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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nerin Oct 12. 2020

너무도 흔해빠지게 되어버린 말: 사랑

명사)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나 그런 일

결혼해서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은 언제나 논란거리일 것이다.

사랑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결혼 후 40년, 50년이 되면 물론 설레는 감정과 좋아하는 감정은 식겠지만 설레고 좋아하는 감정만을 사랑이라고 정의하지는 않기에 난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한다. 


나에게 사랑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배려, 존중, 의리, 함께 쌓아온 시간, 정이다. 


좋아해서 사랑해서 이 관계를 시작했지만 상대가 너무 소중해 존중하게 되었고 

내가 존중하는 그 상대에게 실망감을 주기 싫어 상대를 배려했고

그 가운데서 신뢰감이라는 것이 생겨났고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서 추억거리가 생기는 가운데 이 사람을, 우리의 관계를 배신하지 않겠다는 의리가 생기고 그렇게 서로가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길들여지는 것이 정이다. 


이 모든 과정이 나에겐 사랑이지만 사실 나는 이 모든 과정이 '사랑'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내려지기에는 요즘 세상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너무 가볍게, 상투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사랑해서 관계를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위의 단계를 거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 보내거나 그 고만고만한 정도의 관계만 유지하고 있다면 상대를 사랑하지 않게 될 일은 생각보다 꽤 자주 찾아온다. 

어떤 조건 때문에 상대를 좋아한다면 그 조건이 사라졌을 때 

또는 

내가 어떤 조건의 사람을 좋아한다고 할 때 그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상대가 싫어지는 경험하게 된다. 


그렇지만 위에서 말한 저 과정이 모두 일어난 경우에는 상대가 미웁게 보이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간의 의리와 시간과 정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아쉽게도 (내가 말한 진정한) "사랑"의 경험도 딱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아무래도 "사랑"이라는 단어 말고 다른 단어를 만들어 내야 할 것 같다. 

좋아하는 감정으로 시작된 서로에 대한 신뢰와 배려, 존중, 의리, 함께 쌓아온 시간, 정

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단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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