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 이후로 밤잠을 깊게 자본 적이 거의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임신한 이후부터다.
이쯤 되면 숙면을 포기한 셈이나 다름없다.
임신 초기에는 유산에 대한 불안함으로 인해 새벽에도 잠이 깼다.
안정기로 접어든 임신 중기에는 배가 불러오는지 배가 당기고 콕콕거려서 잠을 못 잤다.
그리고 생소하고 신기한 태동 때문에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다.
임신 말기에는 태동뿐 아니라 배가 많이 불러와 숨이 잘 쉬어지지 않고 다리가 저려서 그리고 출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러다 아기를 낳고 나서부터는 모유수유를 하느라 밤낮없이 시간 맞춰 일어났다.
그런데 이것들은 다 괜찮았다.
이런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는 문제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진짜 육아는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감히 생각도 못한 난생처음 겪는 현실 그 자체였다.
육아를 해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세계라고나 할까.
아기를 낳고 나면 아기가 마냥 예쁘고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그저 사랑스러울 줄만 알았다.
울어도 예쁘고 똥을 싸도 예쁘고 조그만 움직임 하나에도 사랑스러움이 뚝뚝 떨어지는 그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할 사랑이 뿜뿜 샘솟는 날들의 연속일 줄만 알았다.
물론 그렇긴 하다.
그러나 육아를 하지 않는 일반인들은 전혀 모르는 또 다른 현실을 처음 마주하게 되니 초보 엄마아빠는 그저 당황을 넘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그저 인터넷 검색만 줄곧 해댔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용쓰기.
밤마다 아가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마구 들썩인다.
처음에는 어디가 아픈 줄 알았다.
사랑스럽기만 한 내 아가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가 나왔다. 흡사 외계인 소리인 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신생아 용쓰기를 마주한 초보엄마는 안아도 보고 젖도 물려보고 토닥여보기도 하고 기저귀를 갈아주기도 하고 매일밤 용쓰기를 막기 위해 그야말로 용을 썼다.
용쓰기는 새벽에 동이 틀 무렵에 어김없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이러다 어찌 되는 건 아닌지 무섭기도 하고 뭘 어찌해줘야 할지 몰라 그저 안고 달래기만 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그러나 용쓰기를 막을 순 없었다.
그 용쓰기 특효약은 바로 시간.
신생아 용쓰기는 아기가 커가는 성장통이라고 한다.
내 아가가 크기 위해 정신은 물론 온몸이 아파와 그걸 견디느라 아기는 몸에 힘을 주고 소리를 질러대고 울며불며 온몸으로 '엄마 나는 지금 크고 있어요'를 외치고 있는 것이었다.
이걸 알 리 없는 초보엄마는 아기가 용쓰기를 할 때마다 걱정과 근심으로 밤을 꼴딱 새우기 일쑤였다.
시간이 약이란 것도 모른 채.
용쓰기가 끝나기만 하면 밤에 두 다리 쭉 뻗고 푹 잘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나의 오만한 착각이었다.
용쓰기 이후로 아기는 밤만 되면 변신이라도 하듯 다른 아기가 되어 있었다.
공포의 원. 더. 윅. 스.
아기를 낳고 나서도 원더윅스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단어이다.
밤마다 이유 없이 울어대는 아기가 대체 왜 그러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 검색을 했는데 생전 처음 보는 단어 '원더윅스'.
아기가 급성장하는 게 바로 원더윅스란다.
그렇다. 아기는 그냥 저절로 크는 게 아니었다.
아기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는데 그 시기인 원더윅스가 오면 강성울음과 식욕부진, 짜증과 보챔이 말도 못 하게 심해진다.
우리 아가는 막 그렇게 심하게 원더윅스를 겪지는 않았다.
어떤 아기는 밤새 울어서 엄마아빠의 혼을 쏙 빼놓는다고 하는데 우리 아가는 그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울어야 고작 10분 남짓. 안아서 달래면 달래지는 정도였다.
그래도 처음 겪는 원더윅스는 아주 매운맛이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웃으면서 즐겁게 목욕을 하던 아가가 하루 사이에 물을 대는 순간 자지러지게 울어버렸다.
발가벗은 채로 그대로 안고 아가를 달래느라 등에 땀범벅이 되었다.
또 어떤 날은 잠들어서 내려놓고 토닥여서 10분남짓 재웠는데 엄청난 소리로 울음을 터뜨려서 안고서 방안을 서성이며 한참을 달랬다.
그 뒤로 밤만 되면 언제 울지 몰라 쉽게 잠을 들지 못했다.
아기가 뒤척이기만 해도 나는 잠이 깨버렸다.
알람보다도 더 무서운 원더윅스.
소소한 이유로 잠 못 드는 날들도 많았다.
세상 이쁘게 잠든 아기가 코를 그렁그렁 골았다.
아니, 코가 막혀 숨쉬기가 힘들어 보였다.
작디작은 아가가 행여나 코가 막혀 숨을 쉬지 못할까 봐 밤마다 아기가 숨을 잘 쉬는지 확인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밤마다 새우잠 자는 건 일상이 되었다.
나의 아가는 밤에 배가 고파도 울지도 깨지도 않는다.
어찌나 효자인지 통잠을 일찍 자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생아는 너무 오랫동안 수유를 하지 낳으면 탈수가 올 수 있다고 해서 정해진 시간에 수유를 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시간이 되면 일어나 아기가 혹여나 일어날까 기다렸다.
결국 일어나지 않으면 꿈수를 했고 꿈수를 할 때면 더 오랫동안 등을 토닥여주며 소화를 시켜줘야만 했다.
그래서 수유시간은 늘 한 시간이 넘었다.
새벽에 그렇게 두 번을 수유하고 나면 내가 자는 시간은 고작 두세 시간 남짓이다.
그것도 이어서 자는 게 아니라 한두 시간 자고 일어나 수유를 해야 해서 신경 쓰다 보면 어떤 날은 30분 졸다가 일어나기도 하고 아예 안 자고 버텨서 새벽수유를 하기도 했다.
이건 뭐 밤잠을 잤다고 하기도 뭐 하고 안 잤다고 하기도 뭐 하고.
가장 큰 밤샘은 뭐니 뭐니 해도 아기가 아플 때다.
6개월 전에는 엄마에게 받은 면역력으로 인해 크게 아플 일이 없는 아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샘을 해야 하는 건 바로 예방접종.
그날 밤은 무조건 열 보 초 서는 날이다.
열보초란 말 그대로 밤새 실시간으로 열을 재며 아기의 체온을 확인하는 일이다.
접종 후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이 바로 열이다.
아기들은 열이 한번 오르면 확 오르기 때문에 방심하면 큰일이다.
열이 떨어졌다가도 어느 순간 39도까지 순식간에 오르기 때문에 한 시간에 한 번꼴로 열을 재는 건 엄마의 의무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가는 접종을 할 때마다 열이 났다.
다행인 건 39도까지 오르지 않아 약을 먹이지는 않았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열을 내렸다.
초보엄마는 열이 37도만 넘어도 전전긍긍이다.
내가 깜박 잠들어서 열을 못 재서 39도로 펄펄 끓으면 어쩌나 싶어서 밤새 아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졸다시피 밤을 새우며 열 재는 시간이 되지 않아도 손으로 이마와 온몸을 어루만지며 뜨거운지 괜찮은지 아기의 상태를 살폈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엄마아빠가 다 이렇겠지.
열보초 서는 날은 엄마도 아빠도 5시간 이상 숙면 취하기는 글렀다.
엄마아빠의 지나친 걱정과 정성스러운 열보초 덕분인지 아기의 접종열은 그럭저럭 넘어갔다.
우리 아기는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코로나에 걸렸다.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코로나.
태어나서 처음 걸린 병이 코로나라니.
그런데 나는 피해 갔다.
아기가 코로나에 걸려 기침하고 열이 펄펄 나서 밤새 열보초 서느라 모든 신경이 다 곤두서있는 와중에 더 큰 걱정은 바로 내가 코로나에 걸리면 어쩌나 하는 거였다.
아픈 내가 아픈 아기를 돌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 코로나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미리 약을 처방받아 놓기도 했다.
모유수유하는 엄마는 약을 함부로 먹을 수 없기에 코로나 검사받으러 간 소아과에서 내 약도 미리 받아놨다.
그런데 나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모르겠으나 어찌 됐든 나는 아직 한 번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슈퍼면역자임에는 틀림없다.
어찌 됐든 외할미에게 옮아 코로나에 걸린 5개월짜리 나의 아가는 접종열과는 비교된 안되게 열이 높았다.
39도는 우습게 넘어갔다.
그야말로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그래도 아기는 밤새 깨지 않고 울지도 않고 잘 잤다는 놀라운 사실.
나는 밤새 자는 아기의 체온을 재고 38도가 넘어가면 자는 아기를 깨워 해열제를 먹이고 자느라 정신없는 아기의 몸을 조심스레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손발이 차가우면 주물러주며 밤을 꼴딱 새웠다.
그 덕에 열은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했지만 딱 48시간만 오르고 그 이후로는 정상체온을 되찾았다.
나는 이틀 밤을 거의 못 잤다.
마침 주말이라 밤새 못 잔 잠은 낮잠으로 보충할 수 있었다.
낮에는 남편이 아기를 케어했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숙면을 취한 적은 없다.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공포의 뒤집기지옥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뒤집기 성공을 한 달 넘게 그토록 바라고 바랬건만 뒤집기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뒤집기를 한 이후부터 아가는 엎드려 자기 시작했다.
그것도 코를 박고.
처음에는 잠시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뒤집고 나면 되집을 줄 모르는 아가.
그렇다. 엎드릴 줄만 알았지 다시 똑바로 눕는 건 못한다는 말이다.
아가를 키우면서 가장 무서운 단어가 바로 '영아돌연사'이다.
돌 전 아기들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갑자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
신생아 때도 곤히 자는 아가가 숨을 쉬긴 하는지 확인하곤 했는데 뒤집기를 시작한 뒤로는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영아돌연사가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때가 뒤집기 이후부터라고 한다.
걱정인형 초보엄마는 밤새 아가의 배를 쳐다보기도 하고, 코에 손가락을 갖다 대기도 하며 아가가 숨을 잘 쉬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처음에는 엎드리면 다시 똑바로 눕히고, 또 눕히고 했는데 그럴 때마다 아가가 칭얼거리고 이내 다시 뒤집어버렸다.
결국은 편하게 자게 두기로 하고 대신 내가 밤을 새우며 아기를 살폈다.
되집기가 된 이후로는 편히 잘 수 있을까??
아니다. 그때부터는 낮이고 밤이고 눈을 뜨고 있을 때나 감고 잘 때나 굴러다니느라 정신없다.
밤에 패밀리침대에서 같이 자는 나는 굴러와서 아가의 발에 맞고 손에 맞느라 자다 깨다의 연속이다.
오늘 밤도 아가의 발망치를 맞겠지.
6시간만 딱 깊게 숙면을 취하고 싶다.
그러려면 우선 아가가 내 옆에 없어야겠지?
그럴 일은 절대 없으니까 그럼 나는 이제 당분간 내 생활에 숙면은 없는 걸로.
숙면 좀 못하면 어떠랴.
엄마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아가가 있는데.
눈만 마주쳐도 사랑스럽게 웃어주는 우리 아가가 있기에 오늘도 숙면을 글렀지만 엄마는 아주아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