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텍 이성희 대표
컨텍이 지난 11월 9일 제주센터 투자기업으로는 최초로 상장이라는 결실을 보았다. 2015년 컨텍 설립 이후 제주에 민간 우주지상국을 설치하고, 미국, 말레이시아, 호주, 핀란드 등 전 세계에 구축한 우주지상국을 운용을 통해 얻은 성과이다. 제주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항공우주 산업에서 영향력을 펼치게 될 컨텍의 이야기
를 들어본다.
우선 상장을 축하드립니다. 컨텍 창업 8년 만에 이루신 성과인데요, 상장 이후 달라진 것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상장했다고 해서 컨텍의 목표나 비전이 달리지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우주산업의 새로운 가치 추구하고, 우주산업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달려가고 있죠. 물론 이점은 있습니다. 컨텍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코스닥 상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 기업과 관계를 쌓은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해외 비즈니스 관계에서 신뢰성이 강화되었고, 컨텍이라는 기업을 더 쉽게 알릴 수 있죠.
덕분인지 최근에는 기업 간 SNS를 통해서 프랑스의 항공우주 기업인 ‘탈레스(Thales)’가 ‘사이버 보안 부분에 관해서 협력해 보자’라며 연락해 왔어요. 컨텍이 상장함으로써 믿고 협력해 볼 만한 규모와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상장 이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한 기회가 늘어났죠. 인력채용 측면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상장사라는 점이 지원자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거죠. 또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자금을 유상증자로 마련할 수도 있죠.
상장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M&A(인수합병) 제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국내·외 기업에서 M&A 제안도 여럿 해 왔죠. 처음에는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가 시리즈B 투자를 받고 난 다음인데, 어떤 산업 분야이든 이 시점에서 기업이 규모를 키우고 사업을 확장하려면 무엇보다 자본이 필요하죠. 속도감 있게 들어온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M&A는 제가 그려가고 있는 컨텍의 비전과는 맞지 않았어요. 물론 서로 맞춰가는 방법도 있지만, 대부분 우주산업을 잘 모르는 기업이다 보니, 그것도 힘들겠다고 판단했죠. 1년 후 시리즈C 펀딩을 받고, 이후 엑시트 단계까지는 가야 하니 상장이라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컨텍을 처음 만들 때 상장에 관한 생각이 있었을까요?
창업하면서부터 상장을 염두에 두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시리즈B 이후 M&A 제안이 오면서 조금씩 ‘상장까지 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일반 상장이나 기술특례 상장이 있었는데, 일반 상장으로 가려니 시간이 오래 걸리겠더라고요. 그래서 기술특례 상장으로 방향을 정했죠. 상장을 하게 되면 그다음에 유상증자를 통해 우리의 비즈니스를 확장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고요.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대표라면 대부분 같은 생각일 거예요. 창업 초기에는 상장을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몇 년 동안은 앞으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에 집중할 수밖에 없죠. 상장은 어느 정도 데스밸리를 지난 다음에 안정된 구조가 만들어졌을 때 자연스럽게 마주할 거예요. 어차피 엑시트는 해야 하니까 그때 M&A든, 상장이든 선택하는 순간이 오죠.
상장의 과정이 상당히 어렵다고들 말씀을 하시는데요, 컨텍의 상장 과정은 어땠나요? 또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나요?
이전에는 상장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전혀 몰랐어요. 아마 저는 상장을 두 번 하라고 하면 절대 안 한다고 할 것 같아요(웃음). 준비할 게 정말 많습니다. 실사도 받아야 하고, 기술평가위원회 평가와 대표이사 면접도 통과해야 합니다. 또 심의위원회 평가를 받고, 회사 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정관 변경에 대한 이유나 이사회에 회의록까지 다 조사받죠. 회사 초기 단계부터 지금까지, 영업을 해 오는 동안의 자료가 다 있어야 합니다. 어느 단계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나갈 수가 없어요. 그 한 단계 한 단계가 정말 힘들더라고요.
처음부터 상장을 목표로 둔 스타트업이라면 창업 초기부터 정관은 어떻게 만들지, 내부 통제는 어떻게 할지, 회계와 재무의 분리는 어떻게 할지 그림이 그려지겠죠. 그래야 나중에 편해요. 하지만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부터는 이런 것을 다 챙길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제주센터 같은 기관들이 상장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을 위해 이미 상장한 회사와 네트워킹을 이어주거나, 혹은 상장 과정을 자세히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상장을 준비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미리 그 과정을 알고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컨텍은 점점 성장하고 있는데요, 벤치마킹하고 있는 해외 기업이 있나요?
컨텍은 컨텍만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벤치마킹을 하기보다는 다양한 해외의 사례를 찾아보며 컨텍이 나아갈 길을 스스로 만들고 있습니다. 해외의 사례 중에서는 인상 깊은 것들이 많습니다. 선진국에는 우주산업을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국가 기관이 있어요. 유럽에는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 ESA)이, 미국에는 미국항공우주청(NASA)이 있죠. 우주산업 관련 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우주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죠. 정책도 함께 이뤄지다 보니 기업과 정부 간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고, 여기에 인재 육성 정책도 잘 맞물려서 돌아갑니다.
각 나라의 우주 정책이라든지 방향성을 보면서, 컨텍이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항공우주 산업의 파이를 더 크게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게 되었죠. 그래서 가장 먼저 상장을 통해 자본과 우수한 인력을 확보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제주에 만들고 있는 큰 규모의 우주지상국이 그 일환인가요?
지금 한림읍 상대리 쪽에 가칭 아시아 스페이스 파크(Asia Space Park)를 만들고 있어요. 외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오직 컨텍의 자금만으로 약 2만 6,446㎡ 정도 되는 부지를 마련했고,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우선 이곳에는 총 12개 정도의 지상국 안테나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그중 2개는 컨텍의 안테나고요. 각각 주파수와 레이저 통신을 이용하는 지상용 안테나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나머지 10개 정도는 저희와 계약한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 기업의 안테나입니다. 그 안테나를 저희가 구축하고, 운영까지 해주는 거죠.
이뿐만 아니라 지금 대전에 있는 미션 컨트롤 센터처럼 전 세계에 있는 컨텍의 지상국을 관제하는 관제센터도 크게 짓고, 스페이스 디지털 아트관이나 체험관도 만들 예정입니다.
아시아 스페이스 파크라니 이름부터 멋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공간이 될까요?
무엇보다 컨텍이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와서 보기에는 생생한 것을 만나는 곳이 되겠죠. 박물관이나 체험관, 테마파크 등의 기능은 부수적인 겁니다. 여기서는 실제 우리 머리 위를 지나가는 위성에서 데이터가 수신되는 것, 어떤 데이터가 내려오고, 또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눈으로 볼 수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는 사람들이 우주산업에 관심을 두게 하는 기능도 있겠습니다. 우주산업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으며, 어떤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죠.
유럽에는 이미 이런 기관이 있어요. ‘유럽 스페이스 센터’라는 곳에는 800명 정도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갖춰뒀고, 일주일에서 한 달까지 다양한 기간 우주 산업을 경험하고 배워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그곳에서 항공우주 분야에 관련된 꿈을 찾고요.
제가 그곳에 갔을 때 제안을 하나 했어요. 나중에는 컨텍이 우리나라에 이런 시설을 만들 테니 그때가 되면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자고요. 유럽 학생들이 컨텍에 오고, 우리나라 학생들이 유럽 스페이스 센터로 가서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는 거죠. 이름을 아시아 스페이스 파크로 지으려는 이유도 유렵과의 교류를 위해서죠. 얼마 전에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했어요. 아마 내후년 1분기 정도에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시아 스페이스 파크 외에도 규모 면에서 컨텍이 성장한 부분이 눈에 보입니다.
우선 인원과 사무실 규모가 많이 늘어났어요. 인원이 많아지다 보니 먼저 사무실 확장이 필요했죠. 직원이 110명 정도로 늘어나면서 업무 공간이 더 필요하더라고요. 기존에는 대전 시내와 항공우주연구원 등에 사무실이 분산되어 있었는데, 한곳으로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간을 확장해 3본부 체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1본부는 컨텍의 살림을 책임지는 경영지원, 재무회계, 마케팅, 인사 등의 인력이 상주하고 있고요, 2본부는 하드웨어 분야 개발이나 글로벌 지상국 구축과 유지·보수, 위성을 관제하는 부서 등이 있습니다. 마지막 3본부는 위성 영상을 전처리와 활용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컨텍의 자회사인 ‘CES(Contec Earth Service)’와 ‘CSO(Contec Space Optics)’도 있죠. 추가로, 맞은편에 전체면적 1,157㎡(약 350평) 정도 규모의 공간을 더 마련하고 있어요. 우선 이곳에는 실제 우주 공간과 비슷한 환경을 갖춘 체임버(chamber)를 만들 예정입니다. 자회사인 CSO가 초소형 위성에 탑재하는 광학카메라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환경시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안테나를 조립하는 공간도 구성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는 소형 안테나 등은 부품을 직접 사서 만들기도 했는데, 양산 체계까지 갖추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내년에는 미국 텍사스에 지상국 안테나를 양산하고, 관련된 모뎀이나 RF(무선주파수)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회사를 만들 계획입니다. ‘탈레스’에서 투자했고, 거기서 안테나가 만들어서 한국으로 보내면 이곳에서 마련될 공간에서 조립해 국내 고객들한테 납품할 예정이죠. 이렇게 3개 본부 체제하에 비즈니스 모델을 점점 확장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확장에 자회사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자회사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먼저 CES(Contec Earth Service)는 위성 영상 판매와 활용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대표적으로 위성에 여러 가지 센서와 카메라를 달아 지구의 탄소,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데이터를 만듭니다. 최근 탄소 배출권 등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잖아요. 앞으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보고하게 되어 있죠. 세계적으로 이 분야에 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어 비즈니스가 가능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CSO(Contec Space Optics)는 초소형 위성에 탑재하는 광학카메라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컨텍에서 기획 중인 프로젝트인 초저궤도(Very Low Earth Orbit, VLEO) 초소형 광학 군집위성에 사용될 광학카메라를 개발해 납품하고 우주환경에서의 헤리티지(Heritage)까지 확보할 계획입니다.
우주산업을 많은 사람에게 이해시키는 데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더 나아가 우주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아직 우주산업 분야를 어렵게 생각하고 있으니, 마케팅이나 홍보 쪽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그래야 관련 분야에 지원하는 인재도 많아지고, 산업 전체가 커지죠. 가장 자랑할 만한 것이 컨텍이 개최하고 있는 ‘인터내셔널 스페이스 서밋(ISS)’입니다. 올해 6월 처음으로 ‘ISS 2023’을 제주에서 열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우주산업 전문가와 학자, 기업인 그리고 관계 기관까지 모여 우주 탐사와 개발, 관측ㄹ 및 통신 등 다양한 영역에 관한 이야기와 정보를 나누었습니다.
이런 게 가능했던 이유는 컨텍이 갖고 있는 해외 네트워크가 넓기 때문입니다. 모든 예산도 컨텍이 마련했죠. 이런 것도 마케팅의 일환이에요. 내년에는 더 큰 규모로 서울의 더케이 호텔에서 6월 11일부터 2박 3일간 진행할 예정입니다. 우주 개발의 미래를 선도할 지식을 얻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예정입니다. 기술세션, 패널토론, 네트워킹 만찬 행사 등도 준비되어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궁극적으로 컨텍이 만들어가고 싶은 우주산업 생태계의 모습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우주산업 생태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컨텍이 잘되는 게 저에게는 가장 중요합니다. 컨텍이 잘되면 컨텍이라는 모델을 보고 따라오는 후배 기업이 생겨나겠죠. 또 이미 국내에 있는 50여 개 항공우주 분야의 회사가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길을 만들어 놓아야 하죠.
아직은 우리나라 우주 기업들의 다양성이 좀 부족하다고 봅니다. 대부분 인공위성이나 발사체 제작인데, 우주산업 관점에서는 특별하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이래서는 세계의 우주산업에서 선두주자가 되기 어렵죠. 그래서 컨텍이 앞서나가야 해요. 그게 우리나라의 스페이스 생태계의 다양성을 넓히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하면서 컨텍과 협력이 가능한 유럽이나 미국 기업들을 한국으로 랜딩시키는 거죠.
더 나아가 개인적으로는 스페이스 스타트업을 인큐베이션하고 투자하는 회사를 설립하려고 합니다. 컨텍과 별개 회사로, 내년 3~4월 정도에는 어느 정도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컨택의 자본이 들어가지 않은, 제가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거죠. 컨텍은 이렇게 우주산업의 생태계를 이뤄가고자 합니다. 창업 8년 만에 상장이라는 성과를 이룬만큼, 앞으로 더 큰 영향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주라는 곳이 무궁무진하니 컨텍의 가능성도 크죠. 컨텍이 어디까지 성장하고 확장하는지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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