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걸어도 같은 끝

이건 분명 닫힌 결말인 걸 아는데도

by AURA

그의 메신저 상태 메시지를 우연히 보게 됐다.

실소가 절로 나왔다.


분명히 내가 먼저 끝낸 관계였고,

내가 먼저 잘못했던 게 맞다.

그래서 나는 그 잘못을 인정했고,

그가 다시 받아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에게는 새로운 연인이 생겨 있었다.

그때의 내가 좋아했던 그 다정함도,

포근했던 말투도 사라진 채

그는 아주 매몰차게 나를 밀어냈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에게 대하듯.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당연한 순리였다고 생각하려 했다.


그런데 지금,

그가 다시 나를 찾는다.


멀티 프로필을 통해,

아마 나에게만 보이는 그 감정의 흔적들로.


그가 바라는 건

나와 다시 시작하는 것도,

나를 진심으로 그리워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 자신이 외로우니까

잠시 기댈 장난감이 되어 달라는 것이다.


나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이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가시가 돋친 길일 걸 알면서도,

쉽게 한 발 내딛지 못하고 서 있다.


나는

어느 쪽 길로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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