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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림 Sep 01. 2023

출산 후 다이어트 언제 시작해야 할까?(1)

누워서 떡 먹는 출산 후 '첫 번째 다이어트 황금기'를 놓치지 마세요.

  임신과 출산의 과정은 여성으로서 살면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시기입니다. 모든 일상이 바뀜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신체의 변화도 겪게 되죠. 살면서 한 번도 살이 쪄 본 적이 없는 사람도 10kg이 넘게 체중이 증가하기도 하고 발이 퉁퉁 부어서 평소에 신던 신발을 신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출산을 하면 저절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난 뒤에 체중이 생각처럼 내려가지 않아서 당혹스럽거나 심지어 체중이 갑자기 더 증가하여 난처해하는 산모들이 적지 않습니다. 또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더라도 언제 시작해야 할지, 산후조리와 다이어트를 병행해도 될지, 산후조리를 먼저 해야 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죠. 


  얼마 전 저도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경험했답니다. 그리고 출산 후 4개월이 지난 지금 원래 체중으로 거의 돌아온 상태입니다. (사실 욕심이 나서 조금 더 빼보려고 합니다.) 오늘 이 글을 시작으로 총 3 편의 글로 출산 후 다이어트는 언제 하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직접 출산을 한 여자 한의사로서 몸소 경험한 것과 의학적 지식을 토대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제 배도 어마어마하게 나오더라고요.


  임신을 하면 태아(3.4kg), 태반(0.6kg), 양수(0.8kg), 자궁(1kg), 유방(0.4kg), 혈액(1.5kg), 세포외액(1.5kg), 그리고 산모의 지방 축적(3.4kg) 정도에 의해 약 9~12kg가량의 체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 https://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idx=9197). 물론 산모의 체질이나 건강 상태, 임신 중 관리에 따라서 20kg 이상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산 후에는 6개월 이내에 임신 전의 체중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출산을 하고 나서 6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이전 체중에 비해 2.5~ 3kg 이상 체중이 증가해 있다면 '산후 비만'으로 진단합니다. 


  그럼 출산 후 다이어트는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출산 후 다이어트에 있어서 중요한 3번의 시기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세 시기 중 출산 후 다이어트의 첫 번째 황금기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출산 후 다이어트의 첫 번째 황금기, 출산 후 6주 이내


  출산 후 다이어트 시작에 있어 중요한 첫 번째 지점은 바로 출산 직후입니다. '아니, 출산하자마자 무슨 다이어트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출산 직후부터 6주까지는 산욕기라고 하여 집중적으로 산후조리에 힘써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3*7일이라고 해서 출산 후 21일(3주) 간은 산모를 안정시키며 산후조리에 온 가족이 협력했습니다. 그런데 산모를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산후조리가 잘 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산욕기에 현명하게 산후조리를 잘할수록 체중도 빨리 줄어들고, 이 시기를 잘 보내면 출산 후 6주 이내에 체중이 90% 이상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산후조리가 곧 다이어트가 되는 이 황금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본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출산 후 다이어트에 있어 첫 번째 황금기인 산욕기에 산후조리도 다이어트도 잘 되기 위한 조건이 있습니다. 허해진 산모의 체력이 빨리 돌아올 것, 그리고 부종과 오로, 노폐물의 배출이 잘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식사량을 줄이거나 운동을 하는 일반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쓰면 안 됩니다. 몸을 안정시키기도 하면서 부종과 오로, 노폐물이 잘 나갈 수 있게 적절한 방법을 써야 하죠.


  출산 직후 산모의 몸은 어혈이 많고 아이를 낳는 과정으로 인하여 허해진 상태입니다. 출산 과정에서 출혈이 많았거나 원래 빈혈이 있었다면, 그리고 난산이었다면 산모의 몸은 더욱 허약해져 있을 것입니다. 이때에는 어지러움증이 생기기 쉽고 소화와 배뇨, 배변 능력도 떨어져 있으며 체온 조절이 잘 되지 않기도 합니다. 출산 후에 혈액량이 분만 전보다 현저히 감소한 경우에는 혈액량이 임신 전의 수준으로 돌아오는데 약 1주 정도가 걸리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 안정만 해야 하는 것인가? 아닙니다. 출산 후에는 조기 보행을 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자연 분만을 한 경우 수 시간 내에 보행을 하는 것이 좋고, 제왕 절개를 한 경우에도 수술 후에 침상에서 좌우로 돌아눕고 팔다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운동을 하고, 수술 후 1일이 지나면 보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산모의 건강 상태에 따라 보행을 할 수 있는 시간과 보행량은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처음 보행을 할 때에는 보호자의 동행이 필요하며 부축을 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 제왕 절개를 한 경우 복대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몸이 힘든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조기 보행을 권장하는 이유는 이렇게 걷는 활동이 방광 합병증과 변비를 줄이고 정맥 혈전증, 폐전색증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로의 배출을 돕고 부종을 빼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임산부에게 기분 전환을 시키고 건강함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걷는 양은 몸의 회복 속도에 맞춰서 점점 늘려나가면 됩니다. 자연 분만을 한 경우 제왕 절개를 한 산모보다 훨씬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출산 후 침상에서 운동하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어떤 분들은 기겁하시더라고요. 출산 후 침상에서 하는 운동은 병원에서도 권고합니다.


  그리고 자연 분만을 한 경우에는 출산 직후부터 늘어진 복벽을 강화하기 위한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제왕절개를 한 경우에는 수술 부위의 통증이 사라지는 대로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 무거운 것을 들거나 복부를 쥐어짜는 힘을 주면서 운동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호흡을 이용하여 복부와 등 허리, 골반의 감각과 운동성을 임신 전으로 돌리는 가벼운 운동이면 충분합니다.


  산욕기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건강한 산모식을 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출산을 하면서 기력이 바닥난 상태에서는 소화력과 흡수, 대사 기능도 모두 저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소화하기 쉬운 부드러운 음식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분만 당일과 산후 1일째까지는 반유동성의 음식을 섭취하거나 산모의 상태에 따라 미음과 죽만 먹기도 합니다.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 체질에 맞지 않은 음식, 그리고 자극적이고 딱딱하고 질긴 음식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응급 제왕절개술 후 처음 받은 미음식


  산모라고 해서 무조건 많이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인 여성의 하루 권장 섭취 칼로리양은 2,000kcal 정도인데 모유 수유를 하는 경우 500kcal 정도만 더 먹으면 됩니다.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산모라고 하더라도 추가로 영양 섭취를 할 필요가 없고요. 또 출산 후에 체중을 빨리 내리고 싶은 마음에 식사량을 줄이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산모의 몸의 회복과 원활한 수유를 위해서는 단백질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으로 식사를 '잘' 해야 합니다. 


  매 끼니에 생선, 계란, 고기, 두부 등의 단백질을 포함시켜야 하고 모유 수유를 위해서는 식물성 단백질보다 동물성 단백질이 좋습니다. 모유 수유에 방해가 되는 초콜릿이나 도넛, 케이크와 같은 단 음식과 튀긴 음식, 고추, 마늘 등이 들어간 자극적인 음식,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은데, 모유 수유를 하지 않더라도 이런 음식들을 피하는 것이 산모의 몸의 회복에도, 다이어트에도 좋습니다. 또 산모식은 염분이 적어야 하는데 이런 건강한 산모식을 먹으면 다이어트를 위해 식단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소화와 대사가 원활해지고 부종이 빠지면서 체중이 자연스럽게 내려갑니다. (참 쉽죠?) 


저염이었지만 입맛에 잘 맞았던 산모식


  출산 후 땀이 많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일간 잠시 땀이 많아졌다 회복되는 것은 산후에 몸이 허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보고 특별히 치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종이 빠지는 과정에서 땀 분비가 늘고 소변양도 함께 늘어날 수 있어 물을 충분히 마시면서 노폐물 배출을 돕고 탈수가 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 땀이 자연스럽게 나갈 수 있게 찬 바람을 직접 쐬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부기를 빼기 위해 땀을 일부러 내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땀을 내는 것이 체질에 맞지 않은 금양 체질, 금음 체질, 수양 체질, 수음 체질(사상 체질 중 태양인과 소음인)은 몸을 뜨겁게 해서 땀을 내려고 하면 안 됩니다. 몸이 많이 허한 경우에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나오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르고 잠을 잘 때도 이불이 젖을 정도로 땀이 날 수 있는데 이것은 치료해야 하는 병증입니다. 


산후 회복을 위해 병원에서부터 복용한 산후조리약


  출산 후에 산모의 몸이 잘 회복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오로가 얼마나 잘 배출되고 있는가'입니다. 출산 후에 자궁에서 배출되는 배설물을 오로라고 하는데 이 오로에는 적혈구와 탈락막 조직을 포함해서 상피세포, 세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로가 잘 배출될수록 자궁의 회복이 빠르고 복부도 빨리 들어갑니다. 분만 후 며칠 동안은 생리혈과 같은 적색 오로가 나오고, 분반 3~4일 후에는 점점 오로의 색이 엷어지면서 장액성 오로가 됩니다. 출산 후 10일 정도가 지나면 오로의 양이 크게 줄어들고 거의 무색이 되어 백색 오로가 됩니다.


  오로는 출산 후 2~3주 이내에 모두 배출되는 것이 좋고 늦어도 4~6주면, 즉 산욕기 내에 거의 없어집니다. 그런데 오로가 잘 배출되지 않거나 양이 너무 적은 경우 복부의 통증을 유발하거나 가슴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자궁의 회복도 더뎌지면서 복부 사이즈도 잘 줄어들지 않죠. 자궁은 출산 후 한 달 이내에 임신 전의 자궁 크기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오로가 잘 배출되지 않고 자궁의 회복이 더디면 산후조리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리원에 가서는 남편이 지어준 산후조리약을 복용했어요.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출산 후에 산모에게 산후조리를 위한 한약을 복용하게 했습니다. 대표적인 산후조리 한약 처방으로 생화탕(生化湯)이라는 약이 있습니다. 당귀, 천궁, 도인, 건강, 감초로 구성된 처방으로 산모의 체질과 산후 컨디션에 따라 여러 가지 약재를 가미해서 쓰는데, 여러 실험과 임상 연구에서 출산 후 자궁의 회복과 태반의 잔류, 산후 빈혈과 복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이런 산후조리약을 복용하면 오로가 효과적으로 배출되어 자궁의 회복이 빨라지고, 부기가 빠지면서 복부 사이즈를 비롯해서 체중이 빠르게 줄어듭니다.


  건강한 젊은 여성이 자연 분만을 하는 경우 출산 직후에 아이의 몸무게와 양수의 무게 등이 합쳐져 5~6kg 이상이 내려갑니다. 반면 임신 전에 건강하지 않았을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제왕절개를 하거나 자연분만을 시도하다 응급 제왕절개를 하였다면 더욱더 출산 직후에 체중이 많이 내려가지 않거나 심지어 체중이 그대로이거나 혹은 더 증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바로 부종 때문입니다. 이때에도 산후조리약이 필요합니다. 산후조리약은 출산 후 빨리 복용을 시작할수록 좋으며 부종이 심하면서 어지럽거나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기침이 나거나 호흡이 가쁜 경우에는 산후조리약을 오래 복용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좌:  출산 후 5일 뒤(친정어머니께서 애가 덜 나온 거 아니냐 하셨죠) / 우: (부종과 오로가 열심히 나가는 중인) 출산 후 2주 뒤


  출산 후에 부기를 빨리 빼려고 호박차를 마시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전 붓기 관련 글에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듯이 호박(Pumpkin)이 붓기에 좋다는 것은 부종에 효과적인 약재, 호박(Amber, 보석 호박이라고도 부릅니다. 송진이 굳어서 되는 것)이 잘못 알려진 것입니다. 특히 호박(Pumpkin)은 마른 사람의 살을 찌울 때 쓰는 한약재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출산 후 다이어트를 위해서라면 호박차(Pumpkin)는 섭취를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적으로 출산 후 다이어트에 있어 첫 황금기는 출산 직후부터 출산 후 6주까지입니다. 그리고 이때 다이어트 방법은 다른 것이 아니라 산후조리를 잘하는 것입니다. 산후조리만 잘해도 체중이 잘 빠지는 시기이죠. 어떤 다이어트 방법보다 쉽지만 방법을 모르면 안타깝게도 때를 놓치지도 쉽습니다. 특히 산후 체력 회복과 부종, 오로, 노폐물 배출만 잘 된다면 살 빼는 것이 '누워서 떡 먹기'이고 다른 다이어트를 할 때에 비하면 별로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매일매일 체중이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는 신기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출산 후에 산후조리보다 신생아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산후조리를 하기 어려울 수도 있죠. 그렇지만 임신 중에 태아의 건강을 위해 신경 썼다면 출산 후에는 산모의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건강한 산모에게 자라는 아이는 더욱 건강할 테니까요. 특히 출산 직후에는 여러 가지 신체적, 환경적 변화와 육아에 대한 걱정 등으로 산후 우울감이 생기기 쉽습니다. 게다가 몸의 회복이 더디면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산후 우울증으로 발전하기 쉽죠. 그래서 출산 직후부터 산후 6주까지인 산욕기동안 산모의 체력도 체중도 빨리 회복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다음 편에는 안타깝게도 첫 번째 황금기를 놓친 산모님들을 위하여 출산 후 다이어트의 두 번째 황금기에 대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산모가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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