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드르디, 야생의 삶 / 미셀 투르니에 / 문학과지성사 / 2014
<방드리니, 태평양의 끝> 이라는 책의 청소년 버전으로 나온 책. 그런데 단지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어른들에게도 매우매우 좋은 책.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읽는 책이었는데. 요새는 도서관을 못가서 슬프네. 도대체 언제쯤 도서관이며 수영장이며 다 다시 오픈하려나. 당연히 할 수 있었던 것들을 할 수 없는 요즘.
마침내 로빈슨은 텅 빈 수평선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데 진력이 났다. 그는 칠레 해안에까지 가 닿을 수 있을 만큼 큰 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21)
그는 한 인간으로서 살기 위한, 그를 그토록 지긋지긋하게 하는 모든 일을 해치울 용기를 되착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가 당시 미국의 철학자고 학자이며 정치가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달력을 읽게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책에서 벤저민 프랭클린은 일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을 정당화하는 도덕적 교훈을 제시하고 있었다. 로빈슨은 언제나 눈에 보일 수 있도록 섬 도처에 그 교훈을 새김으로써 더 이상 낙담하지 않고 게으름을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가난은 인간에게서 모든 미덕을 앗아간다. 속이 빈 자루가 똑바로 서 있기란 어려운 것이다. - 두번째 악덕이 거짓말 하는 것이라면, 첫번째 악덕은 빚을 지는 일이다. 거짓말은 빚 위에 걸터앉기 때문이다. - (73)
로빈슨은 자기가 없어도 방드르디가 그처럼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에 놀랐고 질투심까지 느꼈다. 그러니 그가 매일 방드르디에게 부과한 모든 노동과 의무가 무슨 소용이 있었단 말인가? (105)
"이봐, 우리가 틀렸어. 그것은 데이지가 아니라 나비였어." 하고 로빈슨이 바로잡았다.
"하얀 나비야. 그건 날아다니는 데이지야." 하고 방드르디가 로빈슨의 말에 대꾸했다. (136)
우리는 말을 너무 많이 해. 말한다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야. 나의 부족인 아라우칸들 사이에서는 현명한 사람일수록 말을 덜해. 말을 많이 할수록 덜 존경받지. 가장 말을 많이 하는 동물은 원숭이고, 사람 중에서 가장 말을 많이 하는 건 어린이들과 노파들이야. (143)
그는 방드르디와 더불어 스페란차에 남는 한, 젊고 멋지며 힘찬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 그들과 함께 이곳을 떠난다면 그는 위엄 있는 표정의 백발이 성성한 늙은이가 될 것이고, 또한 그들처럼 어리석고 고약한 사람이 될 것이다. (186)
로빈슨은 갑자기 엄청난 슬픔이 들이닥치는 것을 느꼈다. (...) 그는 방드르디를 깨우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그의 모습이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것이었다.
그물 침대는 텅 비어 있었다. (190)
"이제부터 네 이름은 '디망슈'란다 축제와 웃음과 놀이의 날이지. 그리고 나에게 너는 언제나 일요일의 아이일 거다." 로빈슨이 그에게 말했다. (끝, 199)
* 프랑스어
방드르디 - 금요일
디망슈 -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