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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knight Sep 12. 2020

하루만 허락되었던 인도

하루만 허락되었던 인도


작년 10월, 

안식휴가 초 어느 날,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



한 친구가 어느 날 톡방에 인도에 같이 갈 사람을 찾았다. 혼자라도 꼭 갈 거라면서.

승진을 앞두고 그동안 인생도 돌아보고 새로운 생각도 할 겸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찾은 그럴듯한 사진 몇 장을 제시했다.


인도라..

굳이 알아보지 않아도 이 나라에 대한 악명은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버스에서 강간 살인이 일어났다지?

시체를 강으로 보내고 그 강에서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한다며?

게다가 엄청 더럽고 먼지도 많고.


검색을 해보니 반응은 극으로 갈렸다.

어떤 사람들은 특이하고 재미있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절대로 가지 말라.

결국은 이번에도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겼고 결국 친구와 동행에 나선 것이다.


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시설은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입국 심사부터 쉽지 않았다.

뭐랄까 체계도 좀 없어 보였고 실랑이를 벌이던 어떤 직원은 그냥 자리를 떠나버렸다.

나는 먼저 심사를 마치고 들어와 있는데 친구는 한참이 걸릴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이런 혼란을 지켜보던 한국 사람이 화를 내며 따지는 일도 있어 

잘못하면 공항에서 밤을 새워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했다.


다행히 친구도 입국 심사대를 통과했고, 우리는 뉴델리로 향했다.

뉴델리역 까지 가는 기차까지는 생각보다 깔끔했는데,

역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오는 순간 진짜 인도가 시작되었다.


정신없이 많은 사람들, 눈앞을 가리는 먼지, 1초에 한 번씩 울리는 경적소리.

한 걸음 걸으면 향신료 냄새가, 그다음 걸음엔 매캐한 매연 냄새가, 또 다음 걸음엔 쓰레기 냄새가 코를 찔렀고 숙소를 가는 동안 반복되었다.

한마디로 정신이 없게 만드는데 정신줄을 잘 붙잡고 있어도 사고를 당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그런 환경이었다.


간신히 정신을 집중하며, 조금은 길을 헤매며 숙소에 도착했고, 

나는 급한 연락을 받아 다음날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 잘 터지지 않는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간신히 돌아가는 티켓을 끊었다.


체크인하는 과정도 순조롭지 않았다.

친구가 실수를 한 건지, 프런트 직원이 뻔뻔한 건지, 계속해서 예약이 안된 것 같다는 반응이었고,

실랑이 끝에 방을 받긴 했는데 역시나 예약과는 다른 방이었다.

방의 컨디션은 호텔은커녕 모텔이라는 타이틀도 아까운 그런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한 70년대 수준이 그랬을까. 그래도 다행이다. 물은 나온다.


기분도 별로 좋지 않고 해서 근처 술집에 가서 한 잔 하기로 했다.

조금 큰 가게를 가서 그런지 다행히 이상해 보이는 점은 없었다.

한 잔 하고 돌아왔는데 직원 한 명이 뭔가 거래를 하고 싶어 했다.

술도 한 잔 해서 용기가 생겨서인지 열심히 응해줬다.

가져온 물건 중에 소주가 있었는데, 소주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줬고 갖고 싶으면 주겠다고 했다.

한참 설명을 듣고는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괜찮다며 직원은 다시 돌아갔고, 비로소 우리는 평화를 얻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가린 거적때기를 치우니 호텔 앞 풍경이 굉장했다.

검은 소가 서있었고, 골목에는 거의 쓰러져가는 집들이 보였다. 

거리는 쓰레기와 동물의 배설물이 함께 나뒹굴었고 전깃줄이 이리저리 얽혀있었다.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까지는 아직 꽤 남아서 그동안 여기저기 다녀보기로 했다.

아침을 먹기 위해 번화가로 나왔는데 문을 연 식당이 없었다.

보이는 사람에게 지금 문을 연 식당이 있는지 물어봤더니 우리를 어디론가 끌고 갔다.

식당이 아닌 여행사 비슷한 곳이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속았다는 것을 직감하고 탈출하려고 애를 썼다.

여기 사람들이 참 집요한 것이, 그 여행사 비슷한 곳의 직원은 사무실에서 나와 우리를 계속 쫒아왔고, 택시를 타고 떠날 때까지 집착했다.


그런데 잘 가던 택시는 갑자기 중간에 멈추더니 내리라고 했다.

우리가 원하는 곳까지 못 가겠단다. 그리고 전부는 아니더라도 꽤 많은 돈을 요구했다.

나는 대충하고 내리고 싶었지만, 

친구는 열 받았는지 절대 못주겠다고 버텼고, 목적지까지 빨리 가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 결국 기사는 원하는 만큼 돈을 받지는 못했고, 우리는 목적지를 가지 못했다.


좀 특이했던 것은,

이 사람들도 돈이 목표이긴 한데 소매치기나 강도짓 같은 직접적인 방법을 쓰지는 않았다.

대신 사기를 치거나 뻔뻔하게 굴거나 등쳐먹는 방법을 선택했다.

유럽 여행을 갔을 때는 소매치기 같은 직접적인 방법을 당했기에 차이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근처 시장을 갔다가 다음 목적지까지 

오토바이 뒤에 의자를 만들어 이동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이때쯤은 약간 적응이 되어서 흥정을 시작했다.

우선 한 명에게 가격을 물어봐서 대충 형성된 가격대를 알아본다.

그리고 다음 사람에게 조금 깎은 가격을 제시하고 협상을 시도한다.

덕분에 조금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다.


도로에는 온갖 교통수단들이 즐비했다.

소 달구지부터 버스와 택시까지 같은 도로를 이용하는데, 질서라는 말은 꺼낼 수도 없었다.

우리가 이용한 교통수단은 조금 위험하긴 했지만 날렵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드라이버는 이 장점을 완벽하게 이용하여 차와 차 사이의 작은 틈도 놓치지 않고 비집고 들어, 친구와 나로부터 비명을 이끌어냈다.

이런 무법천지에서 경적소리만 요란할 뿐 사고가 안 난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현지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두려웠던 우리는 결국 한인식당을 찾아갔고, 

혼자 남아서 여행을 해야 하는 친구는 이곳에서 여러 정보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인도의 스타벅스는 어떤지 가보고, 근처에 대학도 방문했는데, 이곳에서는 뭐랄까 신분의 벽이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을 봤는데, 그 사람들에 비해 여기에서 본 사람들은 옷도 깔끔했고 평범해 보였다.

지역과 구역에 따라 활동할 수 있는 반경이 다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거리에 아무렇지 않게 누워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과연 이 사람들에게 사람은 태어나는 이유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인권은 중요한 거라고 설득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
그것은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만 허락된 인도였지만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 

하루만 더 있었더라면 완벽하게 현지 적응자가 되었으리라.

아쉽지 않냐고, 또 가보고 싶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글쎄다.

솔직히 당기지는 않는다. 너무 편한 지금의 환경에 익숙해졌고 또 당연해져서 그럴 수도 있겠다.

나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부딪혀야 하는 게 너무 큰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언젠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괜찮아질 때쯤,

못 보고 온 명소와 풍경이 너무나 아쉬워지면,

다시 용기를 내서 가방을 꾸릴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가고 싶어도 못 가는 현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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