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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an 18. 2019

 로다의 첫 가구, 원목 책상

짜맞춤으로 제작한 브라운애쉬(물푸레나무) 데스크


1단계 : 스케치업 작업



고요퍼니처의 기초 교육을 마치고 자유제작반으로 수강을 이어갔다. 보통 첫 작품은 작은 스툴이나 미니 책장 등을 하기 마련이다. 나도 이 과정을 잘 알지만 로다에게 살짝 나의 욕심을 어필하려했다. 접이식 이케아 식탁만 있던 우리집에 따스함과 고퀄의 가구 하나가 있다면 책상이고 싶다.  그러기도 전에 로다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노트북을 편하게 사용하고 수시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나만의 서재 갖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 대신 가구로 만들어보면 좋겠다며 책상을 만들기로 했다며 먼저 말해주었다. 너무 고맙습니다.


첫 단계는 스케치업으로 구상한 가구를 그려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로다가 처음 수업을 들었던 일산의 목공교육장에서 잠깐 배워본 적 있었다. 이후 책을 사서 독학해보려 했지만 목적도 목표도 없었던 터라 쉽지 않았다. 스케치업을 통해 작업을 해봐야 디테일한 목재 사이즈와 굵기, 완성된 후의 느낌을 알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사용하게 되어 차근차근 배우는데 미리 디자인한 책상 다리가 비스듬히 배치된 곳이 있어 스케치업으로도 표현하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로다와 선생님은 깨달았다.  스케치업에서 고생시킨 것은 제작할 때도 고생을 시킨다)




2단계 : 목재 고르고 재단사이즈 정하기


목재 규격 1220*2440 자투리 공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우리가 정한 목재 수종은 브라운 애쉬. 애쉬는 물푸레 나무다. 밝은 색 계열의 원목 중 나무결이 예쁜 곳을 고르다 보니 물푸레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목재 재단. 목재를 들여올 때 가장 기본적인 규격 사이즈가 1220*2440(mm)다. 이 사이즈 내에서 로다가 만들 가구가 탄생되어야 한다. 하드우드 목재는 가격이 꽤 나가기 때문에 남는 곳이 없도록가구 다리와 서랍장 등 필요한 조각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테트리스 맞추든 필요한 목재조각들을 이리저리 배치해보았는데 신세계가 있었다. 필요한 목재 조각들을 입력하면 알아서 배치해주는 어플이 있었던 것이다!  (아래 링크 참조)




3단계 : 재단 및 샌딩(수압대패와 자동대패)


이제 도안대로 재단하는 작업이다. 재단기로 책상의 다리와 판, 서랍장 등 커팅 후, 수압대패로 평을 맞춘다. 자동대패로는 목재두께를 맞춘다. 자동대패 사용시는 자동대패의 톱날이 상할 수 있어, 무리하게 두께를 줄이지 않고 차근차근 줄여나간다.

로다는 재단기 앞에서만 서면 바짝 긴장한다. 익숙해지더라도 재단기 앞에서는 긴장해야하는 것이 맞다. 그 두꺼운 나무를 빨리 잘라내는 기계이니 위험도 순식간에 일어난다. 앗! 하는 사이에 상처를 입고 더 심한 사고가 발생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위험하니 장갑을 끼고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계 작업 할 때 장갑은 가장 위험한 원인이다. 장갑이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맨손으로 해야하기에 더욱 긴장되는 작업이 재단이다.




4단계 : 목재 다듬기


재단을 완료 했다고 해서 목재 조각들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기계 이용 시에는 톱날에 탄 부분, 톱날자국 등이 목재에 남아있기 때문에 손대패 등으로 깔끔하게 다시 다듬어주는 단계가 필요하다. 고수들은 재단시 이렇게 다듬어서 깎이는 두께까지 생각해서 약간은 넉넉하게 재단한다. (선생님이 초반에 스케치해둔 가구보다 작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 때문인가 싶다. )  목재를 다듬으면 짜맞춤 할 부분들을 그무개를 이용하여 선을 긋는다.

* 그무개에 대한 설명은 이전 글에서 참고해주세요. ->  [뭐해먹고살지] 9. 로다, 공구박스를 들다. (2/2)





5단계 : 짜맞춤 공법


앞서 표시를 해둔 나무들은 선에 맞추어 톱, 대패, 끌 등의 수공구를 이용해서 다듬는다. 짜맞춤의 성격상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끼워 맞춰지지 않거나 헐거워지기 때문에 꼼꼼한 작업이 필요하다.


오롯이 나무로만 연결하게끔 하는 짜맞춤은 시간과 정성이 생각보다, 무척, 엄청 많이 든다. 장인정신과 같은 무형의 가치가 가구제작의 유일한 이유가 아니라면 지속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그래서 짜맞춤 가구는 퀄리티가 매우 높지만 가격이 꽤 나간다. 반려 가구가 필요하다면 짜맞춤 원목가구만한 것이 없다. (한번 더 말하자면) 제작자 목수에겐 지난하고도 오랜 과정이다.

* [뭐해먹고살지] 10. 로다, 짜맞춤을 배우다 참고


로다는 사실 짜맞춤에 제격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타카(나무를 연결하는 호치키스 같은 장비)없이 나무로만 연결된 가구를 좋아하고 있었고 한가지를 파고들면 집요하게 매달려서 함께 일할 때는 숨도 안쉬고 일을 한 적이 많았다. 청소와 정리를 좋아하고 잘한다. 한마디로 꼼꼼하고 깔끔하며 꾸준하다. 그런데 한 가지 성격 때문에 짜맞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생각했다. 가볍게 표현하자면 '유도리' 진지하게 가자면 '융통성' 때문이다.


로다는 나에게 결과가 비슷하다면 약간은 빠르고 쉽게 가도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사람이었다. 대충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예를 들어 일거리 하나가 나에게 주어졌다. 3시간 후가 마감인데 1시간 만에 처리할 수 있다면 나머지 2시간은 다른 일을 하거나 여유를 가지라는 것이다. 예전의 나라면 그 3시간을 꽉꽉 채워 완벽히 할 수 있도록 일에 매달렸을 것이다. 사실 1시간 일하던 3시간 일하던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는데도 말이다. (이 사실은 30세가 넘어서야 알 수 있는 것 같다) 함께 일한 로다가 일도 잘하면서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는 것이 항상 신기했던 나는 로다를 통해 조금씩 바뀌어 갔고 지금은 상사가 알아주지 않는 과정들은 온 힘을 쏟지 않는다.  


군소리가 많았다. 하고싶은 말은, 로다가 짜맞춤보다는 좀더 빠르고 손쉽게 목재를 연결할 수 있는 방법(도미노(7단계 방식에 설명))에 흥미를 가지는 것을 이해했다는 것이다.  






6단계 : 나무 두께 맞추기


친환경목공본드를 이용하여 필요한 두께만큼 붙이는 작업이다. 목재의 경우, 제작되는 일정 두께 사이즈(100t이상으로는 본 적이 없다. (* t는 두께를 나타내는 단위로 mm와 동일한 길이입니다)가 있기 때문에 두께 작업은 붙이거나 대패를 이용해 깎아내는 방식으로 맞춘다.

본드작업을 한 목재는 하루 이상 완벽하게 말린 후, 도구와 사포를 이용해  본드 자국을 제거한다. 본드자국 역시 세심하게 제거하는 작업을 거쳐야 이후 오일마감시 오일이 안먹는 부분 없이 골고루 같은 색상을 띄게된다.


목공을 배우고 나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소 변했다. 베란다 목공도 그렇지만 바로 이 오일작업이다. 우린 보통 나무로 만든 젓가락과 스푼, 도마를 사용하는데 로다는 주기적으로 이것들에 오일칠을 해준다. 그래야 오래 사용이 가능하단다. 오래 쓰고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항상 수고로운 작업이 따르는 법이다. 맛이 더 좋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집에서 원두를 갈고 모카포트에 커피를 내리는 것처럼 말이다.

 




7단계 : 도미노작업


짜맞춤과 피스연결(나무에 나사를 박아 연결하는 방법)의 중간 단계인 도미노를 이용하여 목재연결 작업을 한다. 도미노 역시 정확한 위치와 그 위치에 구멍을 뚫어야 하므로 세심한 작업이 필요하다. 나무로 된 연결 도미노를 이용하여 목재와 목재를 결합한다.


로다가 좋아하는 연결법이 이 도미노 방식이다. 타카나 나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 조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짜맞춤보다 빠르고 간단한 과정이다(물론 타카,나사 방법보다는 어렵다). 겉으로 보기에 짜맞춤인지 도미노인지 티가 안날 뿐더러 나무에 해가 되지 않는다. 짜맞춤보다는 쉬워서 제작시간도 빠르다.




8단계 : 연결과 고정


짜맞춤으로 공정한 부분과 도미노 부분 등을 최종 결합한다. 친환경목공본드 작업으로 결합한 후에는 수정이 어려우므로, 최종결합 전 반.드.시 모든 목재와 조각들을 시결합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방향과 결합 순서등이 정확하게 머릿속에 그려져야 최종결합시 실수할 확률이 줄어든다.




9단계 : 서랍


자작나무 합판으로 미리 만들어둔 서랍이다. 서랍을 자작나무로 쓴 이유는 브라운 애쉬 목재 한 판을 더 구입하기 부담되어서다. 앞서 말했듯이 목재는 적당한 크기대로 잘려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규격사이즈가 있다. 그 안에서 딱 맞춰 가구 하나가 탄생되면 좋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 색감이 비슷하면서 저렴한 목재를 구해 서랍(다른 목재라는 것이 티가 나 신경쓰이면 서랍 안쪽만)이나 부속품들에 쓴다.

서랍은 서랍의 앞판 문을 결합할 때 중요하다. 목재의 특성상 완벽히 맞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적당한 휨, 적당한 두께 차이) 이번 작품은 나무로만 만드는 것을 주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서랍 철물(여닫을 때 쓰이는 서랍 바깥쪽 좌우에 부착되는 것)의 사용을 피했다. 서랍장도 나무로만 써서 여닫을 수 있게 하니 손이 더 많이 들어갔다.




10단계: 오일 마감


두번의 천연오일 마감을 하였다. 원목가구는 마감 역시 중요하다. 꼼꼼히 그리고 얇게 바르며, 완벽히 말린 후에 덧바르는 작업이 중요하다. 마감을 할수록 색감과 풍기는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에 맞추어 마감작업을 하면된다.




완성



설치 인증샷


집에 설치 후 두 번의 오일마감을 추가작업하였다. 나무무늬를 최대한 살리는 형태로 작업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고, 매우 만족스럽다. 책상상판도 서랍도 매우 튼튼해서, 노트북 작업, 독서작업 등 사용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화이트 톤이었던 우리 집이 이 가구 하나로 인해 훤씬 더 포근하고 친근해졌다. 가구 하나의 힘이 이렇게 대단한 줄 이전에는 몰랐다. 원목가구 사용은 마치 이런 것 같다.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 이케아의 무늬목(나무무늬만 그려진 비닐커버, 인테리어 느낌은 살릴 수 있도록 실제 사용할 때는 한계가 느껴진다) 가구와는 완전히 다른 질감이다.


 


로다께 감사드립니다.

[공방 스케치]


고요퍼니처에서의 로다. 이렇게 깔끔하고 서정적인 공방도 없다. 선생님도 꼼꼼하고 친절히 잘 가르쳐주셨고 로다도 선생님의 교육방식(?)에 무척 만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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