느끼기 전에 미리 전달하려는 듯한 카메라의 조급함으로 인해 많은 부분을 소실한 느낌이다.


4Dx, 아이맥스 3D, 에트모스피어... 최근 늘어간 ‘괜찮은’ 상영조건을 가진 극장 시스템들. 이는 분명 영화라는 세계에 관객이 조금 더 깊이 빠져들게 하는 몰입을 돕는 장치들이다.


그런 장치들에 발전에 발맞추어 영화자체도 그런 환경에서의 상영을 염두하고 제작되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지 않던가.


체험의 즐거움. 즉, 관객이 극장에서 느끼고자 하는 체험은 영화에서 의도한 감정을 보다 극대화 시켜 흥미를 돋우기 위함인 것인데,


이 영화에서 중후반까지 느껴지는 극대화되는 감정은 극중 계속되어지는 실패와 좌절에 인물이 느끼는 피로감이었다.

 그리고 더한 몰입을 위한 ‘장치’를 통해 관람 중인 관객은 그 피로감을 증폭시켜 전달 받아야 했다.


그것도 알 수없는 그들만의 전문용어로 점철된 흔들리는 화면을 통해.


영화는 전체적으로 실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차용한 듯한데, 그렇기에 영화 속의 이러한 피로감까지도 증폭시켜 표현하고자 한 것이 의도라고 했을 때, 곳곳에 그 피로를 풀어줄 만한 요소를 심어두었다면 마지막의 그 명장면을 따라가기까지 좀 덜 지치지 않았을까.


영화에서 처한 상황은 소련과의 우주과학 경쟁이 극에 달해있을 시점, 즉 영화 [히든 피겨스]의 시대와 겹쳐진다.


NASA 안의 흑인여성 직원이라는 차별에 맞서 나사의 우주과학에 큰 공적을 세웠다는, 역시 실화 기반이었던 영화 히든 피겨스.


곳곳에 그녀들의 고난의 장면과 억울한 상황들이 발생하지만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서 풀어가는 이 영화는 그녀들의 천재성과 곧은 인내심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사이다 같은 자신들만의 재치로 관객들을 안심시키며 후반부엔 큰 공적을 세워 추앙받는 한명의 떳떳한 정직원으로서 인정받는 내용의 영화였다.


[히든피겨스]는 [퍼스트맨]처럼 '직접 극중 인물이 되어 느끼세요' 라고 강요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어쩔 수 없이 참아왔던 울분, 인내, 노력으로서 해소의 기쁨을 공감할 수 있는 수작이었다.


무엇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러운 동화됨이 가능했었다.


무겁지 않은 톤으로 관객들에게 '이렇게 살았던 여성들도 있답니다' 하며 보러오라고 슬쩍 초대하는 반면,



퍼스트맨은

'여러분들 닐 암스트롱 아시잖아요!! 그가 얼마나 고초를 겪어가며 달 착륙에 성공했는지 그 과정을 내 일처럼 고스란히 한번 느껴보셔야죠!!' 라며 억지로 영화 속 그 좁디좁은 우주선에 태워 날려보내는 느낌이다.


훈련과정에서 있었던 중력테스트를 받는 느낌으로...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많았지만,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 등과 같은 명작 우주영화들이 떠오르며 실제로 이 영화가 그 작품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었었다.


그 이유 중 큰 부분은 바로 데미안셰젤 감독.

위플래시, 라라랜드 단 두 편으로 어마어마한 공력을 뿜어냈던 이 젊은 천재 감독에게 갖는 기대감이었다.


과거 두 작품 모두 꽤나 인상깊게 감상했었고 그런 만큼 감독의 스타일과 얘기하고자하는 메세지를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위플래시와 라라랜드 두 영화는 큰 틀에선 음악을 메인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비슷하지만 무엇보다 영화의 핵심적인 표현 면이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었다.


바로 ‘인물’의 성장에의 고민, 갈등과 역경을 통해 전달하는 인간에의 깊은 관찰이 그것.


닐 암스트롱의 달 탐사소재를 이 감독이 만든다면, 아마도 달 탐사라는 현장 묘사보다도 한 인간의 고뇌와 실패, 그리고 노력과 성장을 메인으로 다룰 것이라 예상했었고


예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인의 역경을 헤쳐나가는 팍팍한 이야기에 윤활유가 되어주던 음악이라는 요소만 거세 되었을 뿐, 비슷한 개인의 고민이라는 측면에서 메세지 역시 다르지 않은 맥락.


다만 이번에는 실화 바탕에 여러 효과들을 첨가되어 이전에 청각적인 요소였던 윤활유를 시각적인 것으로 대체했다고 보여진다.

어린 딸의 죽음과,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동료들의 안타까운 죽음, 그 환경 속에서 견디어내고 이루어 내야만 했던 그의 압박감과 사명감, 그리고 버티고 비티어 성취한 세계사에 남을 업적.


발전된 기술로 그 시대의 업적을 기록한 영화로서는 크게 칭찬해마지 않을 수 있는 완성도라 할 수 있겠지만,


그의 위대한 업적을 확인하러 온 박물관 관객이 아닌, 재미를 찾고자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얼마만큼 이 영화의 의도에 공감해 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일인칭 시점으로 감독의 의도에 탑승하지 못하면 극중 우주인 테스트만큼이나 큰 멀미와 지루함과 싸워야 하는 영화.


재미를 찾거나 멀미가 심하거나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의 관람이라면 실망감을 느낄 확률이 다분하니, 최적의 컨디션으로 닐 암스트롱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간다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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